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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리골드 Jan 31. 2020

욕 먹는 VC들의 유형 Top 5

빌런이 되지 말아야지...


친해진 스타트업 대표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종종 "어떤 투자사가 좋고 싫으세요?”라고 물어본다. 좋은 투자사는 ‘투자 해주는 투자사’가 압도적으로 많은 관계로, 안 좋은 투자사의 유형들 중 많이 들어본 것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i) 자아 성찰의 목적이기도 하고, (ii) VC 분들 모두 훌륭하시겠지만 혹시나 본인이 실수한 부분은 없을지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도 좋겠고, (iii) 혹시 이 글을 보게 되는 스타트업들은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유형별 공략법(?)도 간단히 제시해볼까 한다.




1) 답정너 유형 ("난 안 쓸 것 같은데...")


"응 아니야 그거 안돼~ 응 내가 맞아~"


개인적으로 가장 별로라고 생각하는 유형인데, 만나서 열심히 사업과 회사에 대해 소개를 했는데,

‘저는 안 쓸 것 같은데요?’라고 말하는 심사역들이 생각보다 많은 것 같다.

최근에 들은 일화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모 OTT 서비스 IR 자리에서 연세가 조금 있으신 모 투자사 상무님의 "사람들이 TV를 두고 굳이 핸드폰으로 영화를 볼까요? 화면도 좁고 저는 안 볼 것 같은데…"였다.

> 문제인 이유 :

    본인이 가장 일반적인 사람이라는 착각 (위 사례에서는 사실 그 반대에 더 가깝다)

    좋은 피드백은 커녕 피드백 자체가 아님

    o/x로 채점을 하는 경솔한 태도

> 유형 공략법 :

"그렇게 생각하시는 근거가 있으실까요?", "실제로 지표는 이렇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저희가a,b,c를 검증해서 보여드리면 될까요?"



2) 꼰대멘토 유형 ("Latte is horse...")


"요즘 스타트업들은 화이팅이 없어 화이팅이..."


답정너 유형과 굉장히 높은 correlation을 가진다. 답정너 스타일이면 높은 확률로 꼰대 스타일이기도 하다.

스타트업과 미팅을 했는데, 1시간 미팅 중에 VC 심사역이 (질문이 아니라) 말한 비중이 1/3 이상이면 이 유형일 확률이 높다. 보통 이런 이야기들이다 - 본인이 사업 했을 때 어떻게 고생을 했고, 본인이 투자한 팀은 본인 조언을 듣고 얼마나 잘 됐고, 영업은 어떻게 해야하고, 사업은 어떻게 해야하고, 빅데이터는 어쩌구저쩌구...

> 문제인 이유 :

애초에 스타트업은 멘토링/조언/경험담을 요청한 적이 없음

스타트업 입장에선 별로 와닿지도 않고, 투자 안해줄거면 빨리 시마이 하고 돌아가서 일하고 싶음

이런 미팅에서, VC의 조언을 듣고 회사의 전략이나 방향이나 대표의 생각이 바뀔 확률은 1%도 안됨

> 유형 공략법 :

이건 공략법이 없다, 왜냐하면 조금이라도 기분을 상하게 하면 엄청나게 극대노하시기 때문. 그냥 다시 만나지 않아야 한다.



3) 백문백답 유형 ("혹시 이 자료도 있으세요?")


"이거는요? 저거는요? 이건 왜라고 하셨죠?"


이거는 그래도 어느 정도 관심이 있을 때 나오는 유형이다. 질문 많은건 꼭 나쁘다고 할 수 없지만, 너무 쓸데 없는 질문을/반복적으로/산발적으로/많이 하고 있는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특히, 미팅 이후 수십 개 질문을 받아서 자료도 찾아주고 맞춤법까지 신경쓰며 답을 달아줬는데 그 이후로 심사역이 피드백도 안 주고 사라져버리면 너무 화가 날 수밖에 없다.

