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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관웅의 tellmewine Mar 01. 2019

[화제의 와인] 끌로 듀브레일, 한국 입맛도 사로잡을까

프랑스 생떼밀리옹의 떠오르는 컬트와인.. 파커 “보르도의 빅보이”

프랑스 보르도의 컬트 와인으로 유명세를 얻고 있는 ‘끌로 듀브레일(Clos Dubreuil)’이 국내에 들어온다.   


끌로 듀브레일은 보르도 지롱드강 우안 생떼밀리옹 지방에 위치한 신생 와이너리로 프랑스에서도 알아주는 와인 명문가인 트로카 가문의 아들인 브노아 트로카가 새롭게 와이너리를 만들어 생산하는 컬트 와인이다.      


트로카 가문은 1620년부터 400년 넘게 가족경영을 통해 와인을 빚어온 명문으로 100㏊에 달하는 포도밭 관리는 물론 와인 메이킹 작업까지 직접 맡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브노아 트로카는 2001년 가족이 경영하는 와이너리와 떨어진 생 크리스토프 바르도라는 곳에 0.45㏊ 규모 땅을 매입해 포도를 재배하며 2002년 끌로 듀브레일 브랜드를 만들어 첫 생산을 시작했다.   

  

 오가닉 인증보다 더 어려운 테라 비티스 인증. 격식 깬 실험정신 와인에 그대로 녹아들어     


끌로 듀브레일이 생산되는 이 땅은 생떼밀리옹에서도 좋은 땅으로 소문난 곳으로 프랑스 내 와이너리 중에서도 2% 이내의 와이너리만 취득했다는 ‘테라 비티스’ 인증을 받았다. 테라 비티스 인증은 일반 와이너리들이 홍보하는 ‘오가닉’ 인증보다 훨씬 까다로운 것으로 토양 관리부터 재배, 숙성, 병입까지 와인 생산에 필요한 모든 과정을 인증을 받아야 하며 매년 새롭게 평가해서 인증 유지 여부를 결정한다.      


오가닉 인증이 땅에 대해서 유기농 관리법을 적용하는 것이라면 테라 비티스는 토양부터 와인이 병에 들어가 코르크로 밀봉될 때까지 그 와인의 병에 대해 인증을 하는 것이어서 높게 평가받는다.    


브노아 트로카는 전통적인 와인 스타일을 바탕으로 격을 깨는 새로운 실험을 도입하면서 보르도 와인업계에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프랑스 AOC에 의해 메를로 기반의 와인만 생산되는 생떼밀리옹 지역에서 상식을 뒤집고 샤르도네를 재배해 성공을 거둔 것을 비롯해 여러 가지의 도전적인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파격 속에서도 그가 가장 중시하는 요소는 ‘밸런스를 갖춘 맛있는 와인’이다.      


끌로 듀브레일이 이번에 국내에 론칭하는 제품은 3가지다. 생떼밀리옹 최초의 샤르도네 와인인 ‘듀브레일 샤르도네(Dubreuil Chardonnay)’, 생떼밀리옹 최상급 컬트 와인으로 평가받는 ‘안나 드 끌로 듀브레일 생떼밀리옹(Anna de Clos Dubreuil St-Emilion )’, 출시 6년 만에 프랑스 최상급 컬트와인이자 생떼밀리옹을 대표하는 아이콘 와인으로 올라선 ‘끌로 듀브레일(Clos Dubreuil)’이다. 


사진 왼쪽이 끌로 듀브레일이고 오른쪽은 안나 드 끌로 듀브레일. 끌로 듀브레일은 진하고 규형 잡힌 맛이 일품이고 안나는 상큼한 산미와 잘 녹아있는 타닌이 정말 매력적이다.

   


■듀브레일 샤르도네 2016     


끌로 듀브레일이 2013년부터 생떼밀리옹에서 처음으로 생산한 샤르도네 와인이다. 프랑스 AOC상 보르도에서는 화이트 와인을 만들 때 세미용과 쇼비뇽블랑으로만 규정돼 있지만 듀브레일 샤르도네는 생떼밀리옹 등급을 포기하고 샤르도네 100%로 제조한 와인이다. 알코올 도수는 12%다.      


잔에 채워지는 색깔은 쇼비뇽 블랑과는 확실히 다른 황금빛이 더 강하다. 잔을 타고 올라오는 향기는 상큼한 과일향이 주를 이뤄 무겁지 않을 것이라는 느낌을 준다.    


생떼밀리옹에서 샤르도네로 처음 빚은 와인이다. 처음엔 외면받다 지금은 최고급 와인으로 귀한 몸이 되었다. 

  

입에 살짝 머금으니 새콤한 맛과 약간의 탄산 느낌도 다가온다. 상큼한 향과 약간 도드라지는 산도가 쇼비뇽 블랑과 닮기도 했지만 이보다는 분명 묵직하다. 그렇다고 산도가 둥글거나 바닐라향이 가미된 부르고뉴의 미끈한 샤르도네와는 또 다르다.      


