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엔구장(甲子園球場) 마귀(魔鬼)에 홀린 아이들과 어른
注: 우리나라 아마추어 대회에서도 나타나는 혹사 논란도 한 번 생각 해 볼 만한 것 같습니다. 어떤 원인으로 매년 아마추어 야구의 혹사가 나오는지 담담하게 보려 합니다.
올 해도 마귀는 살고 있었다
매년 6월 일본의 각 지역에서 서서히 달아오르기 시작한 여름은 역시 8월이 절정이었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 야구팬들도 잘 알고 있는 고교 야구 대회, 고시엔(甲子園). 일본에서 여름이 시작과 끝을 이야기 할 때 이 대회의 개회식과 폐회식 날이라고 할 정도로 상당한 인기를 자랑한다.
사실 다 여물지 않은 아이들이 하는 경기력은 프로 선수들보다 엉성하다. 하지만 아이들의 열기는 상상 이상이다. 그러나 고등학생이라고 믿기 힘들 수준으로 승부에 대한 집중력을 매년 보여준다. 이 집중력은 매년 드라마같은 경기 결과의 원동력이다. 연장 승부는 물론이고 큰 점수차로 지고 있다가도 마지막에 뒤집는 경기도 상당수. 때문에 프로보다 더 재미있다고 이야기 하는 팬들도 부지기수다.
올 해 고시엔 대회는 100주년을 맞이했다. 100년, 즉, 1세기 동안 이어진 대회였으니 얼마나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이 쌓였을까. 그래서 유난히 왁자지껄했다. 대회를 통해 배출한 스타 선수 초청 시구는 기본이다. 인터넷에는 굵직한 이벤트성 컨텐츠도 상당한 양이었다. 광고는 이미 대회 전부터 시작하였고 과거에 기재한 기사, 당시 시합 중계 동영상, 대회를 참가했던 스타 선수들의 인터뷰, 주요 시합의 하이라이트 등등. 하나하나 구경 하려면 꽤 시간을 할애해야 모두 소화 가능한 양이다.
언론사도 고시엔 열기에 힘을 더했다. 경기 중계 뿐 아니라 스포츠 뉴스 첫 기사는 고시엔 대회 소식이며 다소 시시콜콜하다 싶은 대회 뒷이야기도 전해준다. 그 소식이 끝나야 일본 프로야구, MLB에서 뛰는 일본인 선수 소식 등이 이어진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우승 학교에 방송사가 현장 방문하여 응원하고 있는 모습, 학생 또는 선생님의 인터뷰 등을 전해준다. 아래는 이번 100회 대회의 광고.
마귀가 만든 대회의 조건: 모든 아이들의 벼랑 끝 승부
고시엔 대회는 크게 두 개로 나뉜다. 하나는 매년 3월~4월에 하는 봄 대회. 이 대회는 주최측에서 출전 고등학교를 지정한다. 이 대회는 보통 36개 고등학교가 출전한다. 현지에서는 이 대회를 보통 두 가지로 부른다. 하나는 '봄의 갑자원 (春の甲子園)'. 이 대회는 팀을 선발해서 대회를 진행하기 때문에 선발(選抜)의 일본식 발음인 센바츠(せんばつ)라고 부른다. 이 대회의 진풍경은 관중석. 겨울 내내 야구에 굶주렸기 때문에 초봄이지만 외투 하나씩 걸치고 삼삼오오 모여 야구를 보러 오는 상당수의 팬들이 모인다.
또 한 가지는 여름 대회. 이 대회는 현지에서 '여름의 갑자원 (夏の甲子園)'이라고 부른다. 또는 줄여서 '고시엔(甲子園)', '여름의 고교야구 (夏の高校野球)'로 이야기 한다. 간혹 방송에서 '열투갑자원(熱鬪甲子園)'이라고도 하는데 모두 여름에 열리는 대회를 가리키는 단어다. 보통 국내 야구 팬, 일본 야구 팬들이 이야기 하는 대회는 바로 이 대회이며 통상적으로 '고시엔(甲子園)'이라고 부른다.
이 두 대회는 비슷한 것 같지만 주최사가 다르다. 봄 대회는 운영사는 마이니치신문(每日新聞). 반면 여름 대회는 아사히신문(朝日新聞)사다. 여기에 하나 더 숨은 특징을 밝힌다면, 각 대회의 주최와 후원을 서로 번갈아 가면서 한다. 즉, 봄 대회의 주최는 마이니치 신문사가 진행하면 후원은 아사히 신문사가 진행이다. 여름 대회 주최사가 아사히 신문사라면 후원사는 마이니치 신문사가 맡는다.
물론 봄 대회, 여름 대회 모두 뜨거운 열기를 자랑한다. 하지만 좀 더 비중있게 보고 화제로 삼는 대회는 매년 8월에 열리는 여름 대회. 특히 지역 예선전 우승으로 여름 대회 출장이 확정나면 학교 전체가 '난리'난다. 대회 출장 기념 현수막 게시는 기본, 그 지역의 자랑으로 사람들의 입에 한 동안 오르내린다.
