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서점 컨설팅기 2
요즘 말로 ‘돈쭐’이 나라면 이런 독립 서점이 나야할 것이다. 내가 만난 독립 서점 O (실명이 아닙니다)는 법이 없어도 살 법한 운영진들이 사재를 털어 운영하는 서점이었다. 매혹적인 공간을 갖고 있어 각종 미디어에 등장하기도 하는 인디 서점이자 인디 공간이다. 운영진은 본업에 충실하다 시간이 날 때면 이곳에서 서점 주인으로서 일한다. 시작한 지도 몇 년 지난터라 운영진들간의 끈끈한 우정이나 공간의 운영 노하우가 서점에 고스란히 묻어 났다.
그들로부터 듣는 서점 이야기는 더할 나위 없는 이상적인 동네 서점이었다. 지역 주민들의 아지트가 되어주고, 좋은 책을 주민들과 함께 이야기하고, 다양한 행사를 열어 그들과 어울렸다. 운영진의 사업 의도는 짧고 간결했다. ‘지역 주민들의 공간.’ 그들은 공간으로서의 역할에 몰두했다. 그렇게 그들은 우리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나름의 방법으로 사회에 기여하고 싶어 했고 실제로 기여하고 있었다.
그런데 정확히 ‘누구에게’ 기여하고 있는 지가 보이지 않았다.
법 없이도 살 법한,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이웃들인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내내 끊이지 않는 질문. ‘누구’에게 기여하고 있으며 ‘누구’를 대상으로 아지트가 되어주고 있다는 말인가. 빠듯한 소시민의 일상을 사는 그들이 그 빠듯한 예산의 일부를 떼어내 운영하고 있는 독립 서점 O의 수혜자는 누구인가. 그들의 사재를 영위하고 있는 사람들은 과연 누구인지 명확히 알 수 없었다.
그 첫 번째 궁금증은 바로 그들이 운영하는 프로그램이다. 서로 다른 직장에 다니고 있다는 것이 차이일 뿐 그들은 나와 다르지 않은 직장인들이다. 그럼에도 그들이 운영하는 문화 콘텐츠인 각종 강연이나 세미나는 훌륭하게 구성되어 있었다. 강연자들은 모두 각 분야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일군 사람들이었고, 그런 그들이 심지어 무료나 결코 많지 않은 강연료로 독립 서점 O에서 지역 주민들과 만났다. 강연과 세미나의 분야 또한 매우 다양해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양함에 있었다.
다양한 것은 타겟이 명확할 때, 일관성이 있을 때 강점이 된다. 가게에서 취급하는 상품군에 공통된 특징이 있어야 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중년의 여성인 내가 강연때 입을 옷을 사러 옷가게에 들어가니 정장 몇 벌에 트레이닝복 몇 벌과 스무 살 아가씨들이 입을 만한 꽃무늬가 화사하고 프릴과 레이스로 장식된 블라우스, 십 대 남학생들이 신는 어글리 슈즈가 두서없이 진열되어 있다면 나는 그 옷가게에 얼마나 오래 머물게 될까. 나와 연관이 없다고 판단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타겟팅 (Targeting)의 문제이다.
마케팅 분석과 전략 개발의 프로세스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STP 이다. 독립 서점 O 의 운영진에게서 찾아볼 수 없었던 잃어버린 퍼즐 조각은 바로 STP 였다. 외부 환경 분석 (Framework: PEST, 3C, 5 Force)이 끝나면 SWOT (Strength 강점, Weakness 약점, Opportunity 기회, Threat 위협) 분석으로 사업체 내부를 분석하게 된다. 내외부 분석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STP로 전략 개발을 시작한다. 마케팅 전략 개발의 시작점이 STP, 즉 시장 세분화와 목표 시장 선정 과정이다.
STP는 시장 세분화 (Segmentation), 목표시장 선정 (Targeting), 포지셔닝 (Positioning)의 약자이다. 시장 세분화(Segmentation)는 지리적, 인구통계적, 문화적, 사회적 변수들을 기초로 내 가게의 잠재 고객들을 공통된 특징을 가진 여러 개의 집단으로 분류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중 하나의 집단을 목표시장으로 선정 (Targeting)한다. 다음으로 그 목표시장 소비자들에게 나의 가게를 인식시키는 것이다 (Positioning).
나는 그들에게 먼저 타겟 소비층을 명확히 정하기를 제안했다. 그리고 그들의 반응은 내 예상과는 조금 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