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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찬학 Apr 06. 2016

4월의 첫 주

4월 4일


4월 첫 주의 월요일


참 길었다.

모든 것이 처음인 고1의 3월 한 달은 새로 해야 하는 것들과 고1 이여서 하는 것들로 빡빡한 일정이 계속되어만 갔다. 이 아이들을 만난 지 5주밖에 안되었나 싶은 정도로 3월은 바빴고 길었고 그리고 조금씩 '우리'가 익숙해졌갔다.


총학 집행부 선발, 학년회장 선거, 대의원 선거 등등을 거치면 그렇게 이제 모든 것들이 구성된 첫 주 월요일 첫 자치 시간의 처음 시작은 이우 수업의 안내로 시작되었다.



2년 전 조금씩 파편화 되어가고 이우의 교육적 가치에 대한 개별화가 심해져  학생회 참여도와 이우 교육 가치의 내면화의 부족으로 학생의 자치권 행사가 다소 무기력해지고 있다는 아이들의 스스로의 진단이 있었고 일정 부분 학교와 교사에 대한 책임을 묻는 과정이 있었다. 그런 과정을 통해  <이우수업팀>이라는 학생 자치 기구가 만들어졌고 아이들의 요구와 계획에 따라 선배 학생들의 이우 수업에 대한 안내, 교장, 교감 선생님의 이우의 역사와 이우의 교육가치에 대한 수업 등 총 3차례에 걸쳐 진행되는 과정이 만들어졌다.


4월 첫 주 월요일 1교시 자치 시간에는 <이우 수업팀> 선배들의 안내에 따라, 이우 수업의 의미와 그리고 마인드맵의 방식을 활용한 학교 생활 속에서 다양한 의문과 바램들을 작성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첫 완성형의 자치 시간


월요일 자치 2교시에는 드디어 반 학생회가 처음으로 시작되었다. 대의원에 뽑힌 민영이와 승래의 진행 속에서 일 년의 계획과 반 단위의 집행부가 만들어졌다.




한 달간의 평가가 있었고 대의원들의 일 년 운영 계획이 공유되고 그것에 따라 각자의 역할을 정하였다.


앞으로 일 년간 우리는 <하루의 산책>이라는 이름으로 돌아가며 산책을 같이 하기로 했고, 국영수 스터디가 아닌 예체능 스터디를 결성하기로 하고  피아노, 기타, 농구, 보드, 미술 등 다양한 신청이 이어졌다.


그리고 우리는 이벤트팀/숙제알리미팀/소풍. MT 준비팀/산책팀/총무/버킷리스트 실현팀 등으로 총학 집행부를 하는 아이와 대의원을 제외하고 각자 한 가지씩 역할을 맡았다.


그렇게 우리는 일 년의 계획과 구성을 마쳤다.


                                    각 팀의 역할을 결정하는 치열한 접전 과정. 가위바위보



그날 오후


나만큼 아이들도 참 바빴다. 그리고 계속 바빠지는 길을 선택하고 있다. 총학집행부 선출부터 시작해 벌써 5월에 있을 체육대회 준비위원 선출이 끝났고 예술 진로를 희망하는 2학년 아이들 중심으로 기획된 예술 주간의 준비위윈도 선출하고, 이우고등학교 언론 자치 기구인 <내배타> 위원들도 모집 중이며 그리고 세월호 준비위원회가 구성중이다. 유난히 이런 활동에 참여도가 높은 우리 아이들은 거기에다 <아름다운 재단>과 <트레블러스 맵>이 공동 주관하는 <길 위의 희망 찾기>라는 여행 프로젝트 공모전에 지원하여 준비하고 있다.



사실 이건 이우 학교 안에 머물러 안주하지 말고 이우 밖의 세상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경험 들을 해봤으면 하는 바램으로 내가 정보를 제공하고 권유한 작은 시작이었다. 그러나 막상 시작해보니 자필 작성이 필수인 서류를 포함해 수십 장의 서류 작성이 필요한 험난한 과정이었다.

승래, 동준, 민영, 가윤, 승헌, 유경, 유니, 예환이가 참여 중이며 오늘(화) 저녁에 지도교사가 제출해야 할 서류를 아이들에게 전해주고, 내일 마감까지 잘 마무리 짓기를 당부하며 퇴근을 하였다.




한 달을 기록을 하며


지난해부터 한계가 너무 뚜렷한 지면 기록 방식을 벗어나 어떻게 하면 아이들의 교육활동을 새로운 방법으로 기록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왔다. 그래서 올해 영상제작 동아리를 맡았고 한 달 동안 내가 너무 욕심을 부리나 싶을 정도로 동아리 아이들을 채근하며 지난해 영상들을 정리하고 올해는 학교 활동의 영상 기록들을 새롭게 정리하는 방식을 시도 중이다. 그리고 이렇게 우리 반 아이들의 교육적 일상을 꾸준하게 기록해보고자 했고, 그 외 학교의 중요한 교육활동과 총학의 주요 발간물도 따로 정리 중이다.

브런치라는 툴에서 가능성을 엿봤고, 그러다 보니 올해 운영하는 매거진만 4개다.

사실 아이들과 학부모님들과 함께 교육 교육활동을 기록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협업적 글쓰기 가능한 브런치를 택했던 것이고, 브런치의 효율적인 글쓰기 시스템도 만족스러웠다. 그런데 브런치 작가 되기가 싶지만은 안나보다.(내가 돼서 그렇게 어렵지 않을 줄 알았다 ^^)

아직 '협업을 통한 기록'의 목적을 달성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계속 시도를 해보며 가능성을 실현해보고자 한다.


성장을 기록한다는 것과 기록하며 성장한다는 것


 사실 출판물로서 그다지 성과를 보지 못하면서도 이우학교에서 한정된 예산에 조약한 지면 출판을 하는 이유는  기록의 중요성도 있겠지만 기록을 통한 교육적 성과를 포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기록'에 의미를 두며 시작한  소위 브런치질을 하다 보니 '글쓰기'의 중요함을 새삼 느낀다.

'의미를 정리하는' 글쓰기는 다시 '정리를 통한 재의미화'가 이루어진다. 지난번 대전 원도심 답사의 정리 글을 아이들에게 공유하니 한 아이가 '갑자기 더욱 meaningful 해 지는 느낌'이라는 메시지를 보내왔고 요즘 우리 반 아이들은 내가 사진을 찍고 있으면 '브런치에 글쓰꺼리가 생기셨네요'라고 말한다. 브런치에 그 의미를 다시 정리하기 위해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브런치에 글 쓸 꺼리를 찾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성장을 글로 남기는 것뿐만 아니라 내가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성장하기 위해 글 쓸 만한 것들을 시도해보고자 한다. 그렇게 올 한 해 일 년 동안 '글 쓸 거리가 끊이지 않는' 우리 아이들의 이야기들 만들고자 한다. 그리고 꼭 협업을 통한 기록을 시도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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