오랜만에 갑자기 찾아간 제주도 여행길 3

발길 닿는 곳곳마다 놀라웠던 순간들

by 티트리


버스에서 내리자 조금씩 해가 지기 시작하고 날이 더 어두워지기 전에 잠깐이라도 가까운 해변 절경을 보러 가보고 싶었다.

지도앱에서 가까운 해안가로 가려면 지름길로 보이는 길을 따라 조금 걸어가면 금방인 듯했다. 막상 가보니 살짝 무섭긴 했지만 점점 가까워져 가는 것 같아 조금 빠른 걸음으로 가보았다. 금세 바다 풍경과 데크길로 사람들이 지나가는 게 보였다. 그리고 너무나 아름다운 광경이 시야를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도무지 눈을 뗄 수 없는 하늘과 바다와 돌과 나무들은 말 그대로 그림 같았다. 한참을 주변을 걷다 앉았다 바라보다 둘러보다가 더 어두워지기 전에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번쩍 들어 발걸음을 어렵게 돌리며 숙소로 가는 길로 향했다.

어둠은 생각보다 금방 찾아왔다. 큰길이 나오는 길을 따라가는 동안 휴대폰 배터리다 다 되어 더 겁이 났다. 순간 이곳을 어떻게 빠져나갈지 갑자기 아득해졌다.

계속해서 좁은 사잇길을 가다 보니 도로가 나왔고 간이 휴게소와 화장실이 보였다.

보조배터리로는 부족한 상황을 대비해 작은 휴대용 충전기를 가방에 넣고 다녔는데 혹시나 화장실을 살펴보다 정말 다행히도 벽면 한쪽 구석에 빈 구멍이 보이는 것이었다!

숙소와는 거리가 멀지 않으니 어느 정도만 충전해서 가야겠다 싶어 얼른 충전하고는 나와서 길을 찾다가 몇 분 뒤 근처에 오는 버스가 있어 정류소에서 조금 기다리다 버스를 타고 숙소 근처에서 내렸다.

출출해진 배를 채우고자 가까운 식당에서 고기국수를 먹고 저녁공기를 마시며 숙소로 돌아왔다.



간단히 하이볼과 감자칩을 먹으며 간만에 티비도 보고 다음날 공항 가기 전 어디를 들렀다 갈지도 찾아보았다.

호텔 루프탑에서 야경을 보며 아쉬운 마음을 달래고 참 좋은 여행이었음에 감사하며 이 날들을 한동안 추억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다음날 아침도 잠시나마 떠나기 전 루프탑에 올라가 아침공기를 쐬며 눈앞 풍경을 가득 담고는 체크아웃을 하고 남은 여정길을 나섰다.

이렇게 아쉬울 때가 있었나 싶을 만큼 이번 여행만큼은 머무는 곳곳마다 떠나는 발걸음이 잘 떨어지지가 않았다.



공항으로 가는 길에 한 곳 정도 들렀다 구경 좀 하고 가면 될 것 같아 목적지를 찾다가 곽지해수욕장이 참 예뻐 보였다. 거리나 가는 길도 괜찮은 것 같아 그곳으로 정하고나니 캐리어가방을 끌고 다니기 난감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장소는 크게 눈에 들어오는 곳이 없었다. 있더라 하더라도 시간이나 가는 길이 좀 여의치 않아 보였다.

고민 끝에 공항에 차라리 짐을 맡기고 가볍게 다니다가 다시 돌아가서 비행기를 타면 어느 정도 충분히 시간을 보내다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제주공항은 보관함 락커가 없고 짐보관 서비스가 있었다. 공항 가는 직행을 타고 1시간 남짓 걸려 도착하고는 캐리어를 맡기고 목적지로 곧바로 향했다.


해변 근처까지 가는 버스가 있어 한번인가 갈아타고는 쭉 해안가 근처길을 따라 달렸다.

그날따라 사람이 많아 버스 안이 복작복작했지만 창밖 풍경은 참 멋지고 재미있었다.

양옆으로 한쪽은 바다와 해안가 모습이 보이고 한쪽은 나지막하고 아기자기한 집들과 사이사이 푸른 숲들 따라 저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한라산 봉우리까지 한눈에 보이는 절경이 중간중간 펼쳐지곤 했다.

그렇게 흠뻑 바라보며 가다 보니 금세 도착지에 가까워졌다.

여유롭고 한적한 분위기 물씬 나는 마을 따라 걷다 보니 그림 같은 바다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날따라 하늘도 구름도 날씨도 참 좋았다.

하얀 모래밭 앞으로 까만 돌들이 끝도 없이 해안가에 둘러싸인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말이 되나 싶을 만큼 아름다운 해변이었다.

까만 돌들 사이사이를 걸으며 발도 조금 담가보았다.

무척 시원하고 맑았다.

마음속에 쌓인 먼지들이 다 털어져 나가는 것 같았다.

청량한 애매랄드빛 바다는 정말 이름다웠다.

어떤 말로도 표현이 어려운 그런 모습이었다.





공항 가는 버스를 타기 전 정류장 근처 식당에서 고사리육개장이라는 제주도 음식이었는데 이번에 처음 먹어보았다. 일반적인 육개장과는 좀 달랐다. 걸쭉하고 진한 국물에 푹 삶은 듯한 고사리와 부드럽고 잘게 들어간 쇠고기와 갖은 야채가 한가득 들어가 깊은 맛이 우러나는 그런 음식이었다. 뚝배기 한가득 이었지만 후후 불며 깨끗이 먹고는 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갔다.




얼른 짐을 찾고 수속절차를 밟고는 간단히 음료수로 목을 축이며 탑승을 기다렸다.

짧은 여행길이 이렇게 끝이 났지만 마음이 참 시원하고 후련해지는 여행길이었다.

이번 여행으로 많이 가벼워지고 좋은 풍경과 자연과 사람들과 여행길로 재충전을 잘하게 된 것 같아 아마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비행기에 몸을 싣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몸도 마음도 확연히 다르게 가벼워진 느낌이었다.

꼭 가야 할 것 같다는 마음이 강렬하게 들 땐 잠시 훌쩍 떠나라는 신호가 맞는 걸까.

혹은 내 마음을 들여다봐야 하거나 잠시라도 휴식이 필요한 때인 걸까.

시간이 흘러도 이번 여행길의 기억은 짙을 것 같다. 또한 그러길 바라는 마음도 들만큼 좋았던 여행이었다.

여행이 뭐길래 이리도 큰 것들을 듬뿍 주는 걸까.

그리고 제주도는 참 우리나라의 귀한 보물 같은 섬이라는 생각도 문뜩 들었다.

앞으로도 종종 만나자 제주도야!

나를 꼭 안아주는 것 같았던 시간들과 이제 정말로 인사하는 시간이 온 것 같다.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