이렇게 시끌벅적한 반응을 이끌어내는 근본적인 이유는 대회 출전을 위한 경쟁의 강도. 앞서 밝힌대로 주최 측에서 출장 학교를 선발하는 봄 대회와 달리 여름 대회는 대회 운영 방법이 다르다. 우선 고시엔 여름 대회 본선에 오르기 위해 지역 예선을 '반드시' 거쳐야한다. 지역 예선의 룰은 토너먼트 제도로 외관상 룰은 단순하다. 이 점은 고시엔 대회 본선도 마찬가지. 즉, 지역예선부터 본선까지 토너먼트 제도를 일관적으로 유지하나 지역 예선부터 경쟁 강도가 '상상초월'이다. 이유는 지역예선 1회전이든 결승전이든 고시엔 본선 대회든 패하면 '무조건 탈락'이다. 패자부활전은 '없다'. 무조건 이겨야 다음 경기를 기약할 수 있다.
이렇게 경쟁에 참가하는 고등학교 숫자는 약간씩 차이가 있으나 40개 이하인 지역도 있고 거의 200개에 육박하는 지역도 있다. 경쟁 학교의 숫자가 적다면 다소 편해 보일 수 있겠지만 '단 한 팀'만 허락한다는 점은 모두가 같다. 이 때문에 각 지역의 경쟁학교 수를 떠나 모두 나름대로 '지옥문'을 경험한다.
그렇다면 몇 게임을 이겨야 본선 대회에 오를까? 경쟁학교의 숫자가 적은 지역은 최소 4~5게임을 '연승'해야 한다. 만약 경쟁학교가 150개~200개에 육박하면, 최소 7~9게임 이상 '한 번도 패 하지 않고' 승리해야 꿈에 그리던 본선에 오를 수 있다.
체감 해 보기 위해 참가 학교 숫자가 적은 지역, 많은 지역을 선정 해 사진으로 올렸다. 한 곳은 99회 대회 (2017년) 카나카와(神奈川) 지역 예선 토너먼트 대진표. 한 곳은 100회 대회 아키타(秋田) 지역 예선 대회 토너먼트 대진표. 카나카와 지역 토너먼트는 대진 표를 보는 것 만으로도 어지러움을 느낄 것이다.
여기서 드는 의문점 하나, 꼭 1개 학교만 뽑을까? 물론 2개 학교를 허락 해 주는 지역도 있다. 도쿄는 동도쿄(東東京), 서도쿄(西東京)로 나누어 경쟁 후 최종 한 곳만 각각 뽑는다. 북해도(北海道-홋카이도) 지역도 100개 단위로 쪼개 2팀만 출장을 허락한다. 그렇지만 이렇게 두 섹터로 나누어도 각각 경쟁교가 100개가 넘는다. 그래서 최종 진출 학교 숫자는 보통 48개~56개교 수준.
그럼 여기서 하나 더 발생한 의문점 하나. 왜 참가교의 숫자가 대회마다 조금씩 변할까? 그 이유는 고시엔은 5회마다 한 번씩 기념 대회를 갖는다. 예를 들어 90회 대회의 명칭은 '제90회전국고등학교야구선수권기념대회(第90回全国高等学校野球選手権記念大会)'라고 붙었다. 반면 99회 회의 명칭은 '제99회전국고등학교야구선수권대회(第99回全国高等学校野球選手権大会)'다. 대회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회 명칭에 '기념(記念)'이라는 단어가 붙으면 대회의 참가 학교 숫자를 늘려준다.
이 기념 대회의 경우 경쟁이 과다한 지역 (특히 도쿄 주변의 수도권 지역과 일부 지방 지역) 위주로 한 학교씩 더 참가하도록 해 준다. 이 경우 일부 지역은 지역을 동, 서 또는 남,북으로 쪼개 경쟁을 거쳐 2개 교를 참여 시켜주는 것. 그래서 적으면 49개교이나 많으면 55개교에서 56개교로 참가 학교 숫자가 변한다.
아무튼 이러한 요소는 다른 대회에서는 보기 힘든 몇 가지 독특한 점을 탄생시켰다. 하나는 고시엔 본선보다 지역 예선 4강전, 결승전이 재미있다고 이야기 하는 팬의 형성이다. 실제 관전 해 보면 마치 전쟁터를 방불하는 수준이다.
두 번째는 경기 종료 후 야구장의 풍경. 특히 지역 4강전, 결승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물론 본선은 1회전부터 지는 팀에게서 볼 수 있기에 비슷하기는 하지만, 특히 지역 결승전에서 보는 '희비'는 최고의 클라이막스. 결승전에서 패배한 팀의 응원단에서는 아깝고 분한 마음에 선수단처럼 대성통곡한다. 반대로 이긴 팀의 응원단은 기뻐서 눈물바다를 이룬다. 결국 양 쪽 모두 눈물 바다를 이루는 '웃지 못 할' 모습을 본다.
이렇게 경쟁의 강도는 다르겠지만 각 지역별로 벼랑 끝 승부에서 벌어지는 우여곡절을 모두 살아남은 '단 하나, 또는 두 개의 학교들이' 지역을 대표해 매년 8월이면 고시엔 구장에 모인다. 아래는 지역 대회의 모습을 담은 스포츠 뉴스다. 말을 못 알아 듣더라도 어떤 분위기로 흐르는지 구경꾼의 눈으로 한 번 체감 해 보자.
'2부: 마귀의 제물이기를 바라는 아이, 어른 그리고 대회 문화'로 계속
2부: 마귀의 희생양이길 바라는 아이와 어른 그리고 본선 대회 문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