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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o Aug 01. 2016

구멍 난 등산양말

속았다.

등산 양말에 구멍이 났다.


마치 짠 것처럼 한 날에 왼쪽 양말은 뒤꿈치, 오른쪽 양말은 엄지발가락 부분에 구멍이 났다. 다른 양말이 천 원할 때 두 배 주고 산 양말이다. 기능은 바라지도 않고, 도톰하니 튼튼하겠거려니 하는 마음으로 샀었는데 묘한 배신감이 들었다. 해외로 파견 가기 전에 비장한 마음으로 동대문에서 한 움큼 산 바로 그 양말이다. 두툼한 등산 양말도 구멍이 날 수가 있다. 물건은 비싸게 주고 오래 쓰는 게 남는 거라는 친구 말이 생각난다. 이게 뭐라고 속은 느낌이 난다.


회사에서 앞이 막힌 슬리퍼를 신고 다니기 때문에 딱히 티가 나지는 않는다. 그래도 굳이 선배들에게 너스레를 떠느라, 양말에 구멍이 났다고 자랑을 하고 다녔다. 그랬더니 선배가 대뜸


이야 일 열심히 했네, 현장 열심히 다니느라 양말에 구멍도 다 나고

나는 구멍 난 양말더러 속으로 핀잔을 하곤 했는데, 선배는 일을 열심히 했다고 한다.


같은 양말을 보고 두 사람은 이렇게나 다른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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