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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망트망 Jan 18. 2024

베를린에서 먹었던 비건 음식 TOP3

베를린 비건 여행ㅣ비건들의 천국은 여기였구나



독일 음식은 맛없다?



한국인들에게 독일이 관광지로 유명하지 않은 것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 음식도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지 않을까 싶다. 유럽 중 "먹을 것 없는" 나라로는 1,2위를 다투지 않을까..? 어떤 기준, 어떤 근거로 그런 말들이 나돌기 시작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부터 많은 사람들이 그렇다고 하니까 그런가 보다- 하고 '믿게' 되는 것들이 있다.



"먹을 것 없는" 나라로 뒤지지 않는 곳이 영국일 텐데, (십 년도 더 지난) 예전에 런던에 간 적이 있다. 영국 음식은 맛이 없다니까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직접 가보니 그 '믿음'이 와장창 깨져버렸다. 런던에 머물렀던 열흘동안 '역시 영국이라 맛이 없군'이라고 느꼈던 적은 한 번도 없었고, 그렇게 맛없다던 피시 앤 칩스도 너무 맛있어서 오히려 깜짝 놀랐었다. (참고로 당시에는 비거니즘에 대해 전혀 모를 때였다.)


런던 다음으로 넘어간 도시는 파리. 그야말로 미식의 나라 프랑스의 중심이었다. 파리에서도 열흘 남짓 머물렀지만, 너무 맛있어서 나를 깜짝 놀라게 한 음식은 없었다.



이 경험을 계기로 (특히 여행에 있어서는) 남들이 말하는 '그렇다더라'를 크게 믿지 않게 되었다. 남들에게 좋았던 것이 나에게는 별로일 수 있고, 남들에게 별로인 것이 나에게는 멋진 경험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 사실을 그제야 느끼게 된 것이다.




"먹을 게 없는" 걸로 유명한 나라, 독일의 중심 베를린도 그렇다. 당신이 무엇을 먹고 무엇을 먹지 않느냐에 따라 그것은 참일 수도 있고 거짓일 수도 있다.


만약 당신이 동물이나 동물을 착취해 생산해 낸 것들을 먹지 않기로 결심했다면, 베를린만큼 먹을 게 많은 곳도 없을 것이다. (비건의 관점으로 보면, "먹을 게 많다"는 한국이 오히려 먹을 수 있는 게 별로 없는 곳이다.)



베를린에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온전히 머무를 수 있었던 시간은 나흘 남짓. 여행 기간이 너무 짧아서 베를린에 있는 수많은 비건 식당에 가보지 못한 것이 한으로 맺혔다. 지금부터 소개할 곳들은 (당연히) 객관적인 자료가 아닌, 지극히 내 입맛에 따른 정보이며, 이보다 더 맛있는 곳이 셀 수 없이 많을 것이라는 게 잠깐 베를린에 발을 담그고 온 나의 소견이다.





ZEIT FUR BROT

베를린


12월이라 그런지 슈톨렌을 판매한다는 간판이 나와 있었다.


ZEIT FUR BROT는 독일어로 '빵을 위한 시간'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름부터 너무 예쁜 이 카페는, 베를린에만 5군데나 있다.


참고로 이곳은 비건 카페는 아니다. 시나몬 롤로 유명한 카페인데, 베를린이니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비건 메뉴가 있는지 찾아보았다.


역시나, 있었다.




시나몬 롤 카페답게 다양한 맛의 롤들이 진열되어 있었고, 그 외에도 다양한 종류의 빵들이 있었다. 한쪽에는 샌드위치류도 많이 있었다.


진열된 빵 중 80-90프로는 베지테리언이나 비건 표시가 있었고 (표시가 새싹 모양으로 동일하다. 그 밑에 베지테리언, 비건 중 뭐라고 쓰여있는지 주의 깊게 봐야 한다.) 그중 20프로 정도는 비건이었다.




우리가 주문한 것은 애플 아몬드 롤(비건)과 비건 샌드위치, 그리고 아메리카노 그란데 사이즈


베를린에 있는 카페들은 음료 사이즈를 선택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이 나라 사람들은 카페인이 많이 필요하지 않은지 커피잔부터가 너무 아기자기했는데 (한국 스벅으로 치면 숏 사이즈 정도?) 덕분에 서너 모금이면 끝나곤 했다.


