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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프로 Aug 17. 2022

[서평] 미적분의 힘

# 미적분 없이 살 수 없는 세상

"배워두는 게 좋을 거요. 신이 사용하는 언어니까요." - 리처드 파인먼

 미국의 이론물리학자이자 양자 전기역학으로 노벨상을 수상한 리처드 파인먼은 미적분을 신의 언어라 말했다. 그는 빛과 물질의 상호작용을 가장 정확한 양자이론으로 통합 정리한 천재 물리학자이다. (그리고 미남이시다.)



나에게,


수학의 끝은 미적분이다. 누군가 극한과 무한이 끝이라고 말한다면, 극한과 무한이라는 개념 없이 미적분을 도출할 수 없기에 공리라 전제하고 말한다 하겠다. 내가 아는 모든 역학 공식은 미적분 없이 도출될 수도, 해결할 수도 없다. 지반의 거동, 구조물의 해석, 지진 해석, 동적 거동 모두 미분과 적분의 과정이다. 그래서 나의 수학은 미적분이 끝이다.



이 책은,


아르키메데스의 원의 넓이를 구하는 피자 증명부터 시작된다. 피자를 잘게 쪼개고 쪼개서 사각형을 만들고, 이를 통해 넓이를 구한다. 그리스 수학자들기하학을 근간으로 사물의 비율을 통해 수학적 접근을 했다. 곡률을 구하기 위해 프렉탈 모형처럼 도형을 분할해 가는 접근이 참 인상적이었다.


아르키메데스라는 거인의 사후, 자연현상을 수학적으로 이해하려는 시도는 17세기에 들어서야 시작된다. 갈릴레이와 케플러. 그들은 관찰과 실험으로 얻은 정보를 수학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노력했다. 유명한 갈릴레이의 낙하 실험, 진자운동, 케플러의 행성 운동의 세 가지 법칙. 타원궤도, 면적 속도 일정의 법칙, T^2=a^3. 세 번째 법칙, 공전 주기와 태양과의 거리에 대한 관계식은 마치 신의 영역을 훔쳐본 느낌을 준다.


그다음으로 데카르트와 페르마가 소개된다. 기하학과 대수학의 융합, 좌표평면으로 올라온 x, y. 이것은 대수학을 직관적으로 바라보는 효율적인 툴이 된다. 기하학이 직관적이고 창의적이었다면, 미지수를 문자화한 대수학은 체계적이다. 때문에 평면 위로 x, y를 올려놓은 것은 천재적 발상이자, 수학 역사상 축복이었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데카르트. 그분 맞습니다.)


그리고, 미적분학의 창시자인 뉴턴과 라이프니츠가 나온다. 누구의 것이라 불리는 게 타당한지 모르겠다. 다만, 뉴턴은 수학적 재능도 탁월했겠지만, 그것을 바탕으로 세상을 설명하는 원리를 만들었다. 거시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운동은 뉴턴의 고전역학으로 설명할 수 있다. 만유인력의 법칙, 뉴턴의 운동법칙. F=ma! 누구나 아는 그 방정식 말이다. 그는 자연의 현상을 수학으로 풀어냈고, 증명했고, 정리했다. 작가는 지상과 천상의 통합이라 표현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이후 양자역학으로 설명되는 미시세계에 그의 방정식이 적용되지 않는다 해도, 거시세계에서는 여전히 유효하다. 뉴턴은 뉴턴이다.


수학자를 중심으로 연대기적 미분학의 발전과정을 살피면서도, 수학의 감초들을 소개한다. 오묘하고 불경한 수 파이, 지수함수, 멱함수, 로그함수 그중 자연로그 e, sine함수와 푸리에 급수 등도 출연한다.  연구가 지반 진동(=지진)인데, 지진파를 해체하려면 푸리에 변환을 한다. 이 책을 읽으며 알게 됐다. sine함수의 비밀을... 음흠.


"미적분의 힘"은  미적분발전과정을 수학자들이 증명한 개념을 설명하면서 전개된다. 그 발견이 현재 어떤 기술로 구현되어 우리의 삶을 편리하게 하고 있는지도 덧붙여 설명하면서. 수학의 대중서답게 어렵지 않고 위트 있게 읽을만했다.




요즘 물리학은 이론물리학이 중심이다. 수학적 모델을 만들어 계산한 후 실제 현상을 예측하고, 이를 관찰하면서 증명되는 것이다. 대표적 사례가 아인슈타인 상대성이론의 중력장 아닐까? 시공간의 곡률로 빛이 직진하지 않고 휘어질 거라는 가설이, 일식이 일어날 때 관찰되어 짐으로써 증명되었다. 그리고 블랙홀의 존재. 블랙홀의 수축팽창으로 주변 시공간에 파동을 일으킨다는 가설이, 2015년에 중력파라 불리는 파동이 측정됨으로써 증명되어 세계를 들썩이게 하기도 했다.


미적분은 어쩌면 인간이 만들어낸 허구적인 툴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을 이용해  미시세계와 거시세계 모두를 이해하고, 추측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많은 것들이 세상에 나올 수 있도록 한 조력자가 미적분이다.


이런 책을 읽는다고, 남편과 아이들에게 야유 아닌 야유를 들었다. 도대체 이런 책을 읽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그저 궁금했다. 미적분이, 수학자들의 세계가. 그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또 다르니까. 구조해석을 할 때도, 에너지를 특정점의 변위로 편미분 하면 그 점의 하중이 나온다. 이건 해석에 있어 굉장히 편리하고 강력한 도구다. 왠지 수학자들이 증명에 매달리는 이유를 알 것 같다. 괴롭겠지만 굉장히 흥미로운, 매력적인 일이다. 나이가 반백이 되어서야 수학의 재미를 알아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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