> 문제인 이유 :

날카로운 고민의 부재로 인해 발생하는 현상. 심사역이 핵심 가설, 핵심 이슈 1-2개를 뽑아내지 못하면 산발적으로 수십개의 질문이 나오게 된다.

일하기 바쁜 스타트업에게 마치 투심 보고서를 대신 써달라는 듯한 느낌. 스타트업은 돈 만큼이나 시간이 부족하다!!!

질문이 끊임없이 계속 나오는 경우는 어차피 결국 투자가 안되는 case가 많아 보인다...

> 유형 공략법 :

사업의 핵심과 본질을 건드리는 질문들만 추려서 먼저 답변하는 것을 추천한다. 그리고 좀 깔아뭉개보다가 사업에 덜 중요해보이는, 짜치는, 검색하면 나오는 질문들에 대한 답을 재차 요구하면, 답변은 하되 다 모아놓고 FAQ 세트를 만들어놓기... (다른 vc가 또 물어볼 것이다)



4) 눈치게임 유형 ("A 투자사가 투자하기로 했나요?")


"쟤네가 해? 뭐가 있나... 우리도 해야하나?"


A라는 투자사가 투자 의향을 밝혔다는 소식을 듣고 그제서야, "(그렇다면) 우리도 같이 하겠다", 혹은 "A한테 받지 말고 우리한테 받아라"라고 하는 경우도 자주 보이는 것 같다. 전략적 이유로 A 투자사가 꼭 공동 투자사로 들어왔길 바랬거나, 스타트업이 모집하는 금액 중 일부밖에 하지 못해서 공동 투자사를 껴야만 하는 경우가 아니면, 이런 케이스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 문제인 이유 :

스타트업에 투자 결정을 하는 데에 있어서 가장 큰 영향을 다른 투자사에게서 받는다면, 그 투자사의 존재 의의 및 가치는 도대체 무엇일까...?

> 유형 공략법 :

고를 수 있는 입장이고, 눈치 보던 투자사가 엄청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경우가 아니면 문전박대 해버리길!!!!! "당신 돈 안 받아요~ 그러게 빨리 말씀 주시지 여태 뭐하시다가~?"

(스타트업 대표님들 진짜 이렇게 하시진 않으실거죠...?)



5) 전남친 유형 ("잘 지내시죠?")


"못 뵌지 오래됐네요, 열심히 하고 계시죠?"


투자 결정을 기약 없이 미루고 나서 간을 보고 있거나, 이미 drop은 했는데 계속 미련이 남는 투자사가 보이는 유형이다.

뭔가 아쉬움은 남아서 계속 지표나 성장 추이를 지켜보면서, 혹시라도 상황이 급격히 바뀌면 다시 검토를 해보고 싶은 경우다. 남자가 술 취해서 전여친에게 ‘자니?’라고 보내는 것과 매우 유사하다. 뚜렷한 목적이 없고, 다음날 크게 바뀌는 것도 없다.

> 문제인 이유 :

심사역에게 명확한 action item과 goal이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어떤 상태가 되면 투자를 할 수 있을지를 본인도 모른다)

남주기는 아깝고 본인 하기는 싫고...

> 유형 공략법 :

투자 검토가 길어지거나, drop이 된 경우, 가장 걸림돌이 되었던 부분을 물어보고, 어떤 상태/상황이 되면 투자가 가능해질 수 있을지를 명확히 확인하고, 그 goal을 달성했을 때 다시 해당 vc를 찾아간다.




쓰면서도, 나 스스로도 꼰대 유형일 때도 있고 전남친 유형일 때도 많은 것 같아서, 부끄럽다. (그래도 1,3,4만은 확실히 아니라고 믿고 싶다)

타고난게 이래서 천사 같은 VC는 못 되어도 욕 먹는 VC는 되지 말아야지, 빌런은 되지 말아야지!!!


VC분들 성투하시고, 스타트업분들도 번창 하시는 한 해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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