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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스트베드 Apr 10. 2023

치열했던 20대 첫 3년을 회고하며

근데 열심히 살지 않으면 불안해지는 병이 생겼나

20대 초반 임시저장해뒀던 글을 발견하여 올리는 글


올해 스물둘, 이제 두달 뒤면 스물셋이다  

벌써 11월이라는게 믿기지 않는다 연말이라니


나이 밑에 'ㅅ'이 들어가면 중반이라고 하던데, 학교 3달 다녀보고 20대 중반이 되었다.


코로나 덕분에 오프라인으로 학교에 가본게 새내기 때 첫 3달

대학 생활의 추억이 많이 없는게 아쉽긴 하지만, 내 스무살부터 스물둘은 참 열심히 살아왔기에

많은 변화들이 있었고 되돌아가고 싶지 않을 정도로 매 순간 치열했던 것 같다.


여기에 내 다사다난했던 스무살 2019년부터 현재까지의 기록을 한번 정리하고자 한다.




스무살 2019년 - 내가 패배자라고 느껴졌던 날들

아버지 사업이 파산하고 또 한번의 입시도 실패했던 스무살의 겨울은 그 어느때보다 나에게 차가웠다


대학에 입학할 때부터 마음 한 구석에 입시에 대한 아쉬움이 늘 있었다

그래도 입학했으니 신났고, 엠티도 가고 농활도 가고 만우절에 교복입고 수업도 안가고

새내기답게 신나게 두달 반 정도 논 것 같다.


그러다 문득, 내가 이러려고 대학 온게 아닌데 내가 이 대학에 만족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5월말 학벌을 높이겠다며 호기롭게 기말을 안보고 재수학원에 전액 장학금을 받고 등록했다

그 때까지만 해도 다시 한번 하면 당연히 더 잘될 줄 알았지

경영컨설팅하려면 학벌이 중요하니 학벌을 높여야겠다 그 생각만이 가득했다


7월중순 아버지가 13년간 운영해오신 사업이 파산한다.

돌아가면 학사경고의 성적, 잘되어도 대학원에 갈 지원을 이제 못해준다는 말을 들었을때 내 심정은 참담했다


그래도 나는 학원 장학금을 받으며 반수를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

매일 아침 7시 학원에 가장 먼저 도착해 공부를 시작했고 공부에 방해될까 학원에서는 일체 말을 하지 않았으며 10시에 끝나고 오는 버스 안에서는 영단어를 틈틈이 외웠다. 쉬는 시간에 화장실 가는 시간 아끼면 비문학 기출 한 두개 다시 풀어볼 수 있었기에 물도 하루에 텀블러 2잔 이상 마시지 않았다.

대학에 입학해서 매일 놀던 사귀었던 친구들과의 연락도 더 집중을 하겠다며 다 끊었다

"절박하고 누가봐도 불쌍할 정도로 노력하면 그 노력이 가상해서라도 붙여주겠지

이렇게 집에 안좋은 일이 생긴건 뭐 나한테라도 좋은 일이 생기려는거 아니겠어?"


 2019년 9월말 종례 시간,

 “예전에 선생님 반에 재수 도중에 아버지 사업이 망한 애가 있었는데 엄청 힘들어했다. 집 상황이 그런데 애가 어떻게 집중하겠냐? 너희는 그런거 없으니까 집중해서 감사하면서 잘 마무리해라”

라며 말씀하신 날이 생생하다.