그런데 이곳은 커피 사이즈를 선택할 수 있었다. 모든 메뉴에 다 적용되는 건 아니었고, 아메리카노카푸치노의 경우에만 기본 사이즈와 그란데 사이즈 중 고를 수 있었다.



포크 꽂아 주는 거 왜 이렇게 귀엽냐며


애플 아몬드 롤, 빵도 촉촉하고 달달해서 아주 맛있었다. 그리고 처음에 볼 땐 그렇게 커 보이지 않았는데 먹다 보니 양도 꽤 되는 편이었다. (시간대가 잘 맞아서 막 구워진 롤을 먹으면 더더욱 맛있다고 한다.)




비건 샌드위치, 안에는 특별히 든 게 없는데 먹다 보니 매력 있었다. 처음에는 뭐 많이 안 들어간 그냥 그런 샌드위치네- 정도의 평이었는데, 달달한 롤을 먹다 보면 좀 느끼해져서 이 샌드위치가 자꾸 당겼다.



이것은 빵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 나와 친구의 결론인데 (우리는 베를린에 있는 나흘 내내 이곳이 처음이자 마지막 빵집이었을 정도로 빵을 자주 먹지 않는 사람들이다.) 애플 아몬드 롤의 경우, 달달하니 맛있지만 계속 먹다 보면 은근 느끼해서 식사로 먹으려면 산뜻한 샌드위치가 꼭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아니면 아예 디저트로 먹거나. (이때도 아메리카노는 필수)



화장실 : 카페 내에 있음. 무료 

대부분의 유럽이 그렇듯이, 베를린에서도 밖에서 화장실을 가려면 돈을 내야 한다. (쇼핑몰에 있는 화장실도 마찬가지) 그러니 내가 간 식당이나 카페에 화장실이 있다면 잘 활용하는 것이 좋다.


팁 : 없음

베를린에서 가장 당황했을 때가 카페에서도 팁을 받을 때였다. 어느 카페에 가서 음료를 주문하고 카드로 계산했는데, 나중에 영수증을 확인해 보니 팁도 같이 계산했더라. (나한테 말도 안 하고? ^^^^) 정확한 액수는 기억나지 않지만 팁으로 가져간 금액이 은근히 커서 당황했던 기억이 있는데, 그런 일을 겪고 나니 팁을 안 받는 카페가 너무 소중해졌다.


* ZEIT FUR BROT는 이곳 말고도 여러 곳이 있다.





SHISOMEN

베를린



12월의 베를린은 예상했던 것만큼 춥지는 않았지만 눈이 자주 왔다. 그래서인지 국물이 자꾸 당기곤 했다. 서양 음식에서 국물이라 함은 수프 정도라서 한국인의 입맛을 충족시키기 어렵지만, 베를린에서는 걱정할 것이 없다. 베트남 쌀국숫집도 일본 라멘집도 많으니까. 그것도 비건으로.




Shisomen은 비건 라멘집이다. 매장도 깔끔했고, 식당 내에 화장실도 있어서 좋았다.




어렸을 때는 여행하며 술도 잘 마셨는데, 이제는 컨디션 조절을 위해 술을 자제하게 된다. 같이 간 친구도 술을 잘 못 마시는 편이라 여행 내내 거의 술을 마시지 않았다.


그런데 문제는, 베를린에서는 물보다 맥주가 저렴하다는 것. 심지어 콜라보다도 맥주가 싸다. (이건 식당 기준으로 봤을 때다. 마트에서는 당연히 물이 제일 싸다.)


이곳에서도 맥주보다 싼 음료가 없어서 반강제로 주문했던 생맥주. 참고로 술 못하는 친구가 이번 여행에서 마셨던 (몇 안 되는 맥주 중) 제일 맛있었다고 했다.




내가 주문한 탄탄 라멘(비건)과 친구가 주문한 돈코츠 라멘(비건)




탄탄 라멘, 베를린에서 인생 라멘을 만났다. 심지어 라멘의 본고장인 일본에서 먹었던 비건 라멘보다 맛있었다. 일본 음식 특성상 저렇게 빨간 고추기름이 떠 있어도 그렇게 맵진 않지만, 느끼한 속을 달래줄 만큼의 매콤함은 느껴졌다.


양배추가 고명으로 들어간 게 좀 특이했는데, 야채를 듬뿍 먹을 수 있어서 오히려 좋았다. 양도 어찌나 많았는지 다 먹기가 쉽지 않았다.


