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걷기만 해도 눈물이 났다" 벚꽃 흩날리는 감성 나들이

by telltrip
제목 없음-2.jpg 보문정 / 사진=ⓒ한국관광공사 이범수


올해는 단순한 꽃놀이가 아닌, 조금 더 특별한 봄의 의미를 찾고 싶었다. 꽃비처럼 흩날리는 벚꽃 사이로 고도의 정취가 녹아 있는 경주의 봄은 단순한 계절의 풍경이 아니라, 역사와 감성이 만나는 특별한 시간이다.


보문호와 보문정

제목 없음-1.jpg 보문호 벚꽃길 / 사진=ⓒ한국관광공사 이범수


경주에서 벚꽃 명소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곳, 바로 보문호다. 저수지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경주의 대표적인 벚꽃 산책지로 자리 잡은 이곳은, 길이 4.2km에 달하는 호숫가 산책로를 따라 벚나무들이 병풍처럼 줄지어 서 있다.


봄이 오면 이 나무들은 하늘을 분홍빛 천장으로 바꾸고, 바람이 불면 꽃잎은 수채화처럼 흩날린다.



제목 없음-5.jpg 보문정 / 사진=ⓒ한국관광공사 정은영


가장 특별한 장소는 단연 ‘보문정’이다. CNN이 선정한 한국의 꼭 가봐야 할 명소 50선에 이름을 올린 이곳은 정자와 연못, 그리고 벚꽃이 삼박자를 이루는 곳이다.


호수 위에 비친 정자와 꽃잎은 현실보다 더 아름답게 눈에 담기고, 걷는 것만으로도 마치 동화 속을 거니는 기분이다. 근처에는 경주월드와 보문관광단지, 경주타워도 가까이 있어 가족과 연인 모두에게 인기다.



흥무로

제목 없음-3.jpg 흥무로 벚꽃길 / 사진=ⓒ한국관광공사 이범수


벚꽃길을 드라이브하고 싶다면 ‘흥무로’를 빼놓을 수 없다.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된 이 길은 왕벚나무가 양옆으로 줄지어 늘어서 있어, 도로 자체가 하나의 긴 벚꽃 터널이 된다. 걷는 이에게는 분홍빛 우산이, 운전하는 이에게는 꿈같은 풍경이 된다. 해가 지고 조명이 켜지는 시간에는 그 분위기가 극대화된다.


이름도 특별하다. 삼국통일의 주역 김유신 장군의 시호 ‘흥무대왕’에서 따온 길로, 길 끝자락엔 그의 무덤이 위치해 있다. 왕릉처럼 웅장한 그의 묘는 봄의 벚꽃과 함께 더 깊은 감동을 준다. 경주의 벚꽃이 단순히 계절의 풍경을 넘어, 역사와 기억을 품고 있다는 것을 이곳에서 실감하게 된다.



황룡원

제목 없음-4.jpg 황룡원 / 사진=ⓒ한국관광공사 김호열


보문호 인근에는 또 하나의 반전 매력을 지닌 장소가 있다. 바로 황룡사 구층 목탑에서 영감을 받아 재현된 ‘황룡원’이다. 단순한 전시 공간이 아니라 명상과 수행, 연수를 위한 공간으로 조성된 이곳은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벚꽃이 만개하면 전혀 다른 표정을 띤다.


탑 앞 도로는 양옆으로 벚나무가 늘어서 있어 벚꽃과 탑, 그리고 석양이 어우러지는 시간에는 누구나 셔터를 누르게 된다. 특히 해 질 무렵, 황금빛 탑과 분홍빛 꽃잎이 붉게 물든 하늘과 만나면, 한 폭의 그림 같은 장면이 펼쳐진다. 봄이 이토록 감성적일 수 있다는 것을 이곳에서 새삼 느끼게 된다.



대릉원

제목 없음-5.jpg 대릉원 돌담길 / 사진=ⓒ한국관광공사 이범수


대릉원 일대의 돌담길은 단순한 산책로 그 이상이다. 고분을 따라 700m 길게 이어진 이 길은 봄이 되면 마치 벚꽃의 바다에 잠긴 듯한 풍경을 보여준다. 천마총, 황남대총 같은 신라 시대의 거대한 고분 옆으로 벚꽃이 흩날리고, 그 아래를 걷는 이들의 걸음은 마치 시간 여행을 떠나는 듯한 느낌을 준다.


경주의 봄은 벚꽃만을 위한 계절이 아니다. 그 속에는 천 년의 시간과 기억, 사람들의 이야기가 함께 흐른다. 보문호의 잔잔한 물결 위로 꽃잎이 흩날리고, 황룡원의 탑은 노을과 함께 마음을 물들인다. 대릉원 돌담길을 걸으며 고대 신라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과거와 현재가 겹쳐진다.



제목 없음-46+6.jpg 대릉원의 봄/ 사진=ⓒ한국관광공사 박자양


봄은 늘 짧고, 벚꽃은 더욱 그렇다. 하지만 경주의 봄은 단 하루만 머물러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천 년의 도시가 피워낸 계절의 풍경은, 당신의 올해 봄을 가장 선명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그러니 이번 봄, 경주로 떠나보자. 한 장의 사진보다 더 깊게 남을 감동이 기다리고 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어딘지 왜 안알려줘?" 숨겨진 봄꽃 명소 3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