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CEO, 10년 동안 만난 사람들 모두가 ㅇㅇ가 답이라고 하더라.
항상 모든 일에 최선을 다했다. 대학에 올라온 순간부터 새로운 세상이 펼쳐졌고 마주한 모든 것을 최선을 다해 즐겼다. 전공부터 교양까지, 즐겁게 공부했다. 동아리도 최선을 다했다. 대외활동도 열심히 하며 내 전공 이상의 많은 것을 경험하고 배웠다. 모든 것을 '즐겼다'.
하지만 그저 즐기기만 한 것은 아니다. 내가 추구하는 가치에 맞는 길에 있는 활동들을 선택했고 그 길에서 최선을 다했다.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했던 모든 것에서 시간이 지나고 보면 어느 순간 리더가 되어 새로운 길을 열고는 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타고난 리더이자 똑똑하고 실수 없는 재수 없는 사람 같지만 현실은 그저 도전정신이 조금 강했던, 남들보다 끈기가 조금 더 있던, 미움받을 용기가 조금 더 있던 사람이었을 뿐이다. 실수투성이에 부족함이 많았지만 그 부족함을 채워줄 수 있는 선배들과, 동료들, 후배들을 만나 함께 나아갈 수 있었다. 참 좋은 스승들이 곁에 많았고, 그 스승들 덕분에 멋진 시간들을 경험하고 성장할 수 있었다. 항상 감사했고 모든 경험이 앞으로 내가 꿈꾸는 혹은 도전하는 모든 일에 큰 경험과 힘이 될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날, 내 인생을 바꾸는 어떤 역사적인 일이 생겼다.
갑자기 창업을 하게 되었다.
세상에 존재하는 문제를 풀기 위해, 세상에 없던 무언가를 만드는 일이 시작되었다. 큰 뜻이 있던 건 아니었다. 사업을 해서 돈을 많이 벌고 싶은 것도 아니었다. 그저 마주한 작은 불편함을 내 손으로 풀어보고 싶었다. '성장하는 환경에서 왜 우린 이렇게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까?'라는 작은 상상에서 시작했다. 대학에 와서 교육 봉사를 오랫동안 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세상은 빠르게 변하는데 교육 환경은 여전히 같았다. 선배 세대도, 우리 세대도, 후배들의 세대도 똑같은 어려움이 존재했고, 아무도 그 문제를 풀어보려고 하지 않았다. 누군가 시도를 했겠지만 여전히 우린 그 문제에 있었고 앞으로도 풀어질 거 같지 않았다.
지역격차, 소득격차로 인해 벌어지는 교육 불평등
어떤 지역에 사는지에 따라, 어떤 교육 서비스를 접할 수 있는 능력에 따라 성장 환경은 천지 차이다. 대한민국 최고라 불리는 강남 8 학군에 사는 친구는 대학에 대한 정보를 너무 쉽게 접할 수 있고, 원하면 명문대생과 대화를, 명문대 견학까지, 좋은 과외선생님을 만날 수 있다. 강남 8 학군과, 서울 강북 어느 외곽에 사는 학생을 비교하면 또 다르다. 그런데 전국으로 나아가 비교해 본다면? 물론 같을 수는 없다. 무조건 같아야 한다는 평등을 외치는 게 아니다. 그저 접하는 정보의 수준을 봤을 때 전 국민의 손에 인터넷이 들린 이 시점에도 비대칭은 존재하는 것을 보고 뭔가 변화의 기회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시하면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처음에는 동아리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동아리를 만들어서 후배들에게 물려주어 오랫동안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친구들과 함께 모여 대학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고등학생에게 들려줄 수 있는 잡지를 만들어보려 했다. 팀을 만들고 사람을 모아 밤새 회의하고 콘텐츠를 만들었다. '지원금도 준다는데?'라는 말에 사업자등록도 했다. 사업자등록이 정말 사업을 시작하는 건지도 몰랐다. 그렇게 첫 창업이 시작되었다. 개인사업자까지 내고, 노력했지만 결과는 대실패. 잡지를 만들겠다는 포부는 점점 식어 들어갔고, 인쇄비가 없어 페이스북으로 페이지를 만들고 콘텐츠를 업로드했지만 사람들의 관심을 사지 못했다. 사람들은 우리가 만든 콘텐츠에 자극을 느끼지 못했고, 반응하지 않았다.