바뀐 상황이 부끄러워서 어디에도 이야기 못했기에 선생님은 나를 의식하지 못하고 하신 말이겠지만,

더 열심히 하라고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던 모습을 자각하며 왠지 모를 슬픔과 서러움이 느꼈다

그 날 석식 시간 밥도 못 먹고 화장실에 들어가서 혼자 소리 없이 울었던 날,

과탐 시간에 수업을 듣다가 갑자기 쏟아져 나오는 눈물에 혼자 화장실에서 울던 날들이 아직도 생생하다


결과는 실패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실력부족이고, 멘탈 관리 부족이다

수능장 들어가는 그 순간 버텨준 내가 대견해서 눈물이 줄줄 나는데

어떻게 수능을 잘 볼 수 있겠는가 더 강했어야 했다


앞길이 막막했고 열심히 했음에도 또 다시 실패했다는걸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왜 또 열심히 하려고 하는데 이런 일이 생겼던건지 환경 탓도 했다


심리적 불안함은 폭식과 일명 '먹토'라고 불리는 식이장애로 연결이 되었고,

반수를 하며 8키로가 빠진 살은 금새 10키로가 불었다

공허함에 빵을 혼자 6-7개씩 먹고, 살찔까봐 토하거나 변비약 먹고

이게 뭐하는건가 그때 화장실에서 거울을 보며 뭔가 단단히 잘못된 것 같다 느꼈다


대학 와서 사귀었던 가장 친했던 친구와도 멀어졌고

(이것도 내가 불안한 상태이니 내가 분명 뭔가 실수를 했지 않았을까 싶다.)

분명 새내기때는 안 그랬던 것 같은데 반수 후 짝사랑은 계속 실패했다

아마 내 태도와 분위기가 변해서 그랬을 듯 싶다


열심히 산 것 같은데,

그야말로 엉망진창이었다.




스물하나 2020년 - 정비와 복구 : 생각노트와 방향 설정
그리고 학벌에 대한 생각


그렇다고 내가 학벌이 남들이 봤을 때 나쁜편이었나?

그것도 아니다. 그냥, 공부가 전부였고 그랬기에 'SKY'에 가는 것

애매한 대학이 아닌 최상위권이 되야겠다 그 생각 뿐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모든 건 상대적이라 상위권이 되더라도 그 위는 항상 있는 법인데

목이 부러져라 남들과 비교하며

성공을 하려면, 내 꿈을 이루려면 그 대학만이 방법이라는 편협한 생각은 참 어리석었던 것 같다.

성공을 못한 사람들은, 노력이 부족해서 그런거라고 단정짓는 내가 참 어렸던 것 같다.


그 당시에는 참 힘들었지만 그 경험이 나를 무너뜨렸냐고?

전혀 아니다. 오히려 나를 강하게 만들었다.

이젠 그 과정을 겪었다는게 더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크게 2가지를 배웠다


첫째, 실패는 절대적이지 않다는 것. 그리고 인생은 수능과 달리 반복 시행의 제한이 없다는 것.


오늘의 실패는 오히려 미래의 성공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느꼈으며,

실패가 (-)가 아닌 (+)가 되게 하는 건 내 태도의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실패를 해도 성공해 안주한 사람보다 더 큰 깨달음을 얻는다면 그건 승리가 될 수도 있는거 아닐까?

그래서 나는 어떤 실패를 해도, 또는 성공을 해도 깨달음에 집중하며 살기로 했다

인생은 길고, 수능과 달리 단판승부가 아닌 겁 없는 놈이 계속 도전할 수 있는 '반복시행'의 게임이니까

결과값이 큰 게임을 한번 이기면 되는거고, 그 게임을 찾는 것조차도 본인의 시야와 능력에 달려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한번' 성공할 확률을 높이는 방법 두가지

    (1) 능력을 올려 성공 확률값 자체를 올린다 (2) 반복시행을 여러번 한다


대학생활을 하며 저 두가지 관점에 집중하기로 결심했다

(1)에 해당하는 확률값을 높이기 위해 나를 파악하고 내가 최대 출력을 낼 수 있는 분야를 강화하고 약점은 보완하자

(2) 에 해당해서는 거침없이 부딪히고 경험하자. 성공만 하고 있다면 오히려 뭔가 잘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둘째, 학벌에 갇히는 순간 진짜 아무것도 못하게 된다는거.

