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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천수 Dec 08. 2022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삶의 쉼표를 보내며








        

아침에 일어나 느끼는 고요한 순간의 감정은 살아야 할 충분한 이유를 생각나게 하는 삶의 에너지다. 다시는 주어지지 않을 소중한 내 삶에 들어온 사람에게 자신의 느낌을 표현하고 자신이 아끼며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지 말해주자.      


고요한 순간을 즐기며 명상에 빠져 있는데, 스마트폰이 카톡이라고 소리친다. 그녀의 아침 인사와 함께 영상이 올라왔다. 유튜브의 링크를 확인하니 ‘자연은 절대 용서하지 않는다’라는 녹색 문자가 클로즈업되어 눈앞에 다가왔다. 뭐지? 하면서 영상을 열었더니 자연과의 공존을 위한 ‘리더의 실천’이라는 유튜브 강의를 카톡으로 보내왔다. 아침에 5분 투자하면 하루를 어떻게 보낼까 하는 고민을 조금 덜어준다는 말과 함께. 한 사람 한 사람의 작은 실천이 어쩌면 지구를 살릴 수도 있다는 무거운 문자와 오늘도 건강한 하루를 보내자는 인사까지.      

아침부터 지구 온난화와 환경오염에 대한 강의를 듣고 나니 머리가 띵한 것이 그녀가 보낸 카톡의 의미를 곱씹어 봤다. ‘신은 항상 용서하고, 인간은 가끔 용서하지만, 자연은 절대 용서하지 않는다.’는 스페인 속담이 머릿속을 헤집었다. 평소 뉴스와 지구 곳곳의 재난․재해 등의 영상을 접하면서 지구환경의 심각성을 인식하고는 있지만 별로 신경 쓰지 않은 일상의 작은 습관들이 떠올랐다. 그동안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은 채 대수롭지 않게 행동해 온 사소한 일들이 클로즈업되어 나의 양심을 때려 왔다.      




그녀는 그랬다. 내가 듣기론 너무 많은 일을 하고, 너무 바쁘게 돌아다니고, 너무 많은 약속을 하고, 너무 많은 계획을 세우면서 살아가는 것 같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건강하고 멋진 삶의 기회를 주려고? 그녀는 현재 뷰티, 홈케어 등 다양한 종류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세계적인 기업인 A사에 근무하면서 사람들에게 건강 전도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건강관리를 위한 영양강의는 물론 심신이 불편한 사람들에겐 상담을 통해 유익한 삶의 방법을 제공하는 카운슬러이기도 하다. 날마다 분주하게 살며 삶의 기쁨을 품어내는 그녀의 활기찬 모습에서 풀꽃같이 신선한 아름다움을 본다.

‘커리어 우먼’


카톡으로 내게 전해준 일상적인 삶의 일정표 속에 녹아있는 그녀의 유쾌한 일상은 바쁨 속에서 여유와 기쁨을 즐기는 듯하다. 일은 재미라는 생각이 그녀를 웃게 만든다. 일주일에 세 번은 미팅이며, 그중 한 번은 밤 10시가 넘어야 끝난다는 심야 미팅. 무슨 미팅이길래 그 많은 시간 동안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궁금증이 증폭하는 것은 당연하다. 물론 비즈니스와 관련된 브레인스토밍이겠지만.      


그녀가 말하는 일주일의 시간계획은 빡빡하기 그지없다. 주기적인 건강강의 준비, 매일 하는 소비자 상담 및 관리, 자료 정리를 위한 전산 작업, 가끔 서울 세미나 참석 등. 더구나 매일 유튜브 영상을 보며 ‘습관 챌린지’ 과제를 한다며 기뻐하는 그녀의 모습이 참으로 행복해 보인다. 하루 24시간이 모자라는 언제나 바쁜 일정이지만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발견했기에 열정적인 삶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 아닐까? 일한 대가를 많게 받든 적게 받든 그것이 문제가 아니라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보람과 긍지를 가진다는 그녀, 아마도 삶의 활기를 잃지 않게 해주는 일에 대한 열정이 그녀를 생기 있게 만드는 것 같다.




그러나 문득 떠오르는 불편한 생각이 있다. 그녀의 삶의 속도가 너무 빠른 것은 아닌지, 그리하여 어느 날 기진맥진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라는 우려를 해본다. 삶을 너무 빠르게 질주하다 보면 우리 곁을 스쳐가는 풍경들을 흐릿하게 보며 정작 신선한 삶의 순간을 놓쳐 버리는 것은 아닌지 하는 우려 섞인 걱정이 드는 것은 기우일까. 그런 당신에게 삶의 쉼표를 선물하고 싶다. 잠시의 휴식은 회복이며 자기 사랑이니까.  


한 해가 저무는 12월이다. 뒤돌아 보면 가슴 적셔오는 사연도, 웃음 지었던 일들도  내 삶의 작은 보석이 되어 기억 속에서 빛날 것이라는 행복한 상념과 함께 마지막 잎새처럼 매달려있는 달력에 표시한 동그라미를 체크하며 오랜만에 점심 약속을 한 지인을 만나러 길을 나선다. 지하철역으로 가는 길 모퉁이에서 바람에 흩어지는 낙엽을 보면서 나는 삶의 새로운 충만한 기운을 느낀다. 프랑스 시인 발레리의 시 한 구절을 떠올리면서.

“바람이 분다 … 살아봐야겠다.”      


그리고,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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