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매도에서
섬에 도착한 배는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떠납니다.
배는 만남도, 이별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저 바람이 부는 대로, 물결이 이끄는 대로, 왔다가 사라집니다.
섬은 다릅니다.
섬은 누가 오고 가는지 기억합니다.
한 걸음, 한숨, 한마디까지도 오래도록 품고
무작정 찾아와 허락 없이 머물다 떠나는 이방인들에게
배는 선물이고, 섬은 안식처입니다.
가만히 서서 생각해 봅니다.
너와 나, 누군가가 섬이었고, 누군가가 바다였을까?
기억하는 쪽과 잊혀지는 쪽,
떠나는 사람과 머무는 사람,
그 모든 것이 우리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