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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e in 노르웨이 Sep 19. 2016

'나' 스러운 웨딩 장소 정하기

호텔이 웨딩홀이 아닌 나 같은 모습의 공간이 어디 있을까..

주한 노르웨이 대사관의 외교관 Marianne (좌) 그리고 그의 남편 Torbjørn (우) 우리들 (가운데), 2016, Sep, 10, Handus


장소 정하기

장소를 정할 때 가장 중요했었던 것은 이 공간과 나랑 어울리는가?라는 질문이었다.

그래서 일단 호텔과 웨딩홀은 제외 대상이었다. 비싸기도 비싸고, 나 같지도 않은 모습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6개월 동안 웨딩 플래너 없이 혼자 웨딩을 준비하면서 느낀 건, 장소를 찾고 정하는 시간이 제일 길고 힘들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일단 내가 원하는 장소의 특성을 정리해보니, 대략 3가지 정도였고 방문을 해보았다.


1. 경치 좋고 한적한 경기도

2. 서울에 있는 분위기가 좋은 공간

3. 야간 뷰가 보이는 도심 야외 옥상 및 음식점


1번 - 카페 이로 (남양주)

남양주 카페 이로 - 네이버에 스몰 가든 웨딩이라고 소개가 되어있어서 가 보았다. 카페 앞 가든은 너무 예쁘나 가든 주위에 울타리도 없고 카페가 바로 옆에 오픈된 모습이었다. 주인아저씨가 카페 정원을 너무 아끼셔서 잔디도 거의 밟을 수 없었다. 특히 주차할 공간도 거의 없었고, 좁디좁은 비포장 언덕 입구를 올라가야 해서. 찾기가 어려워 아닌 거 같다는 결정을 내렸다. 가격은 하루 종일 정원만 120만 원 정도였던 것 같다.


2번 - 물댄동산 게스트하우스 / 두가헌 / 민가다헌 / 핸더슨 스튜디오


물댄동산 게스트하우스 (평창동)

Airbnb에 본 거대한 가든이 있는 평창동 전원주택을 방문했다. 집 한 채를 다 쓸 수 있는 줄 알았는데, 주인분은 2층에 계시고, 1층과 마당만 대여가 가능했었다. 1층에 있는 공간은 침실 3개와 화장실 마루까지 있어 사람들이 쉴 공간은 넉넉했지만, 마당이 일단 생각보다 좁았고, 막상 가서 보니 뭔가 다른 사람이 이미 살고 있는 집 마당에서 결혼식을 한다는 게 어색하고 불편했었다. 가격 면에서는 1박 2일이 40만 원이었어서 너무 좋았지만. 너무 개인적인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하객이 20명 정도이고 재밌게 서울 시내에서 바비큐 파티하며 하는 결혼식이면 Airbnb로 집을 통째로 구하는 것도 추천할 수 있는 방법인 것 같다.


두가헌 (안국) - 두가헌은 도착하자마자, 어느 대사관 차가 주차장에 있는 것을 보고 가격을 그냥 몸으로 느꼈다. 집으로 돌아간 뒤 웹사이트로 (웨딩 사이트가 따로 있음) 확인하고 전화로 문의를 해보았더니 최소 2000만 원부터 시작되었다. 꽃은 무조건 두가헌 꽃팀에 맡겨야 하며 300-500 정도라고 하였다. 그리고 연락을 했을 때 이미 2016년도 예약은 다 끝났고, 웨이팅도 20명이나 있다고 했다. 뭐랄까. 전화하면서 너무 기계적인 대답에 그냥 이건 아니다 라는 생각이 들어서 하나의 아쉬움 없이 끊었다.

http://www.dugahunwedding.com/


민가다헌 (안국) - 이미 많이 알려진 민가다헌, 사실 난 내가 여기서 결혼식을 하게 될 줄 알았다. 대여비를 따로 받지 않고 음식이 5-6만 원선에 50명 정도 들어갈 수 있다고 지인한테 들어서 가보았지만 문화재 복원작업으로 올해 12월까지 공사 중이었다. 그래서 아쉽지만 도착하자마자 포기했다. 그러나 고생 끝에 빛이 있는 법 민가다헌 앞쪽 골목에 있는 굉장히 싸고 맛있는 김치찌개 집을 찾았다. 김치찌개 5000원, 어묵 사리가 2000원이었던 것 같다. 굉장한 맛과 비주얼이다. 또 가고 싶다.


