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나사
자, 이제 원하는 형상의 부품을 어떤 방식으로 만들 수 있는지 대충 알아보았습니다. 그런데 이 부품들을 조립해야 할 텐데.. 어떻게 조립을 할까요? 마치 레고처럼 그냥 뚝뚝하고 끼워서 합치면 정말 좋겠지만.. 현실에서는 그럴 수 없다는 게 슬픕니다. 보통은 인류의 위대한 발명품 중 하나인 나사를 이용하여 조립을 합니다. 그래서 나사의 종류는 다양하며 규격화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각 상황에 맞는 나사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선택한 나사의 종류는 가능하면 적은 게 좋아요. 추후에 양산할 때 관리할 나사가 줄어들어 생산성이 향상된다는 것도 있지만 막상 설계자가 샘플을 만들 때 나사의 종류가 적으면 훨씬 편하거든요.
나사는 크게 나사산을 만들면서 조립이 되는 태핑나사(1종, 2종 등)와 나사산이 형성되어 있는 곳이나 너트를 이용하여 조립하는 미터 일반나사(머신탭 나사)로 나뉠 수 있습니다. 또한 나사머리의 형상에 따라 냄비머리, 바인드머리, 트러스머리, 접시머리, 육각볼트머리, 렌치머리 등이 있습니다. 그 외에 특수나사는 저두나사, 소두나사, 보안나사 등이 있습니다.
태핑나사: 목재나 플라스틱 사출품, 판금물의 구멍에 나사산을 내면서 조립이 되는 나사입니다. 보통 끝이 뾰족하거나 드릴날과 같이 날카롭게 되어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케아에서 사 온 가구를 조립할 때 많이 볼 수 있는 타입의 나사입니다.
미터 일반나사: 나사산이 형성되어 있는 상대물에 조립하는 나사입니다. 절삭가공품에 나사산(TAP)을 가공한 곳이나 플라스틱 사출품에 인서트너트가 들어가 있는 곳 혹은 너트와 조립할 때 사용합니다. 태핑나사에 비해 더 견고하게 조립할 수 있으며 분해조립을 반복해도 내구성이 유지되기 때문에 많이 사용하는 나사입니다.
냄비머리(Pan): 둥근머리라고도 하며 마치 냄비를 거꾸로 뒤집은 것 같은 형태의 머리입니다.
바인드머리(Bind): 냄비머리와 트러스머리의 중간형태의 머리입니다.
트러스머리(Truss): 우산머리라고도 하며 머리 윗면은 둥글고 밑면은 평평하며 머리 지름이 큽니다. 머리의 지름이 커서 풀림 방지가 좋고 구멍이 있는 부품을 조립할 때 용이합니다.
접시머리(Flat): 접시머리 나사는 카운터싱크가 적용된 형상에 사용하는 나사입니다. 나사머리가 바깥으로 돌출되지 않기 때문에 외관을 깔끔하게 만들고 싶을 때 사용합니다. 또한 접시머리 자체가 조립되면서 카운터싱크의 중심과 일치되기 때문에 저절로 위치가 잡히는 성질도 있습니다. 문의 경첩에 조립되는 나사로 많이 쓰입니다.
육각볼트머리(Hex): 머리가 육각형으로 되어있습니다. 보통 스패너를 이용해 조립을 하고 너트와 조립할 때 많이 사용합니다. 예시로 자동차에서 많이 사용합니다.
렌치머리(Socket Cap): 육각홀붙이볼트 혹은 캡볼트라고도 불리며 나사머리에 육각형 홈이 있어 육각렌치로 조립하는 나사입니다. 각 나사머리에 맞는 렌치를 사용하기 때문에 머리 크기에 맞는 힘으로 조립이 가능하며 렌치를 사용하기 때문에 협소한 공간에서 조립하기 좋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저두나사: 나사머리의 두께가 납작하게 만들어진 나사입니다. 두께가 얇은 곳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소두나사: 나사머리의 지름이 규격품 보다 작게 만들어진 나사입니다. 좁은 공간에서 사용할 수 있으며 예시로 소두접시머리나사가 있습니다.
