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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맹 Mar 22. 2022

학교 준비반, 장애 아이 학교 보내기 3

학교 보내기 마지막 미션, 학교 준비반 그룹 수업

¶ 일반학교 도움반 입학을 앞두고 방학 단기 준비반 수업


아이는 작년 봄부터 그룹 활동을 하고 있었다.


또래인 7세 아이들 네 명이 함께

언어와 감각통합(작업) 치료 두 개를 병합하여

1시간 20분 활동하고 개별 상담하는 방식인데,

토요일 오전 수업을 격주로 진행하고 있었다.


사실 작년 봄 그룹 치료를 시작할 때

곰이는 말도 전혀 하지 못하고,

공동주시(joint attention)나 신체활동(대근육, 소근육 모두) 수준이

그룹 활동을 무난히 소화할 수 있는 상태는 아니었다.

한 번 같이 해보자는 다른 엄마들의 배려가 있었고,

아이의 언어 선생님도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응원해 주셨다.

무엇보다 무발화 아이한테 그룹 치료 기회가 쉽게 오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에라 안 되면 쫓겨나고 말지, 하는 마음으로 참여했다.


아이가 워낙 예민하고 동기 부여가 안 되는 성격인 걸 알았기에 큰 기대는 없었다.

그저 또래 친구들이 하는 걸 보면서 

줄서기나 순서 지키기라도 익히고,

활동 시간에 이탈하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정도라도 하자.

대기실에서 놀다가 장난감도 좀 빼앗겨 보는 일이,

외동인 곰이에게는 꼭 필요한 사회 경험이기도 했다.


의외로 아이는 그룹 수업 가는 걸 좋아했다.

줄넘기도, 쿠키 만들기도, 가면 쓰는 것도 잘 못했지만

친구들과 줄지어서 신나게 교실에 들어갔다.

동대문을 열어라도 즐겁게 하고,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이름표도 떼 오고,

못 만지던 미역도 집어서 풀칠해 붙이게 됐다.

보통은 별것 아닌 일이겠지만,

곰이에게는 엄청난 변화였다.


2022년 1월, 주말 그룹수업 중인 곰이


임상적으로 발달장애 아이들이 눈부신 성장을 보여준다는 만 5세이기도 했다.


  - 스기야마 토시로, 

     <부모를 위한 발달장애 이야기> , 2007.

일반적으로 네 살 전후의 유아기가 가장 힘들고, 다섯 살 무렵에 의사소통 능력이 눈부시게 발전하고,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지시를 잘 따르게 되고 상황 이해력도 향상되고 문제행동도 줄어드는 황금시대가 온다. 초등학교 고학년은 일생을 통틀어 가장 잘 성장하는 시기다. 다섯 살과, 열 살에서 열두 살까지 이 두 시기는 의사소통 능력이 비약적으로 향상하는 시기인 만큼 대인관계도 확실히 성장한다.  ~ 책 97쪽 발췌.


거짓말처럼 치료실과 어린이집에서 동시에 착석이 되기 시작했다.

손도 대기 싫어하던 스티커를 붙이면서부터

풀칠, 오리기, 쓰기, 그림 그리기, 점프, 트램펄린 타기, 흔들다리 건너기까지

아이는 지난 몇 년 동안 시도조차 힘들어하던 일들을

마치 기다리기라도 했던 것처럼 척척 하기 시작했다.

발화만 제외하고. ^^


아이가 크게 성장하는 시기에 그룹 활동을 시작한 건

행운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의 발달을 촉진했느냐의 문제는

정확하게 효과를 가늠할 수 없는 일이지만,

결과적으로 아이에게 좋은 영향을 주었다는 면에서

아이 아빠도 만족스럽다는 이야기를 종종 한다.


나 또한 비슷한 성향의 다른 또래 아이들을 보고

또 그 엄마들과 소통하면서

아이에게 어떤 훈련이 더 필요한지,

치료의 방향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알게 된 것들이 많다.

자극이 됐고, 응원도 받고, 또한 마음의 위안을 얻었다.

무엇보다 그동안 그렇게 목말라했던,

아이 문제를 의논할 수 있는 동료가 생겼다.



방학 단기 특강으로 학교 준비반을 만들었다.


아이들의 학교 배치가 결정되고,

12월에 들어서자 엄마들은 마음이 분주해졌다.

곰이의 짝치료 문제로 고민을 얘기하다가,

우리는 결국 방학 단기 특강을 만들게 되었다.

유치원에 다니는 다른 친구들은 12월에 졸업을 했고,

오후에는 모두 개별 치료 때문에 바쁘니,

일주일에 한 번씩 오전에 학교 준비반 그룹 수업을 하자.


우리는 그룹 치료를 진행하고 있는 센터에서

언어치료사 선생님과 함께 

총 10회기의 단기 학교 준비반 그룹 수업을 만들었다.

반 인원은 7세 아이들 4명,

초등입학준비 교재를 이용하여 학교생활을 익히는 내용으로

50분 수업, 집단상담.


학교준비반 교재


결정부터 첫 수업까지 일주일이 채 안 걸렸다.

그 사이 엄마들은 아이의 가방, 실내화, 필통, 노트, 필기구, 학용품을 마련해

네임스티커를 붙이는 작업까지 마치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지금 생각하면 다들 대단하다.



아이는 새 책가방을 메고 첫 수업을 갔다.


영문도 모른 채 새로 산 책가방을 메고

그냥 드나들던 센터 교실에 실내화를 갈아 신고 들어갔다.

자기 학용품에 네임스티커를 붙여보는 것부터 시작해

교실의 학년과 반을 보는 법,

도서관, 급식실, 보건실의 존재,

손 들고 이야기 하기, 화장실 가기 등

학교생활을 조금씩 미리 맛보고 있는 중이다. 


학교 준비반 일일 수업계획서


12월부터 지금까지 총 5회 수업을 했으니 벌써 반을 왔다.


곰이는 아직도 실내화 갈아 신는 시간이 아주 오래 걸리고,

친구들보다 오리고 붙이고 쓰는 속도가 많이 느려서

거의 매번 숙제를 받아가지고 나온다.

그래도

교실에 들어가 가방을 열고,

선생님 지시에 따라 책을 꺼내 페이지를 찾아 펼치고,

필통에서 가위나 연필을 꺼내 주어진 과제를 하고,

가방에 자기 물건을 챙겨 넣어선

쭐래쭐래 친구들 뒤를 따라 나온다.


대견하다 못해 감사하다.


2022년 1월, 학교 준비반 수업 중인 곰이


알고는 있다.

이렇게 해도 막상 학교라는 낯선 곳에 가면

다시 원점부터 시작하리란 것.

예기치 못했던 실수가 나올 것이고,

아이의 성격상 크게 당황할 테고,

말 못 하고 느리고 예민한 곰이를

같은 반 아이들 모두가 그럴 수 있다는 눈길로 봐주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잊지 마, 아들.

느리지만 너는 할 수 있어.

해왔던 대로 하면 돼.

네가 할 수 있다는 걸 엄마는 알고 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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