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작품이다
요즘 가을장마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사계절이 뚜렷하고 7월말경 장마기간이 끝나면 8월 불볕더위가 시작되는 것이
어릴 적 사회시간에 배웠던 우리나라 계절의 특징인데
요즘은 기후가 변해서 우리나라가 스콜성 폭우 등 아열대 기후의 특성을 보이고 요즘은 가을장마라고 한다
오랜 기간 휴직 후 복직하면서 당시 4학년 올라가는 딸아이에게 예쁜 3단 우산을 하나 사주었다.
가방에 쏙 들어가고 그리 무겁지도 않아 항상 휴대하기 부담 없는 것으로
흐린 날 멀리서도 눈에 확 띄는 주황색으로..
엄마가 우산 가져다주지 못해도 비맞지 않도록..
어린 시절 우리 부모님은 장사를 하셨다.
항상 바빴던 부모님은 비 오는 날 딸내미에게 우산을 가져가 주는 한가한 짓거리를
매번 할 수 있을 정도로 여유롭지는 못했다.
어렸음에도 집안 사정에 빠삭했던 나는
'후두둑 후두둑' 예상치 못하게 비가 오는 날엔 혹시나 부모님이 오실까? 하는
기대반, 포기반하는 심정이었던 것 같다.
폭우가 몰아치는 날은 차라리 신이라도 난다.
그리 춥지 않은 날엔 나처럼 우산 없는 친구들과
그냥 물놀이하듯 흠뻑 젖는 것도 쏠쏠한 재미였다.
30여 년 전 당시엔 지금과는 달리 비도, 눈도 깨끗해서
비를 흠뻑 맞아도 산성비라고 걱정하지 않았고
함박눈을 손으로 담아 장난 삼아 핧아 먹어도 즐거웠었다.
그런데 후둑 후둑 후두둑 빗물 하나하나 창문에 와 닿는 소리가 들릴 정도의 양으로
비가 오는 날이면
어째 어린 나이에도 슬그머니 목구멍에 뭔가 차오르면서 슬퍼지던지
이런 날 설마 못 오시겠지? 포기하고 있다가 저 멀리 아빠 모습이라도 보이면
그렇게 기쁠 수가 없다.
오늘 모처럼 연가를 냈다.
천성이 게으르지 못한 나는 오늘도 바쁘다.
여기저기 그동안 미루고 있던 은행일, 병원일, 통신사일
들쑤시고 다니면서 모조리 처리한다.
3시경 늦은 점심을 먹으면서도 핸드폰으로 부족한 생필품을 주문한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데 후두둑 후두둑 비가 내린다.
내리는 비로 땅 색깔이 짙어지더니 경사진 면으로 물줄기가 생긴다.
막 비가 내릴 때 나는 흙냄새가 확 풍긴다.
우산도 없는데
근처에 편의점 없나? 요즘은 편의점 일회용 우산도 그럭저럭 괜찮던데
그런데 아무것도 없다.
오늘 딸내미도 그냥 갔을 텐데
그렇지 않아도 오늘 아침 '야 날씨 좋다.'며 좋아하는 딸에게
요즘 날씨는 가늠할 수 없으니 우산을 챙겨가라고 했는데
하필 가져가려는 투명우산을 가지고 동생과 다투더니 그냥 가버렸다.
작년에 사주었던 주황색 3단 휴대용 우산은 진즉 어느 구석에 있는지도 모를 테니
결론은, 지금 딸에게 우산이 없다는 거다.
그간 회사에서 갑자기 비 내릴 때마다
편의점에서 우산 살 돈도, 학원 선생님한테 우산 하나 빌릴 주변머리도 없을 딸이
어쩌고 있나 걱정만 하고 있었는데
오늘은 내가 가져다줄 수 있겠구나
하교 후 학원을 세군데나 돌아야 하는 딸내미는 학교 창문을 바라보면서
엄마 안 오나? 하며 낭만 떨 여유도 없겠지만
엄마는 하여간 딸에게 편의점 우산 하나 가져다줄 수 있어 기뻤다.
그동안 일하는 엄마라 해주지 못한 맛있는 음식
함께 참석하지 못한 학교 행사들
사주지 못한 맛난 간식들
5000원짜리 편의점 우산 하나로 그간 엄마의 부재로 인한 빈구석을
모두 메운 듯이 만족한다.ㅎ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