보안나사: 보안을 위해 나사머리에 일반적인 +,-자 드라이버나 육각렌치로 풀 수 없는 형상이 적용된 나사입니다. 예를 들어 아이폰의 충전단자 쪽에는 별모양의 나사가 조립되어 있는데요. 해당 모양에 맞는 드라이버로만 분해가 가능합니다.
이외에도 정말 다양한 나사들이 많습니다. 당장 인터넷에 '나사머리 종류'라고 검색해 보면 생전 처음 보는 나사머리도 많습니다. 특수한 나사들은 필요에 의해 주문제작도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필요한 나사를 구할 때 한국미스미에서 찾아보거나 공구상가의 볼트 판매점을 가봅니다. 시중에 맞는 나사가 없는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나사가공업체에 문의하여 직접 만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가능하면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는 일반적인 나사를 적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단가도 저렴하고 구하기도 쉽기 때문이죠.
철: 자석에 붙기 때문에 조립성이 좋아 제가 자주 사용하는 나사입니다. 보통은 누리끼리한 본연의 색상보다는 니켈도금을 하여 실버색상을 사용하지만 검은색(흑착색)으로도 제작이 가능합니다.
스테인리스: 철에 비해 부식이 잘 되지 않고 단단하기 때문에 외관 부품이나 힘을 많이 받는 곳에 사용합니다. 다만 자석에 붙지 않기 때문에 조립성은 철보다는 떨어집니다.
플라스틱: PC, PEEK, PP, PVC 등 여러 재질로 제작을 합니다. 전기가 통하지 않아야 하는 경우 사용합니다.
자, 이제 나사를 골라볼까요? 예를 들어 외관에 사용할 미터 일반나사로 접시머리나사에 색상은 흑색 도금처리가 된 철 재질의 나사를 골랐다고 칩시다. 그런데.. 막상 나사를 구매하려고 하니 이름 옆에 M2x4 이런 식의 표현이 있네요. 이게 뭘까요?
예를 들어 M2x4라고 하면 미터 나사로 2 호칭(나사산의 지름)에 길이는 4mm(나사산의 길이)를 의미합니다. 이때 주의할 점은 길이의 경우 다른 나사들은 나사머리를 제외한 나사산의 길이를 의미하는데 접시머리나사만 나사머리와 나사산을 포함한 전체 길이를 의미합니다. 참고로 나사의 길이는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최소한 나사산의 지름보다는 커야 합니다. 예를 들어 M2 나사라면 나사의 길이는 최소한 3mm 정도는 되어야 의미가 있습니다. 그보다 작으면 나사산이 너무 짧아 체결성이 약하기도 하고 나사 자체를 제작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리고 각 호칭의 나사는 그에 대응하는 나사산과만 조립이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M3 나사는 M3 TAP(나사산)이 가공된 곳이나 M3 너트에만 조립이 가능하고 M5 나사는 M5 TAP이나 M5 너트에만 조립이 가능합니다.
그러면 나사 크기는 어떤 걸 사용해야 할까요? 보통 큰 힘을 받지 않는 곳(예를 들면 소형 가전제품)이라면 M2~M3 정도여도 충분하며 가능하면 M2 나사 이상을 사용하는 것이 불량률을 줄이는데 도움이 됩니다. 왜냐하면 M2 이하의 나사는 조립 과정에서 나사가 부러질 수 있고 장비가 나사산을 가공을 할 때 절삭공구가 부러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힘을 많이 받는 곳에 사용한다면 나사 크기별 버틸 수 있는 힘을 고려하여 선정이 필요합니다.
실무적인 내용은 우선 이 정도만 알아도 좋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KS규격이나 인터넷에서 나사 규격에 대한 내용을 검색해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