또 삼키고 난 뒤에는 약간의 오크 터치도 느껴진다. 쇼비뇽 블랑의 발랄함과 샤르도네의 고급스러운 맛이 잘 조화됐다고나 할까. 밸런스를 지키면서 여러 가지 맛의 개성을 살린 훌륭한 와인이다.      


보르도 현지에서는 샤르도네로 화이트 와인을 만든다고 할 때 소믈리에들이 쳐다보지도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출시되자마자 바로 매진을 기록하며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에만 선별해 소량씩 들어가는 고급 와인으로 자리 잡았다.      



서빙되고 있는 듀브레일 와인. 앞에 있는 사람이 끌로 듀브레일 오너이자 와인 메이커인 브노아 트로카.



■안나 드 끌로 듀브레일 생떼밀리옹 2014    


안나 드 끌로 듀브레일은 생떼밀리옹의 그랑크뤼 등급으로 전형적인 생떼밀리옹 와인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컬트 와인이다. 메를로 90%와 까베르네 프랑 10%로 만들었다.      


끌로 듀브레일에 이은 세컨드 와인이지만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일반적으로 최고급 와인을 만들기에 포도의 품질이 못미치거나 포도나무의 수령이 어릴 경우 세컨드 와인을 만들지만 이 와인은 안나 와인만을 위한 별도의 밭에서 생산되는 와인이다. 즉, 보르도의 세컨드 와인이 아니라 밭으로 구분해 그랑크뤼 밭과 프리미어크뤼 와인을 생산하는 부르고뉴 와이너리와 더 닮아있다.      


오너이자 생산자인 브노아 트로카는 안나 드 끌로 듀브레일 생떼밀리옹에 대해 “끌로 듀브레일을 마시고 싶지만 좀 더 저렴한 가격에 접하고 싶어 찾는 와인이 아닌 성격이 완전히 다른 별도의 와인”이라고 설명했다.     

 

상큼한 산도와 그 속에 숨은 둥근 타닌감. 이거 메를로 와인으로 빚은 거 맞나 


잔에 쏟아지는 와인의 색깔은 생떼밀리옹의 전형적인 빛깔이 아니다. 맑은 루비색을 띠며 이미 잔에 부딪혀 흘러내리는 방울에서 질감이 무겁지 않다는 것을 직감케 한다.      


입에 넣고 굴려보니 역시 혀를 감싸는 느낌이 가볍다. 찐득하게 혀를 누르는 그런 맛이 전혀 아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산도가 확 올라온다. 달치근 한 메를로로 만들었지만 도드라지는 산도에 살짝 놀랄 만도 하다. 아마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한다면 산도가 좋은 이탈리아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라고 순간 착각할 수도 있겠다.     

 

과실 향도 신선하며 탄닌은 두드러지지 않게 둥근 모습으로 부드럽게 들어온다. 미네랄 느낌도 강하다. 와이너리의 설명에 의하면 포도밭의 밑바닥이 완전히 석회암 토양으로 이뤄져 있고 이제 막 포도나무들이 거친 석회암을 터치하기 시작해 미네랄리티가 좋다는 것이다.    

  


■끌로 듀브레일 2015     


2002년 빈티지를 생산한 이래 불과 6년 만에 보르도 생떼밀리옹의 최상급 와인으로 올라선 컬트 와인이다. 메를로 90%와 까베르네 프랑 10%가 블랜딩 됐다. 알코올 도수는 15%다. 2008년에는 로버트 파커가 95점의 점수를 주며 새로운 거라쥐 와인으로 등극했다. 두꺼운 바디감과 다채로운 과실 향에 여러 가지 오크향이 잘 어우러진 와인이다.      


와이너리 관계자에 따르면 로버트 파커가 “최근 마셔 본 생떼밀리옹 와인 중 가장 섹시한 와인이다. 7~8년 안에 다시 시음한다면 더욱 좋아질 것”으로 평가했다고 한다. 실제로 디캔터에 옮겨진 후 빈병을 코에 대니 먼저 여러 가지 꽃향기와 함께 가죽 향과 연필심 향을 비롯한 부케가 강하다.    

 

찐득하고 검붉은 색깔부터 혀에 묵직함 느껴져. 화려한 아로마에 갖가지 부케향이 매력적     


잔에 따라보니 검붉은 색깔이 전형적인 생떼밀리옹 와인의 모습을 보인다. 역시 세련되고 풍부한 과실 향을 기반으로 꽃향도 강하다. 아로마 못지않게 부케도 화려하다. 와이너리가 이 와인에 프랑스에서 생산되는 최고급 떡갈나무로 만든 T5 오크통을 쓴다고 한다. 부케가 좋은 이유이기도 하다.     


입에 조금 넣고 굴려보니 찐득하게 혀에 떨어지는 질감이 상당히 무겁고 진하다. 산도와 탄닌도 도드라지지 않지만 균형감을 정말 잘 이루고 있어 고급스럽다는 느낌을 준다.


끌로 듀브레일 병과 코르크의 모습. 고급 와인에서나 볼 수 있는 길고 좋은 코르크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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