팀은 해체되었다. 벌린 일을 수습하고자 혼자 남아 방법을 찾았다. 먼저 왜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는지를 다시 생각해 봤다.
'다들 대학을 가는데 점수만 맞춰서 가는 시점에 대학을 조금이라도 알게 하자'
'왜 명문대 정보는 많은데 명문대가 아닌 정보는 이렇게 없을까?'
'상위 4% 대학의 정보가 96% 대학의 정보보다 많은 아이러니'
교육이라는 분야에 존재하는 정보의 비대칭을 해결해보고자 했지만 생각해 보면 정말 그 비대칭을 해결하려는 노력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날부터 바로 핵심에 집중했다. 정말 내가 생각하는 콘텐츠 소비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 보자, '대학'을 리뷰해서 콘텐츠를 만드는 것을 시작했다.
대학을 리뷰하는 카드뉴스, 이게 처음 성장의 맛을 본 시작이었다. 내가 정의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가장 본질만 공략해 보자라는 생각으로 대학을 쉽게 리뷰해 봤다. 그냥 대학을 멋진 대학으로 포장해서 리뷰하는 게 아닌 정말 주관적인 시점에서 대학을 평가해 봤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명문대만이 아닌 전략적으로 지방에 있는 대학을 리뷰하기 시작했더니 반응들이 '어라? 우리 대학이 리뷰로 올라왔어?', '우리 대학에 페북에 나오네?'와 같은 반응들이 이어지기 시작했고 정말 많은 사람들의 참여가 나오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좋아요, 댓글, 공유까지... 소위 따봉이 많아지다 보니 뽕이 차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 내가 대학을 리뷰하면 네이버 실검에 올라가기 시작했다. 뭔가 되는 것 같아서 더 열심히 했다. 2년 동안 쉬지 않고 했다. 포토샵을 할 줄 몰라서 처음에는 파워포인트로 카드뉴스를 만들다가 네이버 블로그를 보면서 포토샵을 독학하여 조금씩 퀄리티를 높여보기도 했다. 정말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직접 취재를 하거나 친구들을 인터뷰하면서 돌아다녔다. 그때 결심했다. 이 기회를 좀 더 키워보자.
플랫폼을 만들어보자
그렇게 지금의 스타트업이 시작되었다. 상상을 펼치며 시작했다. 내가 세운 가설이었던 '정보의 비대칭, 이 문제를 해결하면 많은 사람들을 모을 수 있을 것이고, 그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을 제시해 주면 되겠다.'라는 가설을 증명해보고 싶었다. 그게 증명되는 순간 우리는 대한민국의 1020 세대의 성장환경을 혁신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내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서 무엇을 할지 계획을 세웠다.
1. 맛집리뷰처럼 대학리뷰를 볼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보자.
2. 사람이 모이면 그 사람들을 위한 콘텐츠를 제공해 보자.
3. 그리고 사람이 더 모이면 대학 그다음단계를 위한 것을 연결해 보자.
초기 사업계획서를 보면 웃음만 나온다. 당시 작성할 때를 생각해 보면 거의 소설 쓰듯이 했다. 초기 창업자들이 다 비슷하게 생각할 것이다. '이게 언제 되려나...'. 나 역시 그랬고 나와 우리 회사의 계획이지만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처음에는 생각했다. 그래도 그냥 했다. 사명감이 내 욕심보다 컸다. 돈 한 푼 벌어본 적도 없고 어떻게 벌어야 하는지도 몰라서 너무 힘들었다. 정말 힘들었다.
10년이 지난 지금. 놀랍게도 다 해냈다. 지금 소위 MZ세대들은 우리 서비스를 통해 대학에 진학했고, 새로운 꿈을 꾸고 꿈을 이뤄가고 있다.
