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영우 시즌 2는 어쩔려고

AI의 의외의 습격

by tennistory

우영우 시즌 1을 다시 정주행 중이다. 여전히 재미는 있지만, 시즌 1이 2022년 11월 이전에 방영되었다는 사실에서 묘하게 서늘한 기운이 든다.


2022년 11월, 우리는 'ChatGPT 모먼트'를 겪었고 2026년 현재는 코딩의 종말마저 목도하고 있다.

드라마가 방영된 지 고작 4년, 그사이 AI는 세상을 너무 깊숙이 파고들었다.


냉정하게 말해, 지금의 기술 수준이라면 우영우라는 캐릭터가 가졌던 독보적인 강점은 상당 부분 소멸했다.


시즌 1에서 우영우가 빛났던 지점은 방대한 자료를 한 번 읽고 외워버리는 암기력, 그리고 회의 흐름을 단숨에 뒤집는 판례 서칭 능력이었다. 하지만 이제 이건 천재의 영역이 아니다. 최수연이든 권민우든, 제대로 된 프롬프트(Prompt)만 던질 줄 아는 평범한 변호사라면 누구나 비등한 결과물을 낼 수 있다. 아니, 극단적으로 말해 정명석 변호사 한 명만 있다면 권민우, 최수연, 우영우 셋 다 필요 없다. 오히려 데이터를 성실히 피딩(Feeding)해 주는 송무팀 이준호의 존재감이 더 커진 형국이다.


그렇다면 극작가는 이 절망적인 'AI의 습격'을 어떻게 극복하고 시즌 2의 시나리오를 쓸 것인가.


아마도 작가는 '데이터'가 아닌 '관점'의 차별화에 승부수를 띄워야 할 것이다. AI는 기존 판례를 기반으로 가장 확률 높은 '정답'을 내놓지만, 우영우는 고래 이야기에서 파생되는 엉뚱하고 기발한 연결고리로 '해답'을 찾는다. 모두가 AI가 뽑아준 승소 확률 90%의 논리에 매몰될 때, AI가 '노이즈'라고 판단해 버린 사소한 단서에서 사건의 본질을 찾아내는 식이다.


또한 '효율'과 '정의'의 충돌을 다룰 법하다. 로펌이 수익을 위해 AI의 합리적인 합의안을 따를 때, 우영우는 자폐 스펙트럼 특유의 원칙과 정의를 향한 고집으로 그 효율성을 거부할 것이다. 법은 차가운 계산기가 아니라 사람을 향해야 한다는 그 당연한 명제를, AI 시대에 역설적으로 증명해 내는 과정이다.


결국 시즌 2의 우영우는 '암기 천재'가 아니라 '관점의 천재'가 되어야 한다. AI가 모든 답을 내려주는 시대에 우리가 진짜 잃어버리지 말아야 할 인간다움이 무엇인지, 우영우의 자폐가 어쩔 수 없이 주게 되는, 솔직하고 원리 원칙을 향할 수밖에 없는 엉뚱한 시선이 다시금 드라마의 재미를 선사해 주기를 바란다. (생각해보니 시즌 1 1화에서 이미 우영우는 이런 관점의 천재를 보여줬다. 살인 미수가 아니라 상해 치사가 되어야 할머니의 재산이 유지 되는 관점의 천재를 보여줬다.)


더불어 우영우의 사랑 이야기도 시즌 2에서는 한층 중요해질 것이다. 비장애인과 자폐인의 연애라는 관계성을 더 깊게 버무려낼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문득 2009년 영화 <아담>이 교차된다). 우영우와 이준호의 사랑이야기 자체가 꼭 우영우가 천재가 아니어도 감동과 재미를 다 보여주기를. (최수연과 권민우도 있네. 동그라미와의 삼각관계..)


P.S. 이 글을 쓰다 보니, 테니스토리가 견지해야 할 관점 하나가 명확히 정리되었다. 왜 우리 같은 동호인이 추구해야 하는 테니스가 알카라스나 페더러가 아닌, 시너와 조코비치의 테니스인지 말이다.

시너와 조코비치의 테니스는 철저히 '승률 90%의 AI 논리'를 따른다. 이들은 무리하지 않고 탄탄한 기본 랠리에서 조금씩 우위를 가져가며, 변수를 통제하고 상대의 약점을 지독하게 파고들어 결국 상대를 질식시켜 버린다.

반면 알카라스와 페더러의 테니스는 AI라면 절대 선택하지 않을 '성공률 10%'의 샷들을 시도한다. 지루한 크로스 랠리를 통해 점진적으로 압박하는 대신, 기가 막힌 타이밍에 다운 더 라인으로 갑자기 각을 찢어버리거나 베이스라인에서 뜬금없는 드롭샷을 놓는다. 이건 테니스 천재의 직관과 동물적인 감각이 없다면 절대 성공시킬 수 없는 예술의 영역이다.

그리고 여기서 우영우가 보여줄 강점이 다시금 떠오른다. 대중은, 그리고 테니스토리같은 독자들은 결국 페더러와 알카라스의 테니스에 더 열광한다. 관중이니까. 동호인으로서 코트 위에서 그들처럼 완벽하게 치고 싶다기보다는, 철저히 관중의 입장에서 그 예술적인 변수를 '즐기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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