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글을 쓰냐는 물음에, "오늘의 글은 나만이 쓸 수 있어서."라고 얼마 전 답한 일이 있다. 그렇게는 생각해보지 못했다는 반응들이 돌아왔다. 가끔 몇달 전 쓴 일기의 내용에 놀랄 때가 있다. 내가 이렇게 생각을 했었다니? 내가 쓰지 않은 순간들은 왜곡되고 열화된 기억으로만 더듬거리는 수 밖에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하루하루의 감상을 많이 남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에세이는 필연적으로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야 하므로, 불특정 다수가 보는 이 곳에 올리기는 어려운 지점에 도달하고 말았다. 노트와 어플에만 글이 쌓여간 이유고, 꾸준해야 할 동기 하나가 사라져 띄엄띄엄 글을 쓰게 된 핑계다.
또 다른 핑계 하나.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운동에 의존하고 있다. 사색보다는 활동에, 침잠보다는 활력에 의탁하는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생각해보면 사색이 창작의 필수 영양소인 것 같다. 사색이 줄어드니, 글도 음악도 예전만큼 자주 쓰지는 않는다. 혈액순환과 호르몬 대사로 전혀 스트레스를 느끼고 있지 않다. 스스로의 고민, 슬픔, 감정 덩어리, 그런 것들을 들여다보면 그것들이 더욱 커지는 것 같아서이다. 하지만 그것을 마주하며 풀어내는 것이 정말 어려우면서도, 스스로에게 가장 건강한 길이라는 생각도 든다. 스스로의 감정들을 대면할 자신이 없어 외면하고, 다른 길을 통해 앞으로 나아가는 나의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다.
아무튼 의식해서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글쓰기 모임에 들어갔다. 일정 금액 보증금을 달아두고, 매주 올라오는 주제에 대해, 혹은 자유로운 주제에 대해 글을 올리는데, 지각이나 결석을 하면 보증금을 차감하는 방식의 비대면 모임이다. 아직까지 딱히 지각이나 결석을 한 적은 없다. 오히려 조기출석을 하는 편이다. 언제나 그래왔듯 글쓰기는 즐거운 일이고,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다. 그렇게 쓴 글들은 불특정 다수들에게도 보여줘도 될 것 같아, 여기 브런치에 실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