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을 한다.
운동을 한다.
공부를 한다.
해가 바뀌면 크고 작은 새로운 결심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작년의 나보다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한 결심이다.
해가 바뀌지 않아도 지금의 삶이 익숙해지면 뭔가 새로운 것을 찾게 된다.
친구가 방송대학교 법학을 공부하는데 나도 해 볼까? (개인적으로 법 참 흥미롭다.)
보육원에 가서 아기들 돌보는 봉사를 해 볼까?
정기적으로 등산을 할까?
요즘 생각하는 것들이다.
그런 것들을 하면 좀 달라질까?
아니다. 착각이다.
서른둘에 결혼을 했다. 그 나이에 어떻게 그런 남자를 만났느냐고 했다. -그때는 서른둘이 늦은 나이였다.-좋은 남편이었다. 딸 아들이 생겼다. 사랑스러웠다. 일상이 되었고 지지고 볶으며 산다.
공무원이 되었다. 그렇게 그 경계를 넘고 싶었는데... 합격순간 불꽃같은 환희를 느꼈다. 순간의 불꽃은 금세 사그라들었다. 보람을, 좌절을 맛보았다. 16년 끝에 지금은 퇴직했다.
글로 세상과 소통하고 싶었다. 너무 하고 싶었다. 쓰고 도전하고 쓰고 도전하고.
브런치 작가도 되었다.
통과 메일을 받고 너무너무 기뻤다. 초장에 열나게 글을 쓰고 발행했다. 지금 전체글의 거의 반을 6개월 정도에 다 쓴 것 같다. 일상이 되었다.
지금은 쓰고 싶은 때만 쓴다. 발행하지 않은 너무 사적이고 러프한 글이 대부분이다.
그래도 글 쓰는 건 지금도 좋다. 글을 쓰고 있으면 마음이 정화되고 욕망들이 잦아든다.
가수가 노래를 하고 화가가 그림을 그리고 음악가가 악기를 연주하듯 글을 쓴다.
연말에 좋은 일이 있었다. 남편이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엄마는 이제 내가 최상류 층이 되었다고 했다.
동네 엄마들은 우리 동네 그런 사람이 있었느냐고 했다.
예전 회사 선배는 내가 무슨 재벌이라도 된 것처럼 호들갑이었다.
축하선물이 한 달 내내 들어왔다. 선물 받은 와인이 넘쳐나서 대용량 와인셀러를 샀다.
축제 분위기는 한 달 정도 지속되었다.
그리고 지금, 파티는 끝나고 일상이 이어진다.
경계를 넘어선다는 것
몇 번의 경계를 넘었다.
경계가 사라지면 그만큼 나의 영역은 확장된다.
새로운 것들이 조금씩 생겨나지만 늘 확장된 일상으로 이어진다.
마음이 편해지지 않는가?
새로운 것이 아니라 경계가 확장될 뿐이라는 것
그러니 경계를 넘으나 그냥 여기 있으나 결국 큰 차이는 없다는 것
참 그 경계를 넘을 때 짧게는 수 일, 길게는 몇 달 환희에 젖는다.
다만 환희의 강도에 따라 환상이 깨지는 정도 역시 세진다는 함정이 있다.
마음이 편해지지 않는가?
지금 여기도 저 경계 너머의 일부라는 것이
나는 조금씩 나아간다. 그러나 그 경계너머 거대한 무언가를 기대하진 않는다.
남편은 부사장 승진 후 한 달 내내 크고 작은 축하회식을 했다.
남편의 승진 환희는 한 달 정도인가 보다.
지금은 밑에서 올라온 자료가 마음에 안 든다며 투덜투덜한다.
늘 보는 일상이었다.
해가 바뀔 때마다 라디오에선 첫 달 내내 사람들의 새해 결심을 우려먹는다.
그중 굉장히 신선한 결심을 하나 따라 해 볼까 한다.
'올해는 다리는 꼬지 않겠습니다.'
나에게 맞게 변형하면
'올해는 양반다리를 하지 않겠습니다. (가급적)'
소파에 앉을 때나 식탁에 앉을 때나 이 놈의 양반다리
수십 년 습관이 쌓이니 오른쪽 무릎에 이상반응이 온다.
올해 나의 첫 번째 결심이다.
'양반다리를 하지 않겠습니다.'
-지금 다리를 내리고 의자에 앉았는데 상당히 불편하다.-
일상의 행복과 건강은 영역의 확장일 수도 있지만 지금 영역의 향상일 수도 있음이 새롭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