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최근 중국 숏드라마 시장에서 흥미로운 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회차당 유료결제형 숏드라마와 '숏드라마+' 모델 간의 치열한 경쟁이 그것인데요. 숏드라마+는 콘텐츠 자체판매보다는 이를 통해 모은 트래픽을 이커머스, 브랜딩, 문화관광 등으로 연결해 수익을 창출하는 모델입니다. 두 모델의 방향성은 다르지만, 결국 같은 매체와 목표 대상을 놓고 경쟁하며 서로를 견제하고 있습니다.
2. 개인적으론 두 방향 다 관심이 많습니다. 두 모델은 플레이어가 확연히 다른데, 유료결제모델은 스토리 IP 유관 업체가 주로 참여한다면, 숏드라마+는 그외의 모든(?)업체가 관심이 있다고 보여집니다. 일단 제가 숏드라마+에서 가장 눈여겨 보는 부분은 숏드라마+문화관광입니다. (숏드라마+이커머스는 숏드라마가 key라기 보단 공급망이나, 결제환경 및 소비습관 등등 좀 복잡해보여서 국내에서는 어찌될지 모르겠습니다...)
3. 올해 초부터 중국 항주, 청도, 정주 등 지방정부들이 하나 둘씩 숏드라마 지원정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애초에 문화산업이랑 거리가 있어보였던 정부들도 나서는데, 이런 현상의 배경에는 중국 지방정부의 재정난도 있는 거 같습니다. 올해 1분기 중국의 지방정부는 상하이 정도를 제외하고 모두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데, 전기차, AI, 반도체 등이 화두지만, 지방정부 입장에서는 그런 산업을 육성하기 어렵죠. 과거 주요 세수원이었던 부동산 시장이 휘청이면서 세금 걷기가 힘들어졌고, 그 결과 문화관광이 지방정부가 가장 접근하기 쉬운 경기부흥방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4. 작년 쯔보(淄博)라는 도시의 바베큐 홍보의 성공 사례가 이런 움직임에 불을 지폈습니다. 더우인(틱톡)에서의 갑자기 관심이 폭발하면서 작년 3월에 무려 500만명이 방문을 했고(쯔보 인구는 470만명), 한 명당 평균 소비 금액이 930위안이라니...갑자기 1조 가까운 금액이 쯔보에서 소비되니 주변 도시가 가만히 있을리가 없죠. 원래 쯔보는 꼬치구이의 대명사와는 거리가 멀었고... 거의 모든 지방정부에서 나도 쯔보처럼(?) 뭐 하나 엮어서 대박내봐? 이런 생각을 다 할만하죠. (하반기에는 비슷하게 하얼빈 얼음축제 대박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하얼빈=>얼음은 그나마 인정ㅋ)이에 거의 모든 중국 중소도시의 문화관광국이 숏폼 콘텐츠를 통한 지역 홍보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장가계나 구채구 등 빼어난 자연환경도 없고, 고궁 등의 역사유적도 없다면 무엇으로 관광객을 부를 수 있을까요?
5. 여기서 콘텐츠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고 그 해답을 숏드라마에서 찾으려 하는 거 같습니다. 사람들이 사랑하는 이야기를 만들고 그 배경이 될 수 있다면 중국 전체의 엄청난 관광수요를 먹을 수 있다고 기대하는 거죠. 올 초에 텐진시 문화관광 담당 공무원이랑 얘기했을 때 겨울연가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글로벌적으로 콘텐츠+관광의 사례는 너무 많지만... 모두가 반지의 제왕과 뉴질랜드가 될 순 없으니 자신들은 딱 겨울연가와 남이섬이면 너무 좋을 거 같다고요. 남이섬을 20년이 넘게 흐른 아직도 사람들이 찾고 있는 걸 보면 너무 부럽답니다. 한국의 우수한 제작팀들이 좋은 이야기로 텐진에서 콘텐츠를 제작해주길 바란답니다. 시간이 흘러 콘텐츠 소비에 있어 거의 모든 것이 바꼈지만 좋은 이야기에 감동받는 우리들은 똑같으니깐요.
6. 이 방식의 숏드라마는 세로형 보다는 가로로, 1분내외보다는 3분정도로 찍어야한다는 말이 나옵니다. 그래야 그 뒤에 이어지는 전환에서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거라는데... 여기까지 보면 7-8년 전 페이스북 중심의 웹드라마 형태와도 비슷해 보입니다. 그때와 지금은 콘텐츠 소비 습관부터 플랫폼, 결제환경까지 많은 것이 변화했는데요. '숏드라마+' 뒤에 브랜딩이 붙나 이커머스가 붙나 문화관광이 붙나 결국은 트래픽과 제품 그리고 전환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있어야 할 거 같습니다. 어느날 마이리얼트립이 숏드라마업에 진출한다면 어찌될까요? 오늘의 집? 배달의 민족? 국내 숏드라마업계도 많은 플레이어들이 뛰어들어 각양각색의 제품을 숏드라마를 트래픽 삼아 다양한 전환을 시도하며 더욱 발전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