이건 단순히 학벌의 문제가 아닌 안되는 이유를 찾는 내 삶의 태도를 만들어 나를 무너뜨린다는 것.

학벌에 목매며 안되는 이유를 찾는 태도는 곧 냉소적이며 부정적인 삶의 태도를 의미한다.

아버지 사업이 망했으니 인생이 꼬이고 있는 것 같다는 절망은 개선의 여지를 없애는 사고방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해낸다.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너 계속 그렇게 살거야? 그렇게 살고싶어?"       "아니"

"너 뭐가 되고 싶어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어. 근데 성공하고 싶어."

"그럼 뭘할지 찾아"          "근데 난 시간도 없고, 돈도 없고...."

"그럼 어쩌라고"          "....."

"필요하면 바꿔. 방법이 안보이면 찾아. 처음부터 다 알고 시작할 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어."


상황을 탓하고 안되는 이유를 찾으면 세상에 시작할 때부터 가능해보이는건 거의 없다

필요한 이유가 확실하고 내가 그걸 정말 원한다면 방법을 찾아야한다


일단 나는 내가 정말 무엇을 원하는지부터 찾아야했다


자 어떻게 일어났는지 하나씩 시작해볼까

당연히 하루 아침에 바뀐 건 아무것도 없었고 하루하루가 쌓여 달라졌다


먹는 것을 하나씩 전부 기록했다. 폭식을 고치기 위해서였다

감정 때문이 아닌 내가 정말 먹고 싶어서 먹는 것만 먹는 습관을 만들고 싶었다


일기를 매일 썼다. 생각을 바로 세우기 위함이었다

내 일기장의 이름은 생각노트였는데 그 당시의 내 생각을 밖으로 끌어내며 다듬었다


대외활동들을 시작했다. 진로를 찾기 위해서였다.

돈을 많이 벌고 싶어서 경영컨설팅, 금융권, 창업 3개 중 무엇을 할지 결정할 경험적 근거가 필요했다

각각에 해당되는 학회나 동아리 또는 팀빌딩을 해서 하는 공모전을 참여했다


운동을 열심히하기 시작했다. 몸과 마음을 바로세우기 위함이었다

특히 웨이트 트레이닝을 좋아했는데, 운동을 할 때만큼은 아무 생각도 없이 몰입할 수 있어 좋았다.

몸이 변했고 마음도 변하며 내가 점점 예전의 밝았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 같았다


학사경고를 받고 실패한 반수와 변한 인간관계를 통해 많이 오히려 성장했고

운동을 통해 몸과 마음을 가다듬는 법을 배웠다.


알바를 하기 시작했다. 용돈을 못 받으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예전에는 아빠 카드를 쓰며 다녔는데 돈을 직접 벌어보니 학원 알바로 월 80? 너무 부족했다


금융권에 가려면 자격증이나 공부 기간, 취준 기간이 필요한데 돈이 더 필요했다

월 80으로는 교통비 통신비에 남는게 거의 없었다

CFA 응시료만 100만원이라는데 어떻게 하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뭔가 변화가 필요했고, 내가 발전하면서 돈을 벌 수 있는 길을 찾고 싶었다

더 이상 학원에서 또 수능을 가르치며 갇히고 싶지 않았다

코로나 끝나면 뭔가를 하겠다며 미룬것들을 더이상 미룰 수 없었다




스물둘 2021년 - 밖으로


개명을 했다.

새로운 마음으로 내가 원하는 뜻을 담아서 이름을 지었다.


