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가 없어서?

작가지망생의 푸념일기

by 감정 PD 푸른뮤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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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장은 항상 꽉 차 있는데, 왜 입을 옷은 없는 걸까?"


좋아하는 옷을 발견할 때마다 '이건 이때 입으면 좋겠다'며 사서 모았다. 옷장에 걸어두면 든든했지만, 막상 나갈 땐 '이건 너무 평범하고, 저건 너무 과한데' 하며 고민했다. 결국 늘 입던 옷을 꺼내 들며 한숨을 쉬곤 했다. 옷장은 글을 쓰는 사람의 소재창고와 닮았다. 소재는 많지만, 막상 필요할 땐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기가 쉽지 않다.


소재를 모아두는 건 글쓰기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나만의 소재창고는 내 컴퓨터 > 옵시디언 폴더에 있다. 단어, 문장, 생각, 에피소드가 머릿속을 스칠 때 사라지지 않도록 붙잡아 두는 공간이다. 가끔 이 폴더를 뒤적이며 '오.늘.은.어.떤.글.을.써.볼.까.요?'라는 장난스러운 질문을 던져본다. 쓸 게 많다는 건 든든하지만, 때로는 고르다가 시간만 허비하는 날도 있다.

소재가 많으면 선택지가 늘어나고, 압박감도 함께 따라온다. 계획적으로 하나씩 쓰는 방식이 아니라, 그날 끌리는 글을 선택하는 즉흥성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나마 평소 막상 쓰기 시작하면 술술 써져 다행이다.


문제는 아무 생각 없이 억지로 글을 쓰겠다고 앉은 날이다. 소재 폴더를 뒤적이며 머릿속에서 초안을 써보지만, 마땅한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다른 소재를 고르고, 또 고른다. 그래도 쓸 말이 없다. 기계처럼 손을 움직이며 마구 써보지만, 초등학생 일기보다 못한 엉망진창 글만 눈앞에 펼쳐질 뿐이다.

그런 날에는 소재가 든든하기보다는 짐처럼 느껴진다. 입을 옷이 마땅치 않지만 버리지도 못하는 옷장처럼, 정리되지 않은 채 한숨만 유발하는 짐이다. 소재가 많다고 해서 항상 좋은 글이 나오는 건 아니다.


결국, 아무 글도 못 쓰고 폴더를 덮는다. '역시 오늘도 옷장만 구경하다 끝났네.' 한숨을 쉬며 의자에서 일어나지만, 속으로는 또 다른 날을 기대해 본다.


글쓰기는, 어쩌면 그 기대만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