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와 비상장투자자를 위한 산업분석하기 (6)
주변에서 청첩장 많이 받으시죠? 결혼이 줄어든다 하지만 꽃피는 봄이나 선선한 가을이 되면 주말마다 그야말로 결혼식의 연속입니다. 저도 결혼할 때, 웨딩홀을 예약하는데 인기 있는 곳의 황금 시간대는 1년 전부터 예약이 차 있다는 이야기를 상담원에게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결혼을 산업적인 측면에서 보면 어떨까요?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결혼은 자신의 일로 닥치기 전에는 큰 관심이 없는 편입니다. 결혼 전에는 청첩장 모임을 해도 어떻게 만났니? 프로포즈는 어떻게 했니? 신혼여행은 어디로 가니? 를 당사자가 오는 사람마다 설명하고 술이나 퍼마시다 끝나게 되죠. 연예인의 결혼 소식이 오히려 더 흥미로운 소식이 됩니다. 이혼이라면 그보다 세배쯤 더 관심이 가구요.
'17년 국내에서는 연간 총 26.5만건의 혼인신고가 있었습니다. 결혼 후 바로 혼인신고를 하지 않더라도, 통상적으로 출산과 동시에 혼인신고를 하게 되니까 어쨌든 반영이 되겠죠. 반면,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채로 이혼하는 경우에는 통계에 잡히진 않겠네요.
산업적인 측면에서는 아무래도 결혼식에 주목하게 됩니다. 결혼식이라는 행사 자체를 위하여 많은 비용을 쓰고 있기 때문이죠. 사실 웨딩홀부터 스드메 등등이 다 결혼식 하루를 위한 것이니까요. 혼인신고와 결혼식을 구분해보면 결혼식을 하지 않고 혼인신고만 하는 경우와, 결혼식은 했지만 혼인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감입니다만 아무래도 후자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17년에 혼인신고에 후자를 더한 대략 28만건의 결혼식이 열렸을 것 같습니다.
평균적으로 결혼 전체에 소요되는 비용이 신혼집을 포함하여 2.6억원 정도가 된다고 하네요. 신혼집은 엄밀하게 말하면 웨딩 산업의 영역이라고 보긴 좀 어렵고, 결혼식이 핵심이면서 이와 부대한 일련의 결혼과정에서 소요되는 비용만을 추산해보면 결혼 당 약 4~6천만원 수준이라고 합니다. 상견례, 웨딩홀, 스드메, 혼수(가전 포함), 예단예물, 신혼여행, 청첩장, 이바지, 함, 축가, 주례, 사회, 웨딩카, 신혼집 인테리어 등등을 합친 금액입니다.
이를 결혼준비 시장이라고 할게요. 그렇다면, 연간 결혼준비 시장은 11~17조원 정도가 되겠네요.
결혼시장에 뛰어든 플랫폼 기업을 검토하면서, 첫 질문은 당연히 '결혼이 줄어드는데 괜찮은 걸까?' 였습니다.
https://www.hankyung.com/economy/article/2017022329061
혼인 건수는 2016년에 역대 최저였는데, 2017년에는 더 적은 혼인 건수였습니다. 매년 최저치를 갱신해 나가고 있죠. (그나저나, 링크의 그래프는 엉망이네요. 세로축을 임의로 구성한, 메시지를 위해 과장한 그래프입니다.)
하지만 시계열을 좀 더 길게 가져가보면 어떨까요?
1970년 이후로 통계청에서 인구통계를 봤습니다. 사실 결혼적령인구와 결혼의 상관관계는 비교적 명확할 것입니다. 개념적으로는 결혼적령인구 X 혼인율 = 혼인건수가 되겠죠. 통계청은 조혼인율과 일반혼인율이라는 수치로 측정을 하고 있기도 합니다.
통상적으로 28세 즈음에 결혼을 한다고 가정하고(결혼 적령기는 30대 초반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래프를 옮겨보다 보니 28세가 좀 더 맞는것 같더라구요. 설명력(R Squared)도 크게 나오고) 그래프를 그리면, 위의 그래프와 같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90년 이후로 줄곧 출생아수가 줄기 시작했고, 2005년 전후하여 반등하여 잠깐 유지되다가 2010년 이후로 다시 줄어드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최근의 결혼 감소가 매우 급격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출생자수와 매칭해보면 '18년 전후부터 정체 후 다시 완만한 감소로 보입니다. 결혼이 감소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추세로 급격히 감소하진 않을 것이란 거죠.