으슬으슬한 겨울날, 뜨끈한 라멘 국물에 시원한 생맥주까지 곁들이니 몸이 노곤노곤해졌다.


 


친구가 주문한 돈코츠 라멘, 난 국물맛만 봤는데 돈코츠 특유의 묵직함과 고소함은 느껴지면서, 동물에게서 국물을 냈을 때 나는 비린내 같은 건 전혀 느껴지지 않아서 너무 맛있었다.


그리고 돈코츠 라멘에는 차슈를 재현한 대체육이 나왔는데, 친구의 평에 따르면 그 대체육 빼고는 다 맛있었다고 한다. 참고로 내가 주문한 탄탄 라멘에는 대체육이 잘게 다져진 고명 형태로 들어가서 전혀 거슬리지 않았다.



화장실 : 식당 내에 있음. 무료


 : 있음 (필수는 아님)

계산을 하겠다고 하면 직원이 단말기를 들고 자리로 찾아오는데 (현금이면 현금용 단말기, 카드면 카드용 단말기를 들고 온다.) 그 단말기에 팁을 선택하는 항목이 있다. 팁 0을 선택할 수도 있지만 직원이 바로 옆에서 보고 있기 때문에 그 버튼을 누르기란 쉽지 않다...





VEDANG - plant burger

베를린



Vedang은 플랜트 버거 전문점으로, 베를린에만 4개의 매장이 있다. 내가 찾아간 곳은 Bikini Berlin이라는 쇼핑몰 내에 있는 매장이었다.



이곳을 찾아가는 길에 벌어진 에피소드를 하나 풀어보려고 한다. (여행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식당이 쇼핑몰 내에 위치하면 찾기가 더 어려워진다. 이날도 길에 있는 매장일 줄 알고 구글 지도를 보며 열심히 찾아가는데, 갑자기 쇼핑몰이 나와서 당황했었다.


일단 쇼핑몰에 들어가서, 매장 안내도를 봐야겠다 싶었는데 누군가 다가오는 것이다.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할머니였는데 유니폼 같은 걸 입고 있는 걸 보니 쇼핑몰 관계자 같았다.


나에게 다가와 도움이 필요하냐고 물었고, 나는 너무 감사한 마음에 여기를 찾고 있다며 구글 지도를 보여줬다. 그랬더니 내 폰을 들여다보며 뭐라고 말씀하셨는데 독일식 영어라서 내가 잘 못 알아 들었고, 지도가 잘 안 보이나 싶어 지도를 확대해서 더 열심히 보여줬다. 그런데 그분은 오히려 더 난처해하셨다. 순간 식당 이름을 말해달라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 내가 "비당?" (이렇게 발음하는 게 맞는지 나도 확신이 없었기 때문에 의문형으로 끝났다..)이라고 답했고, 그러자마자 그분이 "오!" 하며 길을 알려주셨다.


연신 감사하다고 인사하며 식당을 찾아가는데, 그분이 아까 왜 그렇게 난색을 표하셨는지 식당에 다다라서야 이해가 됐다. 나이 때문에 노안이 있어서 폰이 잘 안 보였던 것 같았다..! (참고로 내 폰은 아이폰 미니... 아마 요즘 폰 중 화면이 제일 작을 것이다... 죄송해요 ㅠㅠ) 


내가 식당 이름은 말 안 하고 폰부터 들이미니 곤란하셨던 것 같다. 너무 죄송했다. 빨리 알아듣지 못하고 폰만 보여줬던 아까의 내가... (난 내 발음이 이상할 것 같아서 보여주는 게 빠를 거라 판단했었다.) 


어쨌든 그분의 친절함 덕분에 마음이 뜨끈뜨끈해졌다.




그렇게 찾아간 비당 매장. 비키니 쇼핑몰 2층에 푸드코트처럼 여러 식당이 모인 공간이 있었는데, 그곳에 비당 매장도 있었다.




여기에 있는 모든 버거가 비건! (이러니 내가 베를린을 안 좋아하고 배길 수 있겠냐고요.)




칠리 버거 (어떻게든 매운맛 좀 먹어보려고 칠리만 보이면 무조건 주문)와 크리스피 칙 버거. 친구와 나눠먹고 싶어서 반으로 잘라달라고 요청했었다.


