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태리 May 27. 2024

혼자 인도 여행을 가는 이유 part 1.

여자 혼자 가면 그렇게 위험하다는 인도를 도대체 왜 가는 걸까.


인도 여행을 하며 만나는 여행자들에게 물으면 

인도에 온 이유는 제 각각이다. 

그런데 조금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답을 찾기 위해서’ 인도에 왔다고 한다. 


저마다 답을 찾고자 하는 물음은 다를지언정, 

마음 한편에는 인도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거라는 

비슷한 기대를 품고 인도로 떠난다. 


결국 많은 여행자들이 인도로 향하는 이유는 

‘무언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 





해외여행이라고는 한 번도 가본 적 없던 스무 살에도

여러 나라를 다녀와 본 서른한 살에도

내가 인도로 향했던 이유도 그들과 다르지 않았다. 


답을 찾고 싶었다. 

첫 번째 인도 여행에서 찾고 싶었던 것은 두 가지였다. 

감사하게도 원하던 것을 모두 얻을 수 있었다. 


한 가지는, 

오랫동안 불행하다고 생각했던 스스로에게 

내가 가진 것들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걸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행복에 관한 책을 보면 

행복은 외부에 있는 게 아니라

내 안에서 느낄 수 있는 거라고 한다. 


아무리 읽어봐도 어떻게 느낄 수 있는 건지 

도무지 감이 오질 않았다.

왠지 인도에 가면 그 방법을 배울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내 일상에서 당연한 것들이 당연하지 않은 곳,

인도에 아무런 대책 없이 나를 던져 놓는 것은 

모든 면에서 상상 이상이었다. 


책이나 다큐멘터리와 같은 매체를 통해

미흡한 게 많고 불편하고 여정 자체가 힘든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속으로 들어가

피부로 느끼는 건 전혀 다른 일이었다.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지 고민할 필요도 없다. 

그런 환경에 나를 던져놓았던 것만으로 충분했다. 

한국에서 태어난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되는 곳이 인도라는 곳이었다.  


내 삶의 모든 게 감사하고

매 순간이 내가 가진 행복을 떠올렸다.  


그 감사함과 행복을 깜빡 잊어버릴 때마다

그 때의 기억을 다시 떠올리곤 했다. 



다른 한 가지는, 

어떤 일을 하면 행복할지, 

나아가 이제 시작점에 있는 나의 20대를 

어떻게 살아갈지 답을 얻고 싶었다. 


학창 시절부터 몇 년 간 꿈꿔 왔던

일을 4개월 만에 그만두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건 불안해서

뭐라도 배워야겠다는 생각으로

사진관에서 사진을 배웠다. 


대학에서 받는 교육보다는 

사회에서 경험을 쌓고 싶어

1년 다닌 대학교를 무작정 그만뒀다. 

그렇게 사회에 남들보다 일찍 뛰어들었지만

일찍 그만두는 바람에 불안감이 나를 덮쳐왔다.



인도에서 한 달 동안

한국에 있었다면 만나지 못했을 

다양한 나라의 여행자들을 만나며 

불안감은 곧 사라졌다. 


그들은 돈보다는 삶의 의미를 고민했다.

해야 하는 일보다는 하고 싶은 일들을 했다.

머릿속으로 걱정하기보다는 몸으로 행동했다.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니

그저 먹고살기 위해 버티는 삶은 싫었다.  

내 나이는 스무 살, 잃을 것도 없고

할 수 있는 건 많은 너무 젊은 나이였다.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면서 

시행착오를 겪어봐도 괜찮을 것 같았다.

그 경험들이 내 인생을 더욱 단단히 만들어줄 거라 믿었다.




인도를 다녀온 뒤에는 방송 촬영을 시작했다. 

일상에서도 여행하듯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게 좋았다. 

그 사람들의 생각을 듣고 사는 모습을 보며

항상 뭔가를 배울 수 있었다.


그 이후로도 강의 제작, 취업컨설팅,

제품 촬영, 브랜드 기획, 온라인 마케팅, 영업,

스타트업 운영 관리까지 수많은 일들을 해왔다. 

