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틈새에서 한국과 일본의 AI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AI시대에 접어들어도, 여전히 한국 / 중국 / 일본의 자존심 싸움은 계속된다.
낮춰보던 중국의 기술을 이제는 한참 올려다봐야 하는 처지가 되었고, 반대로 쫓아가기 바쁘던 일본을 일부 분야에서는 추월하기에 이르렀다.
인공지능(AI) 관련 특허 출원수는 현재 중국이 압도적으로 1위. 미국은 그다음.
놀랍게도 한국은 인구당 AI 특허 출원수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국가로, 전체 특허출원수에서도 일본을 앞서가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특허의 숫자가 다는 아니다.
특허의 질은 더욱 중요하지만, 통계적으로 순위를 매기기에 까다로운 것이 사실이고, 수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더 좋은 연구가 활발하게 발표될 가능성이 크다는 긍정적인 지표로 볼 수 있다.
그저께(2026년 1월 22일)부터 한국에서 시행되는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인공지능기본법)'은 벌써부터 많은 기대와 우려를 낳고 있는 듯하다.
일반인에게는 크게 와닿지 않을 수 있으나, 최근의 쿠팡 사태 등으로 개인정보에 관한 국민들의 관심이 뜨거운 상황에서는 중요한 첫걸음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다만, 규제의 핵심 중 하나인 '표시 의무'에 대해서는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
구글 등은 SynthID와 같은 독자적인 워터마킹 기술을 광범위하게 적용 중이지만, 이 같은 '검열'에 반대하는 세력도 만만치 않고, 산업계에서는 아직 통일된 규격과 방침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
이런 상황에서 특히 글과 프로그래밍 코드와 같이 가장 널리 쓰이는 AI생성물에 대한 규제는 기술과 법률 둘 다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인공지능이 인간의 '도구'로써 활용되는 앞으로의 몇 년간은 몰라도, 향후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신하거나 동등한 입장에서 협업을 하는 사회로 급격히 발전할 미래에, 인공지능이 생성한 저작권을 누구에게 부여할 것인가가 큰 사회적 과제가 될 것 같다.
법인(法人)의 격(권리)도 법으로 인정하는데, 하물며 우리가 인공'지능'이라 이름 붙인 기계의 권리는 앞으로도 인정하지 않을 것인가? 창조주로서 피조물에 대해 조금 더 책임감을 가져야 할 시기인 것 같다.
다카이치 정권이 총선거를 위해서 국회를 해산하는 바람에, 정신이 없는 일본이지만, 일본도 인공지능 관련해서는 최근 급격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특히, 현대차와 보스턴 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로 인해 한국에서도 관심이 뜨거운 '피지컬 AI(Physical AI)' 분야에서는 전통적인 기계공학의 강자인 일본의 저력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인공지능 투자 분야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한국에서도 유명한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 뱅크 그룹(비전 펀드)인데, 2026년 봄에 출범할 예정인 신회사는 10개 이상 일본 기업이 참가하며, 피지컬 AI에 특화된 1조 파라미터 규모 대규모 AI 모델 개발하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그리고, 일본을 대표하는 AI 스타트업 Sakana AI가 글로벌 빅테크 기업 Google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다고 어제 발표했다. 구글 출신들이 세운 스타트업으로써 일본 유일한 AI유니콘으로 각광받고 있는 만큼, 이번 파트너십이 유의미한 성과를 낼 것인지 개인적으로는 기대가 된다.
일본에서 주목받고 있는 또 하나의 축은 '도쿄 대학 마쓰오 연구실'이다. 마쓰오 유타카(松尾豊) 교수가 이끄는 이 연구실은 일본 딥러닝 연구의 산실로, 졸업생들이 AI 스타트업 생태계를 이끌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일본어 특화 대규모 언어모델(LLM)인 ELYZA.
북미로 치면, 토론토 대학의 제프리 힌턴(Geoffrey Hinton) 교수와 그 제자들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일본에서 꽤 긴 시간 회사를 경영하며, 정부사업에도 많이 참여했던 경험으로 봤을 때, 일본은 알려진 것처럼 놀랍도록 DX(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관해서 소극적이다.
결국 디지털청(デジタル庁)이라는 새로운 정부기관까지 야심 차게 출범했지만, 여전히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고, 정말 열심히 일하는 정부기관임에도 불구하고, 조금 따로 노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아 안타깝다. 작년 11월, 일본 디지털청에서는 정부전용 AI '源内(겐나이)' 프로젝트를 발표했지만, 과연...
중국은...?
사실 잘 모르기도 하지만, 매일같이 쏟아지는 중국 기업과 연구팀의 논문, 미국 기업 중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중국인(출신) 연구원들의 논문들을 보고 있자면, 중국은 이미 어나더 레벨로 가고 있다는 두려움이 든다.
특히, 피지컬 AI와 로보틱스 등의 기술과 합쳐지면, 머지않아 군사무기로 발전할 가능성이 농후하기에, 현재 중국이 전 세계에 무차별로 제공하는 오픈 소스 AI모델과 기술들을 마냥 반가운 마음으로 받아들이기가 힘들고 염려스럽다(하지만 동시에 감사하다).
격세지감이라고, 이제는 많은 분야에서 한국이 일본을 뛰어넘는 성과를 보이고 있는데, 앞으로 다가올 인공지능(AI) 시대에도 이 격차를 점점 벌리고 치고 나갈 수 있을지, 아니면 막강한 경제력과 저력을 가진 일본에게 다시 추월당할지, 걱정 반 기대 반의 마음으로 지켜보고 싶다.
2026년.
일론 머스크는 AGI(범용 인공 지능)가 올해 실현될 것이라고 예측했다(믿음은 안 감).
손정의 회장은 며칠 전 인터뷰에서 2027년에 온다고 답했다.
많은 연구자들도 수년 이내라고 하는 이 시점에서, 일개 평범한 사람이 상상할 수도 없는 미래이지만, 이 시대의 격류에 급작스레 휩쓸려 가지 않도록 예의주시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려고 발버둥 쳐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