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이 되어버린 장소섭외 (1)
모든 것의 시작은, 핸더스를 구글에서 찾았을 때가 아니었을까요? 그때는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거든요. 아니, 어쩌면 알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내심 그래서 핸더스를 선택하게 되었을지도?
3월이 되면서 슬슬 장소를 물색해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이 애매한 이벤트에 어울리는 장소는 어디가 될까? 저는 처음에는 ‘양가 가족들 모여 단정히 입고 식사를 한다’는 정도의 상견례 같은 결혼 식사를 생각했지만, 배우자와 양가 부모님은 그래도 가족들만이라고 하더라도 드레스+예복 입고 케이크도 자르고 반지 교환도 하고 사진도 남기면 좋겠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어차피 가족끼리 하는 거라 뭐가 되면 어떨까 싶어, 결혼 식사에서 직계가족 결혼식으로 행사의 속성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가장 먼저 한 생각은 결혼식을 핑계로 식사가 맛있는 5성급 호텔에서 플렉스를 하자! 는 다소 나이브한 생각이었습니다. ‘양가 직계가족과 저희까지 합쳐서 총 10명이니 적당한 룸을 빌려서 밥먹고 케이크 자르고 사진사 불러서 사진 찍으면 되겠지?’라는. 호텔로는 아무 정보도 없는 상태에서 무슨 깡이냐 S호텔 정도면 괜찮을 것 같다는 나름대로의 순진한 구상도 해보고요.
그래서 날을 잡고 둘이 함께 랩탑을 켰습니다. 직계가족 호텔결혼식, 호텔 스몰웨딩 같은 쿼리로 검색을 시작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이런 식의 결혼이 점차 많아지는 추세였어서 좀 들여다볼 후기들을 몇 개 찾을 수가 있었습니다. 근데 이게 작게 한다는 게 표준화된 건 아니다 보니까 굉장히 케이스가 많더군요. 이게 이 모든 일의 시작... 그래도 친적들까지 불러 대부분 20-30명 정도는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좀 더 많기도 했고. 저희같이 아주 초소규모로 진행하는 경우는 많지가 않았고, 그렇다고 하면 또 저희와는 상황이 맞지 않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행사를 포기를 할 거면 확실히 하고, 그렇지 않다면 구리게 하고 싶지 않다는 게 저희의 마음이었는데, 그러다 보니 고르는 게 쉽지 않더군요. 장소, 가격, 예약방법, 인원, 음식 등 몇 가지 기준으로 정보를 정리해봤는데, 찾아보면서 느낀 건 ‘딱 맞는 곳이 없다’는 느낌.
어쨌든 당시에 참고했던 몇 가지 글들.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여기서 비로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여러 곳을 여러 정보를 비교하다 보니 몇 가지 결혼에 다다랐습니다. 일단 S호텔 레스토랑은 적합하지 않을 것 같다. 일단 예약이 너무 어렵다. 오전 9시인가에 전화기에 불이 나도록 전화를 해야한다고… 기다리다가 만약 그 날짜에 예약이 안되면 어쩔 것? 예약이 된다고 하더라도 룸이 완전한 룸이 아니라 가벽이 있는 정도라서 소음에 취약하다는 후기를 보았기 때문에 탈락. 아쉬워… L호텔이 이런 종류의 행사에 적합하다는 후기를 봤지만, 인테리어나 그런 게 너무 취향이 아니고, 그냥 마음에 끌리지 않았죠. 그리고 계속 찾아보았지만 다른 여러 곳들은 그냥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결국 한두 시간 정도 더 찾다가, 우연히 구글이었는지 네이버였는지 하여튼 핸더스(HANDUS)를 발견했습니다.
핸더스라는 곳 보고 있어. 한옥이래. 괜찮아 보이지 않아?
자세히 알아보진 않았지만 딱 찾았을 때, 마음이 우리는 부르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핸더스로 쿼리를 쳐서 몇 가지 후기를 좀 더 읽어보았습니다. 공격적이지 않은 마케팅이 여기는 뭔가 다르다는 느낌을 주었지요.
내일 전화해서 우리 날짜에 예약되는지, 가격은 얼마인지 알아보자, 하며 대략의 마음의 결정을 내렸습니다. 아마 비용이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정도라면, 해당 날짜에 가능하다면, 무리 없이 선택하리라, 하고요. 그냥 그때는 빨리 결정을 내려서 마음의 짐을 덜고 싶었지요. 뒷일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