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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Y Aug 21. 2024

IP 회사 vs 플랫폼 회사

한국 콘텐츠 기업의 글로벌 진출을 응원하며

1. 텐센트의 웹소설 자회사 웨원 그룹이 상반기 실적 발표를 했습니다. 42억위안(약 8000억 원)정도에 순이익 7억 위안 정도를 했네요. 눈에 띄는 점은 이 중 판권운영을 통한 매출이 22.5억위안으로 작년 동기 대비 73프로를 성장했다는 점입니다.

2. 다양한 숫자 중에 MAU에 관련된 이야기는 거의 없습니다. 마지막 정도에 살짝 언급할 뿐이죠. 이 얘기는 웨원그룹의 다양한 웹소설 플랫폼은 더이상 플랫폼으로서의 기능을 하며 광고 수익 등으로 돈을 번다고 주장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숏폼플랫폼의 맹렬한 공격에 그런 주장이 더이상 먹히지도 않고요.

3. 중국에서 IP의 가치는 매우 비쌉니다. 다 베끼고 베끼던데라고 하지만 그 와중에 진짜도 거래가 되고 있고, 그 진짜들의 가격은 한국 IP 시장과는 차원이 다른 가격입니다. 몇 백억에 소설 IP가 거래되는 일도 흔합니다. 대신 그런 IP를 만들기 위해선 플랫폼으로서 포기해야 하는 것도 있습니다.

4. 중국 웹소설업계에는 分销(분소)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내가 분소를 하는 회사면 웹소설 판권이 있는 플랫폼에 가서 소설을 받아옵니다. 그리고 쉽게 위챗 공중계정 내에 나만의 플랫폼을 만든 후 내가 사적으로 관리하거나 접근 가능한 트래픽에 그 내가 만든 미니앱을 풀고 그 미니앱에서 매출이 발생하면 나는 60-90프로의 수익을 받아갑니다. 이렇게 되면 웹소설 판권 플랫폼은 MAU나 광고수익을 기대할 수 없지만 10%~40%의 판권수익을 받아가며 내 IP의 영향력을 올릴 수 있죠.

5. 한국에서는 말도 안 되는 거긴 합니다. 비유하자면 카카오 모 웹툰의 판매권을 받아서 내가 운영하는 네이버밴드에 올립니다. 그 밴드는 원래 해산물 공동구매 밴드인데, 그 중 일부는 웹툰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죠. 그 구성원이 그 링크타고 들어가서 결제하면 내가 밴드 운영자로서 돈을 나눠받는... 허락할리가 없죠... 내가 플랫폼이자 IP판권을 운영할 수 있는데 왜 굳이 다른 업체가 중간에서 대신 팔아줘야 하지...? 이렇게 하면 우리 플랫폼에 매일 들어오지 않고 다른 곳에서 우리 콘텐츠를 보는 사람도 있을 테니 플랫폼으로서의 영향력은 약해지는 거 아냐? 라고 생각을 할 테고 사실 5천만 인구 시장에서는 실제로 불필요한 거 같기도 합니다.

6. 애초에 중국이 워낙 큰 시장이기도 하고, 커뮤니티나 위챗 단톡방 등 private traffic이라 할지라도 (중국에서는 더우인 같은 플랫폼 트래픽을 public traffic,위챗 채팅방 등을 private traffic이라고 합니다. 18년 정도부터 퍼블릭 트래픽이 너무 비싸지면서 프라이빗 트래픽을 관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수십만에서 수백만의 트래픽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 트래픽을 통해 내 IP로 다른 존재가 매출을 발생시켜도 시장 확대 개념으로 받아들이곤 합니다. 지금 핫한 중국의 숏드라마 플랫폼 업체들도 원래 웹소설 분소하던 업체들이 많습니다. 즉 트래픽이 어디에 있고 이 트래픽을 얼마에 사서 어떻게 매출화를 시킬 것인지, 고민을 하던 업체들이죠.

7. 한국 콘텐츠 기업들도 이제는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경쟁하고 있습니다. 중국 시장에 직접 진출하기는 어렵지만, 다른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기업들과 경쟁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기업들이 승산을 갖기 위해서는 경쟁사들의 전략을 정확히 파악하고 대응해야 합니다. 특히 IP와 플랫폼 사이에서의 균형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이 필요합니다. 국내 시장에서 성공했던 '플랫폼+IP' 전략을 그대로 글로벌 시장에 적용하기보다는, 시장 특성에 맞는 유연한 접근이 필요할 것입니다. 웨원 그룹의 사례에서 보듯이, 때로는 플랫폼으로서의 일부 기능을 포기하고 IP의 가치에 집중하는 것이 더 큰 성공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결국,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공은 우리 기업들이 얼마나 빠르게 이러한 변화를 인지하고 적응하느냐에 달려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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