비당에서는 추가 요금을 내면 세트로 주문할 수 있었다. 우리는 가장 기본 세트로 주문했는데, 조금 특이했던 것은 감자튀김에 찍어 먹을 소스를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무난하게 각각 케첩과 마요를 선택했는데, 이 외에도 3-4개 정도의 소스가 더 있었다. (잘 기억은 안 나는데 살사? 커리? 같은 좀 특이한 것도 있었다.) 음료도 콜라나 사이다뿐만 아니라 레몬이나 애플 주스 같은 것도 선택할 수 있었다. (왼쪽은 애플, 오른쪽은 레몬)


일단 결론부터 말하자면, 여기서 인생 버거를 만났다. (지금까지 먹었던 버거 중 제일 맛있었음)




칠리 버거, 내 입에는 역시나 전혀 맵지 않았지만 할라피뇨와 피클이 들어가서 개운했고, 칠리소스도 맛있었다.


대체육 패티 자체는 무난했는데, 칠리소스와 각종 야채 토핑들과 함께 먹으니 그 조화가 잘 어우러져서 맛있었다.




크리스피 칙 버거, 친구가 극찬했던 버거다. 비건 치킨 튀김이 들어간 버거인데, 친구가 일반 치킨버거와 다른 게 없다며, 이렇게 만들 수 있으면 진짜 닭으로 만든 치킨버거를 먹을 이유가 없다고 했다. 


사실 주문하기 전에는 이 버거의 베이스 소스가 '비당 마요'여서 좀 걱정이었다. 패티도 튀김이고 소스가 마요이니 느끼할 수밖에 없다는 게 나의 예상이었다. 그런데 막상 먹어보니 야채가 듬뿍 들어가 있어서 느끼한 맛보다 상큼한 맛이 먼저 느껴졌고, 튀김과 마요의 조합도 너무 좋았다.




이게 바로 그 비당 마요, 일반 마요네즈랑도 다르고 한국에서 파는 비건 마요네즈랑도 다르다. 뭔가 덜 느끼하면서도 상큼한 매력이 있었는데 (말로는 설명이 잘 안 되지만) 감자튀김에 찍어 먹어도 너무 맛있었다.



그리고 소스 그릇 종이인 거 눈치채셨는지. 심지어 빳빳하게 두꺼운 종이도 아니고 말랑말랑(?)한 묘한 종이였다. (잘은 몰라도 생분해되게끔 만든 게 아닐까라고 추측해 본다.)


베를린은 어딜 가나 플라스틱 안 쓰려는 노력이 보였는데, 이곳만 해도 플라스틱이 하나도 없었다. (사진 잘 보면 음료 컵 위에도 플라스틱 뚜껑 없고, 플라스틱 빨대도 없다.)




감자튀김! 너무 맛있어서 깜짝 놀랐다. 유럽은 감자 종류가 많아서 튀김용 감자가 따로 있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이렇게 다를 줄이야. 소금을 좀 많이 뿌려서 짜다는 단점이 있긴 했는데 감자튀김 자체는 너무 맛있었다. 


(사진에서는 잘 안 느껴지겠지만) 양도 엄청 많았다. 감자도 맛있고 소스도 맛있어서 다 먹고 싶었는데 양이 너무 많아서 다 먹을 수 없을 정도였다.



티슈도 귀여운 비당. 도장 10개 다 모아서 프리 버거도 먹을 테다!!!



이곳에서 또 인상적이었던 건, 바로 옆 테이블에서 식사하던 손님이 10대로 추정되는 청소년(남)이었다는 거다. (비건 식당에 혼자 오는 청소년은 또 처음 봐서 너무 인상적이었지 뭐야...?)


그런데 식사하는 동안 찬찬히 살펴보니, 이 매장을 찾는 손님들의 연령층과 성별이 다양하다는 걸 깨달았다. 젊은 여성들은 물론이고, 젊은 남성들도 심심치 않게 보였고, 아이들을 데려온 아빠도 있었다. (유난 떠는 거라고 하면 어쩔 수 없지만, 한국에서는 비건 식당에 가서 이렇게 다양한 연령층+성별을 보기가 쉽지 않기에 더 기억에 남는다.)



왜 이렇게까지..? 싶을 정도로 친절했던 할머님과 비건 버거를 먹으러 오는 다양한 사람들을 보며 (또) 이 도시의 밝은 미래를 느낄 수 있었다.



화장실 : 쇼핑몰 내에 있음. 유료


 : 없음


* Vedang은 이곳 말고도 여러 곳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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