올해는 오전 트레이너로 오전 6시부터 3시까지 일하기 시작하며 5시에 일어나는 습관도 만들었다

바디프로필도 찍었고 다이어트도 운동도 회원님들 운동 지도도 참 열심히 했다

동시에 주3회 오후 학원 강사, 학교 온라인 강의 23학점 수강도 했다

그 결과 학점을 다 복구해서 3점 후반까지 올렸다

트레이너로 일하며 1000만원을 돈을 모아 주식투자를 했고,

책과 경제신문을 읽는 습관을 만들었고 주식을 공부했다

투자를 거친 돈은 다시 나에게 전부 투자했다

대학생 치고는 꽤 많은 돈을 벌게 되었는데 평균 월 300 중반 많게는 월 500이 넘었다


월급에만 신경쓰며 돈을 시간으로 바꾸느라 정작 중요한 미래고민을 못한다는 생각이 들어

9월달에 오전 트레이너와 학원일을 그만두었다

좀 더 나를 생각하고 다양한 도전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다른 센터에서 오후 트레이너와 20학점을 병행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은 내가 하고자 하는 큰 방향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가리지 않고 도전해보는

300개 지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내가 어떤 꿈을 꾸게 되었는지.

무슨 생각으로 그 길을 선택했는지.

리스크에 대한 내 현재의 가치관이 어떤지는 다음글에 올리도록 하겠다.




그런데, 요즘 생각이 참 많다.

열심히 일하던 21년 상반기에는 생각이 많을 틈조차 없었는데...


독서를 하다보면 세상에 배울게 너무 많아서 내 무지함에 작아지고

큰 목표를 생각하고 있다보면 언제 거기까지 어떻게 갈지 막막하다는 생각이 든다

심지어 그 목표가 내가 진짜 원하는게 맞는지 다시 깊이 생각하다보면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생각만 하고 있는 건 절대 아니다.

나름 적어도 내 하루가 거꾸로 퇴보하는 하루가 되지 않도록 작은 전진에 집중하고 있다


하루에 1%씩 1년이 쌓이면 256배 성장한다고 한다.

하루를 열심히 살든, 대충 살든 당장 보이는 차이는 미비하지만 나는 그 작은 차이의 엄청남을 믿는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노력도 별게 아니라고 느껴져서 작아진다면

나의 과거를 되돌아보곤 한다.


내가 매일 잘 하지도 못하는 운동을 반복하며 꾸준함이 더해졌을 때

그게 내가 새로운 일과 대학생에겐 큰 수입, 진로에 대한 생각까지 이어질거라 생각하지는 못했던 것처럼


근데 가끔 2019년 겨울의 우울했던 나의 절박함을 잊고

나쁘지 않은 현재에 나태해질 때가 오면 무서울 때가 있다

새벽 5시에 일어나지 않고 낮잠 자는 사치를 부리는 내가 싫어질 때가 있다.


여유가 없고 불안함이 만성화된 느낌이라고 해야되나

노는것과 비생산적인 대화, 술 이런 것들을 멀리하게 된다.

하고 나면 후회할게 뻔하니까


남들과 다르게 성공하고 싶으면 포기하는 것도 있어야된다는 당연한? (나중에 되돌아보면 당연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 사실을 마음에 새기며 위로해보지만

술 마시고 놀고, 일 안하고 돈이 조금 부족해도 감정에만 몰입해서 살아보고 싶기도 하다.


한병철의 피로사회 중 이런 글귀가 있다. (27p)

" 긍정성 과잉 상태에서 새로운 인간형은 아무런 대책 없이 무력하게 내던져져 있는 새로운 인간형은 그 어떤 주권도 가지지 못한다. 우울한 인간은 노동하는 동물로서 자기 자신을 착취한다. 물론 타자의 강요 없이 자발적으로. 그는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이다 ··· 아무것도 가능하지 않다는 우울한 개인의 한탄은 아무것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믿는 사회에서만 가능한 것이다. 성과주체는 자기자신과의 전쟁 상태에 있다. 우울증은 긍정성의 과잉에 시달리는 사회의 질병으로서, 자기자신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 인간을 반영한다. "


지금도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건 성과이고 내 직업적 성공인데

내가 지금 자기착취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건 아닌가 생각이 들게 만든다


그럼에도 지금도 변함없는 내 생각은

난 꼭 성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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