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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Y Sep 05. 2024

네이버웹툰과 탑툰, 그리고 숏드라마

콘텐츠 산업의 숨겨진 연결고리

1. 200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한국의 웹툰 산업, 그 중심에는 항상 네이버웹툰이 있었습니다. 그 시대에 중고등학교를 다녔던 30-40대에게 재밌는 이야기를 제공하는 창구로서 큰 영향을 미쳤을 뿐만 아니라, IT 스타트업계 전반에 걸쳐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었죠. 그래서일까요? 새로운 콘텐츠 트렌드를 분석할 때도 우리는 자연스럽게 네이버웹툰의 렌즈를 통해 바라보곤 합니다.


2. 중국 숏드라마의 성공을 처음 접했을 때, 저도 네이버웹툰의 성공 공식을 떠올렸습니다. 1) 강렬하고 자극적인 서사, 2)짧은 분량 (한 화에 1-2분), 3) 회차당 유료 결제, 4) 창작자 중심의 IP 소유권(확장도 가능), 5) 수익의 공정한(?) 분배, 6)제작비 대비 엄청난 수익 가능. 그러나 중국업체와 이야기를 하면 할 수록 네이버웹툰보다는 다른 존재랑 더 가깝지 않나 생각을 하게됩니다.


3. 국내 콘텐츠 업계에서 네이버웹툰보다 주목도는 낮지만, 몇 백억의 순이익을 거두고 있는 존재가 있습니다. 바로 탑툰입니다. 양자간 두드러지는 차이점이라고 하면, 

1) 소비 패턴: 탑툰은 유저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앱이 아님. 광고에 노출되어 반응하고, 들어가서 '이슈를 해결(?)'하고 나오는 패턴. 반면 네웹은 매일매일 23시에 들어가 보는 사람들이 많음.

2) 마케팅 전략: 잘나가는 작품 위주의 페이드 마케팅을 통한 트래픽 확보와 전환율 극대화. 네웹도 최근 작품별 외부 마케팅을 하긴 하지만 주로 취하던 마케팅은 그때 재혼황후-수지 tv광고처럼 브랜딩 느낌의 광고가 많음. 

3) 콘텐츠 전략: 19금 성인물 위주로 자극적인 요소를 통해 본능을 자극하고 결제를 유도하는 방식. 네웹은 다양한 스토리를 품으며 트래픽과 매출을 같이 가져가고 있음.

이러한 특성들이 중국 숏드라마의 유료 결제 공식과 놀랍도록 닮아있지 않나요?


4. 탑툰도 예전에 상장을 준비할 때 비성인 웹툰을 많이 만들었습니다. 상장은 잘 안되었고 그 결과 콘텐츠전략은 성인으로 회귀했습니다. 플랫폼별 콘텐츠 전략이 있고 그곳에 맞는 콘텐츠가 가야합니다. 네웹에 가야할 작품이 탑툰에 가면 잘 안팔릴 것이듯이, 네웹형 숏드라마를 만들어서 중국 숏드라마 플랫폼에 가면 그 결과는...판타지(?)를 파는 플랫폼에는 판타지 이외의 콘텐츠는 살아남기 힘듭니다.


5. 최근 중국 유료 숏드라마 시장의 성장이 주춤하는 것도 기존에 팔던 판타지가 정부 규제에 직면했기 때문입니다. 아마 작년과 비슷하거나 조금 꺾일 거 같은데, 투박하게 말하자면 22년부터 15금 버전 탑툰으로 만들다가 정부 규제가 생기고 업계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15금 탑툰말고 다양한 시도를 하며 하나 둘 새로운 소재 및 방향을 찾고 있고 이 과정에서 일부 그쪽 판타지만 원하던 소비자들이 떠난 결과입니다.


6. 그럼 국내에선 어떻게 해야하는가. 그 중간은 없는가에 대해 전 카카오페이지 전략이 하나의 힌트를 준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이야 네웹에도 회빙환(회귀, 빙의, 환생을 소재로 한 웹툰)이 너무 많지만 유료결제 시장이 막 커지는 시점에 카카오페이지는 회빙환이라는 (국내에서는) 새로운 '판타지'로 둘 사이의 사이의 균형을 잡았죠. "왜 최근 웹툰은 회빙환만 나오는가?"라는 질문은 "왜 중국 숏드라마는 재벌, 복수, 막장 드라마만 나오는가?" 랑 같은 맥락입니다. 그것이 제일 잘 팔리는 그 연령대의 소비자가 원하는 판타지이기 때문입니다.


7. 다양한 이야기를 품은 숏드라마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비전은 네이버웹툰의 전략과 유사해 보입니다. 하지만 이미 틱톡이라는 강력한 플레이어가 존재하는 현실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틱톡 프로덕트 자체는 지금 중국 더우인의 2018년정도 수준입니다. 앞으로 보여줄게 무궁무진 합니다. 중국 숏드라마 플랫폼들이 판타지(?)만 파는 이유가 있습니다!) 현재 단계에서는 일단 탑툰 수준의 자극성과 네이버웹툰의 대중성 사이의 '숏드라마계의 회빙환'을 찾는 것, 그것이 우선이 아닐까합니다.

 

* 여기서 숏드라마는 중국의 유료결제형 숏드라마를 지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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