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은 머릿속이 아니라 걸음에서 변한다
가장 무거웠던 것은 배낭이 아니라, 시작을 망설이던 마음이었다.
세상에 떠도는 걱정의 9할은 사실 유령이다. 결코 일어나지 않을 일들을 미리 앞당겨 괴로워하는 것, 아직 오지 않은 폭풍우 때문에 오늘 내리쬐는 햇살을 거절하는 것과 같다. 우리는 고민한다. 하지만 솔직해져 보자. 그 고민의 끝에 이미 답은 정해져 있지 않았던가. 다만 그 답이 내가 바라던 예쁜 모양이 아니라는 이유로, 혹은 감당해야 할 무게가 두려워 ‘뜸 들이기’라는 이름의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있었을 뿐이지.
배낭여행은 내게 가르쳐주었다. 확률은 머릿속 계산기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오직 시작이라는 걸음에서 변한다는 것을.
아무리 깊은 고민을 쏟아부어도 신발 끈을 묶지 않는다면 삶의 확률은 언제나 숫자 ‘0(Zero)’에 머문다. 하지만 그 멈춰있던 숫자를 깨고 첫발을 떼는 순간, 비로소 내 안의 ‘영(Soul)’도 함께 깨어나 움직이기 시작한다. 시작하지 않고서는 절대로 알 수 없는 그 과정들은 오직 깨어난 영혼만이 마주할 수 있는 진(眞) 풍경들이다.
‘시작이 반’이라는 낡은 격언은 사실, 그 첫발을 떼기 위한 용기가 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귀한 자산이라는 뜻이다. 지표도 없고 내일의 잠자리조차 불분명한 길 위에서 ‘이 길이 맞을까’ 걱정만 했다면, 나는 세상이 숨겨둔 그 경이로운 순간들을 내 안에 담지 못했을 것이다.
일단 배낭을 짊어지고 문을 나서는 그 단순한 한 걸음. 그 무모한 한 걸음이 있었기에 예상치 못한 인연과 기적 같은 순간들이 내게 한 걸음씩 다가올 수 있었을 것이다.
시작했다면, 당신은 이미 그것으로 충분하다.
당신이 바랐던 결과가 아닐지라도, 문을 열고 나선 당신은 어제보다 더 단단한 영혼을 갖게 되었으니까. 숫자 ‘0’을 지우고 시작된 당신의 ‘영(靈)’은 비로소 숨을 쉬기 시작한다. 그러니 스스로를 걱정이라는 좁은 방에 가두지 말자. 이미 충분히 복잡한 세상에서 나까지 나를 괴롭힐 필요는 없다.
확률은 숫자가 아니라 당신의 걸음 속에 숨어 있다. 당신이 영(Zero)을 깨고 움직이는 그 찰나, 당신을 기다리던 세상은 이미 지평선 너머에서 당신의 영(靈)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을 것이다.
다음 이야기 : Ep.2 왼손의 본능, 오른손의 정답 - 양손잡이라는 서글픈 흉터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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