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일정이 없는 하루

by 박찬학

아침 6시에 눈을 떴지만

화장실을 다녀오고

담배를 한대피고

다시 이불 속에 들어가

유튜브와 넷플릭스를 들여다봅니다.


8시가 다 되어서

함께 살고 있는 시츄 뭉치와 함께 산책을 나갑니다.

2시간 동안 이불속에서 빈둥거린 이유입니다.

매일 가는 산책인데 버티고 버티다 나갑니다.

벌써 벚꽃이 활짝 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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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을 다녀와야 나의 하루가 시작됩니다.

노트북을 켜고 오늘 하루를 시작합니다.

강아지는 보통 높은 곳을 무서워한다고 하는데

뭉치는 늘 책상 위에 올려달라고 합니다.

그래서 이제 책상 한편은 뭉치의 낮잠 장소가 되었습니다.


써야 할 글을 우선 씁니다.

최근 유료 구독자도 많이 늘어나고

여러 곳에서 유료 발행 제안이 들어오니

글을 쓰는 것이 더 좋아집니다.


그리고 쓰기 싫은 글을 씁니다.

애드센스 승인을 받은 지 2년이 넘었는데

그동안 광고 수익이 나는 글쓰기에 관심을 가지지 않다가

최근 글로 인한 소득이 늘어나니까

여기에 구글 애드센스가 보태주기만 한다면

디지털 유목민 생활을 할 수 있다는 부푼 기대를 가지며

꾸역꾸역 수익화를 고려한 정보성 글을 씁니다.


그리고 새로 제안이 들어온 회사의 창작자 등록을 하고

첫 글을 올립니다.

직업을 갖는다는 것은 그에 맞는 태도를 갖추어나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직 초기 스타트업이지만 저를 창작자로 섭외하는 과정에서의 태도를 보고

미래를 기대하는 가치를 확신했습니다.

태도가 가치가 되고 그 가치가 그 사람의 직업이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어느새 3시가 넘어갑니다.

하루가 참 빨리 갑니다.

침대에 누워 넷플릭스를 열고 보다 자다하며

휴식을 갖습니다.

다시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을 합니다.

그리고 6시가 다가오면 배달 준비를 합니다.


예전부터 전기자전거를 타고 다녀서

지난해 배민커넥터로 등록을 하고 외부 일정이 없는 날

그리고 휴일에는 배달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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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을 하면서부터

별다른 운동이나 관리 없이 그리고 식사 조절 없이

살이 빠졌고, 몸무게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정말 하기 싫은 날도 꾸역꾸역 나갑니다.

정신과 몸에 이 만큼 좋은 틈새 알바가 없습니다.

정말 나가기 싫었지만 슝 잘 나가는 전기자전거를 달리기 시작하면

기분이 정말 좋아집니다.

최근 불경기로 저녁 피크에도 콜이 잘 들어오지 않습니다.

그래도 외부 일정이 없는 날에는 저녁 피크 시간 때

한 시간 이상은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닙니다.


배달을 하기 시작하면서

내가 모르던 지역을 훤히 알게 되었습니다.

걸어서 20분 거리에 참 좋은 시장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어

아침에 뭉치와 산책 겸 가끔 가기도 합니다.

40층이 넘는 고층 아파트를 갔다가

언제 철거돼도 이상할 것 없는 4층짜리 빌라에도 갑니다.


내가 모르던 사람들의 다양한 삶들이 익숙해지고

그들의 삶에 대해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합니다.

30분을 빈 가방을 메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보니

콜 하나가 들어옵니다.

연속해서 5개의 콜이 이어지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보니

두 시간을 탔습니다.

콜 대기 시간도 있고

오늘은 유난히 조리대기도 여러 차례 길게 나와

2시간 동안 겨우 다섯 콜을 하고 들어왔습니다.

수익은 이만 이천 원 정도입니다.


이제 마지막 일과가 남습니다.

고민을 합니다.

피곤하니 집 근처 짧게 산책을 마칠까?

그래도 산책이 낙인데 공원에 길게 다녀올까?

결국 짧은 산책을 선택합니다.

뭉치에게는 미안하지만 빨리 쉬고 싶었습니다.


이렇게 외부 일정이 없는 하루를 마칩니다.




글_박찬학

그림_미드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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