참 운이 좋았다. 창업을 시작하면서 많은 스승들을 만났다. 너무 많은 스승님들이 계시지만 처음 나한게 가장 강렬한 조언을 준 사람은 시지온의 김미균 대표님이었다. 나와 함께하던, 내가 가장 존경하는 친구이자 동료의 도움으로 자리를 하게 되었다. 멋진 사무실에서 인사를 나누고 맛있는 점심을 사주시면서 미소를 잃지 않고 조언과 힘을 주시던 대표님이 마지막에 했던 한마디가 있었다.
버티세요.
'저를 찾아오는 대학생들이 1년에 100명 가까이 된다. 그런데 그다음 1년에는 거의 다 다른 일을 하고 있다. 스펙을 쌓으려고 하지 말고 정말 해보려고 했던 것을 끝까지 해봤으면 좋겠다. 어떻게든 버텨라, 버텨야 한다'라고 하셨다. 처음 시작하는 내가 그 뜻이 무엇이었는지 과연 알았을까. 몰랐다. 버티라는 말이 뭔지 몰랐으나 다 이유가 있겠지라며 버텼다. 정말 힘든 시련들이 너무나 많았는데 마주하면서 그냥 버텼는데 그 고비를 넘길 때마다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기 시작했다. (김미균 대표님은 사실 그 이후로 뵌 적이 없다. 연락도 드리지 못했다. 멋지게 성장한 모습으로 그 한마디로 내가 여기까지 왔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바보가 아닌 이상 버티기 위해서 '방법'을 찾을 것이다. 돈이 없다면 돈을 구하거나 돈이 없어도 유지될 수 있게, 문제가 해결이 안 되면 해결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찾거나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야 한다. 해결할 수 없다면 해결할 수 있을 때까지, 그 타이밍이 오기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렇게 버텼다. 잔고가 0원이 되었어도, 사기를 당했어도, 서비스가 망했을 때도, 팀원을 잃었을 때도 버텼다.
버틴다는 것은 결국 문제를 해결하는 힘을 갖게 해주는 것 같다. 해결하는 경험을 하나둘 가지다 보면 위기가 왔을 때도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버티는 힘이 조금 더 강해지는 것 같다. 물론 그 과정에서 너무나 힘들고 지치고 외롭다. 사실 지금도 힘들고 외롭다. 버틸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들 때마다 불안하지만 그냥 버틴다. 그리고 뭐를 더 해볼 수 없을지 계속 노력한다.
버티다 보면 그런 생각이 들 것이다. '끝이 있긴 한 거야?'. 안타깝지만 적어도 내 일을 사랑하고, 자기 주도적으로 사는 삶에 온 이상, 버티는 것에 대한 건 끝이 없는 것 같다. 얼마 전에 나의 또 다른 스승들과 이야기를 하던 중 그런 말씀을 하셨다. '이건희 회장님도 돈 고민한다. 삼성도 투자받으려 노력한다'. 맞는 이야기다. 모든 것이 상대적이다. 무언가를 이루었다고 생각해도 그 이상을 위해서 또는 그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서 더 큰 노력을 할 것이다. 사업을 성장시키는 과정에서 누구보다 큰 가르침을 주셨던 엔라이즈의 김봉기 대표님과, 야나두의 김민철 대표님, 이정훈 부대표님이 놀랍게도 똑같은 이야기를 하셨다.(항상 감사드리는 분. 난 참 운이 좋았다.)
"100만 원 벌 때의 고민의 부담이, 1천만 원 벌때와 1억을 벌 때 같다. 높이 올라가도 내가 느끼는 고민의 무게는 그때나 지금이나 같다."라고 말하셨다. 첫해 창업했을 때 남의 돈 100만 원을 얻는 게 말도 안 되게 힘들었다. 연매출 1억이 되는 순간부터 그 매출이 월매출이 되고, 연 매출 10억을 넘는 순간까지 어느 하나 쉬운 게 없었고, 사실 더 힘들다고 생각되었다. 100만 원 벌 때 1억 벌면 얼마나 대단하고 행복할까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1억을 벌기 위해 나가는 돈과 들어오는 스트레스는 생각하지 못했다.
