믹스커피 한 잔, 찰나의 행복

믹스커피 한 잔 할래요?

by 감정 PD 푸른뮤즈

오늘도 나의 하루는 믹스커피 한 잔과 함께 시작한다.

루틴 없는 삶에서 유일하게 20년 넘게 지켜온 습관이다. 기억을 거슬러보면, 유년기 추억 중 하나가 바로 '엄마의 커피'였다. 부엌 한 구석에 늘 빨간 뚜껑이 달린 커피통, 하얀색 프림통, 설탕 그릇이 함께 있었다. 엄마의 황금 비율은 2:2:2였다. 엄마의 주문에 어설픈 손놀림으로 몇 번 타드린 기억이 있다.

커피 향은 참 좋았다. 옆에 꼭 붙어서 향을 맡고 있으면 엄마가 웃으며 나의 코 앞에 커피잔을 내민다.


"조금 줄까?"


신나서 고개를 끄덕인다. 엄마는 티스푼에 참새눈물만큼 떠서 준다.


쩝쩝쩝.


"맛있다."


애절한 눈빛을 엄마한테 재차 보내지만, 이미 엄마의 시선은 나를 떠났다. 더 이상 줄 수 없다는 단호함이 느껴져 더 이상 조르지 못했다. 그때 기억 때문일까? 커피를 공식적으로 마실 수 있는 시절부터 내 취향은 자연스럽게 '다방커피'가 됐다. 한 번 잡힌 취향은 잘 바뀌지 않는다. 지금도 믹스커피 한 잔은 하루를 여는 필수 코스가 됐다. 우리 집에서 절대 떨어진 적이 없는 것 중 하나다.


믹스커피 맛을 좌우하는 건 물의 양이다. 물이 많으면 믹스커피 본연의 달달함이 떨어지고, 적으면 너무 진하다. 뭐든지 '적당히'가 제일 어렵다. 가뜩이나 양도 작은데, 딱 한 번 마시는 시간은 내게 너무 소중하다. 커피 한 잔을 타서 자리에 앉아 느긋하게 마시는 커피 맛에 집중하는 그 순간이 좋다.


위장장애로 약을 먹으면서 2주간 커피를 못 마셨다. 처음 알았다. 믹스커피도 금단현상이 있다는 사실을.

그렇게 2주가 흐르고 몸이 낫자마자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나 커피 마셔도 되겠네'


늘 먹던 커피 한 잔이 이렇게 감사하다니. 참고 참다가 먹는 한 잔의 향은 평소보다 진했다.

쪼르르 정수기로 다가가 고온수를 누른다.


"고온수를 배출 중 입다."라는 말에 나도 모르게 "네네" 하고 대답해 버렸다.

다시 먹게 된 믹스커피의 즐거움을 기록하며, 커피를 못 먹는 상황을 만들지 말자는 다짐도 함께 해본다.


믹스커피는 너무 천천히 마시면 식어서 맛이 떨어지고, 너무 빨리 마시면 즐기는 시간이 짧아서 아쉽다. 왠지 인생과 비슷하다. 5분 남짓 찰나의 행복이라 말할 수 있는 시간. 행복이란 존재하지 않고, 행복한 순간만 존재해서 결국 그 순간들이 많으면 행복이라는 말이 새삼 떠오른다.


믹스커피 한 잔 하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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