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묻다가 침묵을 만난 날

나를 리모델링하는 시간

by 감정 PD 푸른뮤즈

"넌 꿈이 뭐야?"


친구와 술 한잔 기울이며 이런저런 인생 이야기를 하던 중이었다.

술기운이었을까, 분위기에 취한 걸까.

입에서 툭, 엉뚱한 질문이 튀어나왔다.


꽤 시끌벅적한 술집이었는데,

그 순간만큼은 우리 테이블만 조용해진 것 같았다.

친구 입술의 미세한 움직임이 일었는데, 내 눈엔 선명했다.

침묵이 생각보다 길게 느껴졌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웃자고 한 농담이었다며 급히 말을 덧붙였다.

"그냥 궁금해서"


분위기는 다시 이어졌지만, 질문은 공중에 남아있었다.


사실 이 질문은 처음이 아니었다.

마흔이 되던 해,

나는 종종 친한 사람들에게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꿈을 한창 찾아 헤매던 시기였다.

혹시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있는지,

다른 사람들은 어떤 마음으로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지

어떤 방향을 붙잡고 있는지 알고 싶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대체로 비슷했다.

짧은 웃음,

대충 넘기는 대답,

혹은 애매한 침묵.


그럴 때마다 나는 다시 말을 거뒀다.

"그냥 해본 말이야"

어색함을 덮기 위한, 어설픈 연기로 대응할 뿐이었다.


꿈.


낭만적인 단어이자, 한때는 아주 자연스러웠던 단어.

20대까지는 그랬던 것 같다.

여전히 낭만적이지만,

어느 순간부터 내 나이와는 잘 어울리지 않는 말이 됐다.


이제 꿈은 현실과 늘 붙어 다녔다.

'이걸로 먹고살 수 있을까'

'이미 늦은 건 아닐까'

'돈과 시간만 버리는 거 아닌가'

'정말 내가 원하는 게 맞을까? 또 실패하면 어쩌지?'


질문 하나에 따라붙는 조건들이 너무 많았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면 늘 멈춘다.


게다가 영혼 없이 흘러간 시간 동안 점점 '나'를 모른 채 살았다.

이제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원하는지 어려운 문제가 됐다.


예전에 꿈은 꾸는 것이었는데,

어느새 꿈은 만들어야 하는 것이 되어있었다.


나는 버리지도, 온전히 붙잡지도 못한 채 미련을 흘리며 그 단어를 꼭 쥐고 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2-3시간이 순식간에 사라지던 그 순간의 황홀을 다시 느끼고 싶었다.

그동안 마음이 뻥 뚫린 시간을 앞으로 남은 시간 동안 채우고 싶었다.

죽기 직전, 그래도 난 잘 살았노라고 말할 수 있는 무엇을 찾고 싶었다.


돌이켜보면 그날 술자리에서 던진 질문도 꽤 사치스러웠다.

그런 현실을 아는 친구도 내 질문의 의도를 몰라서가 아니라,

적당한 답을 몰라 침묵을 택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내가 묻고 싶었던 건 거창한 목표나 멋진 미래가 아니었다.

이미 여러 길을 돌아온 사람으로서,

앞으로 남은 3-40년을 아무 방향 없이 흘려보내고 싶지 않다는 마음에 가까웠다.

그걸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을 뿐이다.


그래서일까.

질문이 돌아오지 않을 때마다 나는 더 묻지 않았다.

괜히 잔을 한 번 더 들고 화제를 다른 쪽으로 돌렸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하지만 그 질문은 여전히 나에게 되돌아온다.


"그래서 넌 지금 뭘 붙잡고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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