여기까지 말하면 항상 고통과 좌절 속에 살아가는 것 같지만...... 맞다. 적어도 내 주변 창업자들은 모두가 고통과 좌절 속에 살아가는데 놀랍게도 고통과 좌절을 느낄 거야를 없이 다른 것을 하고 있다. 만나서 이야기하다 보면 다 똑같다. 죽겠다는 말을 하지만 죽을 때가 아직 아니라고. 모두가 똑같이 고통을 피하는 게 아니라 온몸으로 느끼면서 이겨낼 방법을 찾고 있었다. 그러면서 점점 더 단단해지고 더 큰 고통을 마주해도 견디는 힘이 생겨가는 것 같다. 나 역시 그랬다. 회복탄력성이 좋은 편이었고, 점점 더 좋아지는 것 같다.
수천억 원 가치의 기업을 운영하는 선배들을 만나서 이야기해 보면 결국 많이 버티는 힘에서 버티면서 오는 고통을 어떻게 이겨내는지 이 두 가지를 가장 강조한다. 존버정신과 회복탄력성이 반드시 성공하는 방법이었던 것 같다.
포기하지 않으면 실패가 아니니깐.
처음 창업했을 때 내가 해결해보고자 한 문제를 포기하지 않았다. 10년 전 마주한 대표들 중 지금도 같은 문제를 푸는 사람들은 정말 거의 없다. 그중 하나가 우리다. 성공했다고 하는 데 성공한 건 절대 아니지만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는 건 여전히 그 길을 가고 있는 데 성공했다는 뜻이자 실패한 게 아니라는 것이니 그 뜻 정도는 충분히 즐기고 누려보려고 한다. 다들 안될 거라 했던 서비스가 훌륭하게 성장해 주었고 100만 명의 회원이라는 고지를 달성했다. 정말 1020 세대들의 성장 환경에 아주 작지만 새로운 변화를 만드는데도 성공했고 지금도 더 큰 꿈을 실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난 참 운이 좋다. 좋은 스승을 많이 곁이 둘 수 있었고, 스승 같은 좋은 동료들과 큰 꿈을 실현해나가고 있다. 물론, 현실은 어설프고 바쁘게 돌아가는 아마추어지만 여전히 포기하지 않고 프로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는 수험생이 대학 가는 환경을 바꾸었고 많은 사용자를 경험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그 사용자가 성공적인 커리어로 성장할 수 있게 성장 환경과, 커리어 연결까지 만들어가고 있다. 수험생부터 대학생까지, 이들의 커리어를 보다 쉽고 빠르게 성장할 수 있게 해 주고 이들이 돈을 벌 수 있게 만들고 싶다. 좋은 인재로 성장을 만들 수 있다면 나아가 대한민국 산업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기업은 채용이 너무나 어렵다. 좋은 인재를 만나는 것도, 좋은 인재를 찾는 것도 어렵다. 인구수의 감소로 더 이상 과거의 채용 방식은 효과적이지 않다. 구직자 중심의 채용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우리는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의 채용을 혁신할 수 있는 무기를 가지고 있다. 바로 인재풀이다.
산업에 필요한 인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게 대학생들의 인재 데이터를 어느 순간 축적해 오기 시작했다. 기업은 좋은 인재를 직접 검색하고 제안할 수 있도록, 대학생은 좋은 일자리를 제안받고 일을 하면서 서로의 기회비용을 줄이고 효율을 높이는 것을 검증할 수 있었다. 인재풀의 규모 역시 타사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어쩌면 경력직 데이터를 독점한 리멤버 플랫폼처럼, 우리는 대학생 데이터를 독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독점을 대한민국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열어보려고 한다. 각 대학에 열어주어 취창업센터의 역할을 우리와 함께 하여 대학생의 일경험 기회를 늘리고, 기업은 구조화된 인재를 보다 짧은 기간에 좋은 인재를 선발할 수 있게 하여 커리어 시장을 완전하게 바꾸어보고자 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커리어 성장 환경의 완벽한 사이클이 세상에 나와 많은 이들을 이롭게 만들어주고 싶다.
내가 성공했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10년동안 너무나 많은 사람들을 봐왔고
성공으로 달려가는 사람의 공통점을 보면서 알았다.
모두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마주한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모두가 지금 이 순간, 가장 어려운 순간을 겪고 있다는 것.
이제 그 여정의 이야기와, 그 여정에서 얻은
지식을 조금씩 공유해보려고 합니다.
많은 기대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