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를 넘어 'IP 생태계'의 일원으로
1. 요즘 더우인(抖音)을 넘기다 보면, 숏폼 5개 중 1개는 AI가 생성한 영상인 것 같습니다. 플랫폼이 제게 억지로 밀어 넣는 것이 아니라, 냉혹한 알고리즘이 '제가 이런 영상에 오래 머물고 흥미를 느낀다'는 것을 파악하고 적극적으로 쏴주고 있는 것이죠. 이런 추세가 최근 3개월 사이 극명해졌습니다. 가끔 국내 메타 등에서 보이는, 중장년층을 타깃으로 한 약간 선정적이고 어설픈 AI 영상들과는 그 퀄리티와 다가오는 무게감이 완전히 다릅니다.
2. "AI 배우나 AI 크리에이터가 진짜 인간의 창작을 대체할 것인가?" 이 거대한 질문에 대한 결론은 조금 유보해 두겠습니다. 하지만 최근 3개월간 쏟아지는 AI 숏폼들을 소비하며 느낀 점은 명확합니다. "사람의 땀과 진심, 치열한 고뇌가 묻어나지 않는데도... 그냥 재밌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특유의 불쾌한 골짜기를 넘어, 이미 엔터테인먼트로서의 본질적인 기능에 훌륭히 충실해지고 있습니다.
3. 제가 가장 주목하는 포인트는 AI가 중국의 3D 애니메이션과 웹소설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누구나 쉽게 '딸깍'하여 만드는 AI 2차 창작물이, 거대한 팬덤이나 원작 IP를 전혀 모르는 대중들까지 오리지널 생태계로 멱살 잡고 끌고 오는 새로운 파이프라인이 열렸습니다. 실사보다 3D에 살짝 더 가까운 AI 생성 콘텐츠의 묘한 특성 덕분일까요? 무한 생산된 AI 콘텐츠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다 보니, 어느덧 저조차도 중국 3D 애니메이션에 대한 심리적 거부감이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4. 이 거대한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영상 공유합니다.
치아오치아오즈(桥桥子): 기존 AI 크리에이터들의 단순한 댄스 챌린지를 벗어났습니다. 토크쇼를 메인으로 다양한 장소와 상황을 자유자재로 연출하며, 이미 인간 크리에이터의 고유 영역을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습니다.
범인수선전(학사신공) AI 2차 창작: 저를 비리비리(Bilibili)의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정주행으로 이끈 마성의 영상입니다. 주인공 한따거(韩立)를 다룬 바람둥이 컨셉의 2차 창작물이 대부분인데, 그걸 보다 원작으로 넘어갔더니 너무 재밌어서 쉴 때마다 이것만 보고 있습니다. 2D 애니도 잘 안 보던 제가 3D 애니에 빠질 줄은 몰랐네요. 남성향 중드 팬분들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할 만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Q5A1xxnHRhk
5. AI가 만든 가짜 영상이 인간이 빚어낸 웰메이드 원작 IP의 강력한 마케팅 퍼널이 되는 기묘한 공생의 시대입니다. '중국 남성향 애니메이션 1황'이라는 범인수선전의 위상을 역설적으로 AI가 다시금 증명해 내는 현상을 보며, 콘텐츠 비즈니스의 지형도가 실시간으로 요동치고 있음을 느낍니다.
새로운 개념이 하나 등장하면 3개월마다 비즈니스 생태계 전체가 바뀌어버리는 중국. 그저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아드레날린이 솟는 참 재미있는 시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