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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Y Oct 07. 2024

애플의 수수료에 맞서 싸우는 중국의 텐센트

1. 애플, 구글이 디지털 상품 결제 시 자체 결제 시스템을 이용하도록 강제하고 최대 30%의 수수료를 받아가는 것에 대해 몇 년째 시끌시끌한 것 같습니다. 정부에서도 몇 년 전부터 대책을 마련 중이긴 한데 아직은 눈에 띄는 방안은 없는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옆 나라 중국은 어떨까요? 과연 중국 업체들은 애플에게 꼬박꼬박 통행세를 내고 있을까요?

2. 지난 8월에 애플이랑 텐센트가 크게 한 번 붙었습니다. 그 원인은 바로 텐센트가 자체 생태계(위챗 미니프로그램)에서 서비스하는 게임의 유료 결제에 있어 우회 결제를 제공한다는 것인데요. 미니프로그램으로 캐주얼 게임을 하다가 결제를 누르면 iOS 결제창이 뜨는 게 아니라 위챗 대화창이 뜨고 그 게임 개발사에서 링크를 하나 보내옵니다. 그 링크를 누르면 자동 얼굴 스캔을 하고 그 금액이 위챗페이로 결제되어 버리죠. 게임 유저로서도 편리하고, 애플은 30%를 가져가지도 못합니다.

3. 한국이었으면 난리 났을 겁니다. 카카오페이지에서 웹툰 캐시 충전을 하려니 카톡이 하나 오고 그 링크를 누르면 카카오페이에서 돈이 나간다...? 애플이 절대 가만히 있지 않겠죠. 하지만 중국은 그렇게 하고 있었습니다. 아는 척 모르는 척 애플이 넘어가고 있었죠. 그러다가 위챗 생태계가 점점 커지고 캐주얼 게임의 거래액이 점점 늘어남에 따라 도저히 보고만 있을 수 없는 상태가 된 겁니다.

4. 위챗 미니프로그램 생태계 관련 수치가 작년에 처음 나왔는데, 작년 3분기 거래액이 1.5조 위안(약 285조 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커머스, 여행, 게임 등 모든 것을 포함한 것이긴 해도... 무슨 시장 사이즈가... 이중에 게임도 상당히 차지한다고 하고. 애플도 주가가 그리 좋지 않은 상황에서 저 시장에 욕심이 났을 겁니다. 막말로 다른 나라에서는 당연하게도 애플이 가져갔던 부분이기도 하고요.

5. 반면 텐센트 입장에서는 어림없죠. 개인적으로 위챗 미니프로그램 생태계야말로 더우인의 존재와 함께 중국의 IT 서비스 중 가장 부러운 점인데. 이 생태계야말로 텐센트의 미래 목숨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메신저 및 SNS 서비스를 넘어 플랫폼들의 플랫폼이 되는 데 있어 이 생태계의 유지는 필수이죠. 이 생태계가 유지되려면 우수한 콘텐츠 및 서비스 공급자들이 몰려야 하는데... 지금까진 애플 수수료를 우회시키며 수많은 공급자들을 데려왔는데... 이번에 애플에게 굴복하면 공급자 생태계가 위협받고 이는 전체 생태계의 붕괴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일이죠.

6. 중국 내에서 3억 명의 유저를 가진 애플과 13억 명의 유저를 가진 텐센트 간의 강대강 충돌은 수많은 중국인들의 주목을 끌었습니다. 일단 말로는 다 텐센트를 지지하며 "우리에겐 화웨이가 있어~" 했지만 실제로 그들이 싸워서 위챗이 업데이트가 안 된다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걸 다 알고 있었을 겁니다. 결국 논의는 9월 초 어찌어찌 마무리됩니다. 일단 iOS 내 위챗 업데이트는 진행되었고요. 일간의 소문으로는 2년 후에 다시 논의한다는 말도 있는데, 제가 봤을 땐 애플의 판정패입니다...

7. 이 싸움에서 애플은 텐센트에게만 선전포고했던 게 아니라 바이트댄스에도 똑같이 우회 결제 하지 말라고 했답니다. 글로벌 거대 IT 기업 두 개를 향해 동시에 선전포고 했던 거지요. 치열하게 모든 산업에서 경쟁하는 텐센트와 바이트댄스가 이번에는 힘 합쳐서 애플을 이겼다라는 말도 돌고요.

8. 우리나라는 정부까지 나서서 우회 금지에 대한 이슈 제기를 하는데 옆 나라는 그냥 기업 2개가 뭉쳐서 애플에 대항하니, 애플이 접어주네요. 13억의 위챗 유저와 3억의 아이폰 유저가 존재하기 때문인 것 같은데... 한 발짝 더 나갔다간 정말 파국이라는 걸 알고, 그때 잃을 게 너무 크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그 애플마저도 한 수 접게 만든 저 시장 크기가 부럽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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