핸더스 스튜디오 (안국) - 핸더스 공방 네이버 블로그에서 본 사진이 마음에 들어가서 장소를 보는 순간 이거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들어가는 순간 따뜻하고 편안하고 안락하다는 마음이 들었다. 이곳은 도자기 공방을 두 자매가 운영하는 곳이다. 도자기 수업도 하며 주중에는 쇼룸, 특별한 행사 때는 대관도 하신다고 하셨다. 일단 매니저님의 성격이 나랑 잘 맞고 이곳이라면 내가 재밌게 상상한 이벤트를 진행할 수 있다고 긍정적인 생각이 들었다. 가격은 하루 종일 (10시간 정도) 139만 원에 테이블 세팅은 이쪽에서 준비해주신다고 하셨다. 그리고 43명을 최대로 해서 진행할 수 있다 하셨다. 무엇보다 공방이라는 공간이 너무나도 설레고 좋았다.

http://hpottery.blog.me/220776222686


3. 스핀들스마켓 옥상 / 대림창고 / 다담에 뜰


스핀들스마켓 옥상 (녹사평) - 장진우가 결혼해서 유명해진 스핀들스마켓 옥상. 친구 지인이 이곳 사장님과 아신다고 해서 연락 후 방문해보았다. 밤에 예식을 진행할 경우 멋진 야경을 볼 수 있고, 작은 주방 같은 게 따로 있어서 케이터링을 불러와도 공간이 넉넉하였다. 하나 뭐랄까 내가 찾는 warm & cozy 의 느낌은 아니었고 녹사평 쪽이라 주차문제도 곤란했다. 뭐랄까 공간에 따뜻함이 없었다. 정확한 금액은 기억이 안 나지만 4시간에 백이십 만원 정도엿고 한 시간이 추가될수록 10만 원씩이었나... 추가되는 시스템이었다.


대림창고 (성수동) - 이곳은 친구가 장소가 예쁜 다해서 직접 방문하고 이쪽 관계자 큐레이터 분과 상담까지 했지만 견적을 주시기 전에 이미 너무 비싼 느낌이었고, 또한 공간을 전시공간으로 사용하시고 싶어 하는 강한 목적 때문에 전시 + 웨딩 아이디어를 제안하셨다. 원래 순수미술을 전공한 나는 개인전 그룹전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사실 혹 하는 제안이긴 했지만 1-10까지가 아닌 1-100 까지 챙겨야 할 것 같아 안 하기로 했다. 그리고 원래 창고로 사용되었던 공간이라 조금만 말해도 울리면서 시끄러워지는 단점이 있었다. 가겨은 미정이다. 공간 대여는 가능하다고 했다.


다담에뜰(신당동) - 동국대 근처에 있는 한식 식당이다. 일단 동국대 앞에 있는 아름다운 정원 끝에 자리하고 있어 너무나 예쁘고 한적하다. 대관료는 따로 없이 사람당 5만 원만 내면 되는 시스템이었다. 최소 인원수라는 것도 없어 부담감도 없었다. 하지만 40명이 들어가서 식사하기는 작은 공간이었고, 특히 담도 없이 너무나 공개적으로 트인 공간이라 부담스러웠다. 그리고 식사하는 공간 내부 인테리어가 딱히 좋은 분위기는 아니었다.


* TIP

Airbnb를 꼭 잘 살펴보길 바란다. 많은 곳들이 집 한 채와 정원이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비싸도 대부분 1박 2일 60-70만 원을 넘지 않는다. 꼭 미리 결혼을 하기 위해 지어진 공간이 아니라도, 공간, 음식, 음악, 사람, 와인 & 맥주만 있으면 되는 거 아닌가. 아 주차장과 강아지도 결혼식에서 뛰어놀 수  있으면 금상 천화 이겠건만.


이 위에 몇 가지 안 되는 게 한 2-3 개월 걸린듯하다. 무엇보다 아무 공간이 아닌 나 같은 공간을 찾는 게 너무 어려웠으나, 결국에는 핸더슨 공방이 가장 마음에 와 닿았다. 그래서 난 핸더스 스튜디오에 전화를 했고 핸더스 공방에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핸더스에서 진행하기로 결정한 이유 중 하나는 핸더스  한다래 매니저님이 너무나도 적극적이신 것 같아서 더욱 마음에 와 닿았다. 이 분과 같이 진행하면 진심으로 도와주시겠구나 라는 감정이 생겼기 때문이다.


장소를 둘러보면서 느낀 건 자기가 원하는 방향이 확실히 있어야 공간에 갔을 때 쉽게 판단하게 된다. 어떤 사람은 어디서 어떻게 하였다는 것은 과감히 덮어두고, 나는 여기서 또 하나의 추억을 쌓으면 행복하겠다 라고 생각이 들었을 때 올바른 판단이 서게 되는 것 같다.




*노르웨이 디자인에 대해 얘기하고자 인스타그램 열었습니다. 블로그 글보다 저 자주 올릴 테니 팔로우해주세요:)


노르웨이 디자인 관련 계정 @hae.norwaydesi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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