혼인 건수는 단순히 인구에 비례하진 않지만, 가장 결정적인 변수일 겁니다. 큰 틀에서 우리는 출생아수 통계를 가지고 있으므로 약 28년 후(결혼적령인구로 가정한)의 결혼건수를 추정해볼 수 있겠죠. 회귀분석의 상관계수를 곱해보면 2040년에는 대략 18만건의 혼인 건수가 예상되네요.
단순히 지금 결혼에 쓰는 비용을 곱하면 '40년까지 완만히 감소한 시장규모는 7.5~11.3조원 정도가 되겠고(여전히 크죠!?), 보수적으로 혼인율도 더 줄어들고, 결혼비용도 더 줄어든다고 하더라도 현재시점 기준으로 실질 화폐가치로 약 5조원 정도는 될거라고 추정합니다. 재혼이 늘어난다면 이 수치는 더 커지겠죠. (어쨌든 두명이 한번 결혼하던 것을 1.5번(1명 재혼+1명 초혼) 또는 2번(둘다 재혼) 하게 되니까요.)
사실 5조원 정도라면 상당히 큰 크기입니다. 누군가가 거래액의 1%만을 중개한다고 해도 500억원이 되니까요.
일반적으로 시장의 성장은 기업들에게 우호적인 환경입니다. 더군다나 수요초과(수요>공급)인 경우에 산업 내 기업은 경쟁을 덜하면서, 매출을 성장시키기도 수익성을 높이기도 좋습니다. 산업의 진입장벽이 매우 높다면, 산업 내 기업들은 시장 성장의 수혜를 듬뿍 받을 것입니다.
하지만 새롭게 출현하는 플랫폼 기업의 경우에는 꼭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특히, 본질적으로 수요자들을 확보하고 이들에게 공급자들을 광고하고 중개하는 서비스들의 경우는 더욱 그렇습니다. 이러한 플랫폼의 매출원은 대체로 공급자가 제공하는 광고대가인데, 공급자들은 수요초과인 상황이라면 굳이 비용을 들여 플랫폼을 통하여 광고를 하거나, 고객을 확보할 이유가 없어질 수도 있거든요. 가만히 있어도 고객들이 굴러들어온다면 말이죠.
그러나 시장이 줄어들고 경쟁이 치열해지면, 공급자들은(특히 영업용 고정자산 비중이 높을수록) 어떻게든 고객을 유치하고자 광고에 나서겠죠. 수요자들 입장에서도 많은 사업자가 난립하면서 거래조건을 두고 경쟁하게 되는만큼 정보를 비교하고자 하는 욕구도 늘어날 것이구요. 그렇다면 오히려 이를 중개하는 플랫폼이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오히려 시장이 축소가 진행될수록 플랫폼 기업의 성장 가능성이 커질 수도 있는 것이지요.
이 경우에는 중요하게 봐야 할 것은 시장의 성장 자체보다, 줄어드는 시장에서 시장의 절대 규모일수도 있겠습니다. 시장이 줄어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정도 크기를 유지하는지 봐야하겠죠. 당연한 말이지만 매년 줄어들어서 없어지는 시장이라면 절대 들어가면 안되겠죠. 대체로 최근의 몇년의 경향을 보고 앞으로도 계속 그러한 성장률(마이너스)을 유지할 것이라고 받아들이기 쉬운데, 핵심적인 독립변수를 찾아내면 시장 크기의 하한을 찾아봐야겠죠. 위험을 과대평가하여 좋은 기회를 잃는 것은 아쉬운 일입니다.
때문에 플랫폼 기업을 분석할 때에는 단순히 목표시장의 규모나 성장성에 한정하여 분석하는 것은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목표시장의 정의도 구체적으로 해볼 필요가 있고, 이 목표시장의 규모와 상하한도 파악해봐야 하고 해당 시장의 공급자와 수요자의 각각의 특성과 다이나믹스를 면밀히 분석해야 합니다. 나름의 Framework를 발전시켜 나가봐야 하겠죠. 다음 글에서는 이 부분을 중점적으로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by 투자노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