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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레비pd Dec 24. 2019

15회까지 버티기만 하면 돼

록키 (Rocky, 1976)


난 보잘것없는 사람이야.

하지만 상관없어.

시합에 져도 상관없다고 생각했으니까.

머리가 터져버려도 상관없어.

15회까지 버티기만 하면 돼.

아무도 끝까진 못했거든.

내가 그때까지 버티면,

종소리가 울릴 때까지 두 발로 서있으면

내 인생에 처음으로 뭔가를

이뤄낸 순간이 될 거야.


- 아폴로와의 챔피언전을 앞두고 '록키'와 '애드리안'의 대화中에서




저만의 욕심은 아닐 거예요.

월급쟁이로 이 황량한 조직의 한 켠에 둥지를 틀고 있는 이들이라면 누구라도...

'록키'의 아폴로가 입이 아프도록 떠들어댔던 '3회 KO승'의 화끈한 '한 방'을 날리고, 세간의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는 '성공한' 월급쟁이 스타가 되고 싶은 열망을 품는다는 것이.

저 역시도 살짝 아쉬운 TKO승 직전까지도 가보았고 뭐 그저 그렇게 의무방어전도 해가며 여전히 '한 방'을 노리며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



나이가 들어가는 걸까요?

최근에 부쩍 퇴직한 선배들의 근황이 자주 들려옵니다.


소위 말하는 '한 방'을 몇 번이나 날리고 한 때(!)를 풍미하던 모 선배는 여기저기 거쳐서 지방사 사장 한 번 하더니 50대 초중반 나이에 임기 끝나서 그 나이에 벌써 뭐 하나 몰라.
그냥 그렇게 스파링만 들입다 뛰어주면서 여기저기서 변변한 대접도 못 받던 모 선배는 그래도 꿋꿋하게 정년 꽉 채우고 정년퇴직하더니만 어느새 준비했었는지 지방대학 교수로 자리 옮겨 65세까지 소일거리(!)한다네. 게다가  집이며 땅이며 노후 준비도 다 해놨다더만.


가만 보니 예전의 그 멋진 'KO승'을, 45전 39승 32KO의 그 화려한 전적을 이제껏 칭송해기억해주는 이는 별로 없어 보입니다.

3회 KO승의 쾌감만을 좇고 있었는데, 생각해보니 그만큼 링을 빨리 내려와야 한다는 걸 잊고 있었나 봅니다.


인생은 정답이 없다지요.

하지만 그러면서도 다들 '한 때의' 화려한 성공이 인생의 '유일한' 정답인 양 좇는 것이 세상사는 모양새들이 아닌가 싶네요.

오랜만에 '록키'를 보고 나니 그냥 그런 생뚱맞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생이라는 황량한 링에서는 꼭 3회 KO승이 아니더라도, 그냥 15회까지 꿋꿋이 버텨주는 것만으로도 나름 성공했다고 자위할 수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비록 판정패로 손이 내려지더라도 말이죠.



다만...
 인생이라는 리얼 스토리에선 좀처럼 '록키 발보아'같이 회한을 풀 두 번째 기회는 잘 돌아오지 않는 것 같더군요.

그러니 일단 링에 올랐을 때 함성과 야유가 난무하는 15회를 충분히 즐기라는...

비록 30년을 한결같이 지켜왔던 코뼈가 내려앉는 (자존심에) 상처를 입게 되더라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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