그렇게 11년이라는 시간을 앞만 보고 달려올 수 있었다. 



찾고 싶었던 두 가지 이외에도

내 삶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 줄 두 가지를 더 얻었다.

인간관계에 대해 가져야 할 태도, 

죽음 앞에서 무엇을 후회할 것인지였다. 


우다이푸르에 도착한 날 아침, 뜸이오빠를 처음 만났다. 

시행착오를 겪어야만 하는 내게 힌트를 주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2주 동안 함께 여행하는 동안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수도 없이 나눴다.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기 위해 그리 애쓰지 않아도 된다고.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사랑받기 위해 

지나치게 애쓰면서 살고 싶지 않았다.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들에게

더 노력하고 애쓰며 살기로 했다. 



여행하기 위험한 나라로 유명한 인도에서

처음으로 생명의 위협을 느낀 건

다름 아닌 히말라야 트리운드 트레킹이었다. 

그 날은 죽음 앞에서 후회할 것들을

뼈저리게 깨닫게 된 날이었다. 


북인도를 가기 전, 바라나시에서 지내는 며칠동안 

하루에 두 번씩 갠지스 강가를 거닐었다. 

매일 죽음을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죽음에 대해서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당장 내 삶이 끝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나를 죽음의 문턱 앞에 던져놓는 것과 같았다. 


어리석게도 흐리거나 비가 오는 날에 

트리운드 정상까지 오르는 위험을 자초했다. 

내겐 시간이 없었다. 

다음날 델리로 떠나 한국으로 들어가야 하는 마당에

언제 다시 오라는 말인가. 


목숨이 붙어있다면 언젠가 다시 가도 되니 

비 오는 날 가지 말았어야 했다. 

현지인들도 그날은 너무 위험하다고 말렸지만

트리운드를 가고 싶다는 마음이 굴뚝 같았다.

누군가의 말을 들을 생각도 없었다. 





결국 맥그로드 간즈에서 동행했던

오빠들과 위험한 트레킹을 떠났다. 

한 명은 특전사, 한 명은 간호사라는 사실이

심적으로 약간의 안도감을 주긴 했지만

생명의 위협 앞에서는 아무 의미 없었다. 


젖은 흙과 돌길에서 한발 한발 내디딜 때마다

오늘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살면서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공포였다.

발끝 너머로 절벽이 펼쳐져 죽음이 코앞에서 나를 기다리는 것만 같았다. 

(아직까지도 그날은 살면서 가장 무모했던 순간이다.)






사람은 죽음을 마주하는 짧은 순간에

인생에서 중요했던 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간다고 한다.

실제로 죽음의 순간에 맞닥뜨리지는 않았지만

그럴 수 있다는 두려움만으로도 충분했다.


행복했던 순간, 최선을 다하지 못했던 순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하지 못한 말,

남들의 시선이 두려워 마 음가는 대로 하지 못한 일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일들이 떠올랐다. 

제발 살아서 돌아갈 수 있다면

이 모든 것들을 후회하지 않도록 살아가겠다 다짐했다. 


그렇게 이 순간은 내 삶의 나침반 같았다. 

가끔 죽음을 잊어버릴 때도 있지만 이내 다시 떠올린다. 

갑자기 죽음이 찾아온다면 후회할 행동을 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누군가는 인생의 마지막 여행지로 간다는 인도를 

인생의 첫 여행지로 선택했다.

덕분에 내 삶이 조금 더 단단해졌다. 

그리고 지나간 순간들 중에 

단 한순간도 돌이키고 싶은 순간이 없다. 


보통 사람들이 바라는 성공, 명예, 부. 

이 중에 어느 하나도 가진 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돌아가 바꾸고 싶은 순간이 없다는 건

내가 살고 싶은대로 잘 살았다는 게 아닐까. 


이렇게 무언가를 찾은 이들에게 

인도는 언젠가 다시 가고 싶은 여행지가 된다.  

그리고 아직 인도를 가보지 않은 누군가에게

인도 여행을 꿈꾸게 만든다. 



작가의 이전글 인도 여행이 내게 준 선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