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포장설계
완성된 제품은 마지막으로 ‘포장재’로 포장되어 출하되게 됩니다. 포장재는 고객이 제품과 만나는 첫 번째 모습이기 때문에 요즘에는 포장 디자인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하지만 기구설계 입장에서는 디자인보다 제품을 외부 환경에서 보호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기준을 잡고 설계를 할 수 있을까요?
만약 회사에서 포장진동, 포장낙하에 대한 자체기준이 있거나 ISO규격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면 다행이지만 그게 아니라면 제품이 운송되는 시나리오를 짜보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아래와 같은 순서로 제품이 운송된다고 가정을 해봅시다.
1. 출하
2. 차량운송
3. 항공운송
4. 차량운송
5. 창고보관
6. 차량운송
7. 도착
이때 각 단계에서의 진동, 온습도 조건을 파악하여 진동테스트 조건과 온습도 테스트 조건을 설정해야 합니다. 혹은 최악의 경우를 생각해서 각종 온습도 조건을 거친 후 진동과 낙하테스트를 진행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고온고습에서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에 고온고습(기온 50도, 습도 80%) 환경에 장시간 방치한 후 진동, 낙하테스트를 진행하는 방식을 사용하는 곳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제품을 포장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예상하신 대로 제품을 외부충격에서 보호하기 위해 완충재라는 것을 사용합니다. 완충재의 기본 원리는 가능하면 제품을 포장박스의 중앙에 가도록 띄워서 외부 포장박스가 받는 충격이 최대한 제품으로 전달되지 못하도록 막는 것입니다. 완충재는 아래와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PE폼 : PE폼은 값싸면서 복원력이 좋고 가공하기 쉬워 많이 쓰입니다. 별도의 금형이 필요 없이 목형만 있으면 되며 온습도의 영향이 적습니다. 박스나 종이패드에 접착하는 형태로도 제작할 수 있습니다. 다만 폐기할 때 환경문제가 있습니다. 사이즈는 제품과 1:1 사이즈로 하면 되며 제품 무게에 따라 박스 내측과 거리가 정해집니다. 대략 3kg 이하이면 3~4cm 정도만 떨어져 있어도 충분합니다.
스티로폼: 스티로폼은 PE폼보다 단단하여 무거운 제품을 포장할 때 좋습니다. 완충효과가 좋고 온습도에 영향이 적습니다. 다만 금형이 있어야 하며 환경문제가 있습니다.
에어팩: 폼형태의 완충재는 창고에 많은 공간을 차지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에어팩은 포장할 때 비닐재질에 공기를 주입하여 제작하는 방식입니다. 포장하고자 하는 제품에 따라 입체적인 완충재를 만들 수 있습니다. 예시로 와인병 포장에 사용됩니다.
저렴하고 공간을 적게 차지하지만 공기가 주입되기 때문에 온도의 영향을 받습니다. 고온에서 에어셀이 팽창하고 온도가 떨어지면 다시 수축하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또한 진동이나 충격에 의해 팩 하나가 터지면 그와 연결된 부분은 바람이 빠지면서 완충재가 없어지는 단점도 있습니다. 에어팩 설계는 보통 에어팩 업체와 협의하여 제작하게 됩니다. 제품 형상이나 무게, 비닐의 재질에 따라 설계하는 치수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에어캡: 우리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일명 뽁뽁이라고 불리는 포장재입니다. 롤 형태로 돌돌 말아 사용할 수도 있고 파우치형태로 만들어 사용할 수 도 있습니다. 소형 어뎁터 등에 사용됩니다. 가벼운 제품에 적합합니다.
종이완충재(기계로 구기는 방식) : 얇은 종이를 기계로 구겨서 완충재를 만드는 방법도 있습니다. 새벽배송으로 오는 식재료들이 이러한 종이완충재로 포장되어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종이의 재질과 구기는 방법에 따라 완충재의 단단한 정도를 정할 수 있습니다. 다만 습한 환경에서는 약해지고 극히 낮은 온도에서는 깨지는 성질이 있습니다. 또한 종이 재질이기 때문에 복원력이 폼이나 에어팩보다는 약합니다. 따라서 무게가 가벼운 제품에 적합합니다. 마지막으로 종이로 만들기 때문에 매우 친환경적인 방법입니다.
종이완충재(구조적으로 접는 방식): 종이를 구겨서 완충하는 방법보다 더 튼튼한 방법입니다. 아예 박스 재질을 접어서 구조적으로 완충되도록 하는 방법입니다. 예시로 액자 모서리를 보호하는 종이캡이 있습니다. 이 방법은 온습도에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고 적재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설계할 때 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하며 접는 공정이 추가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플라스틱 트레이: 제품 형상에 맞추어 트레이를 사출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제품 무게가 가볍고 여러 가지 구성품을 함께 포장해야 할 때 사용하기 좋습니다. 트레이끼리는 겹쳐서 보관이 가능하기 때문에 적재공간을 확보하기도 좋습니다.
종이트레이: 일명 계란판으로 불리며 트레이를 조금 더 친한경적인 종이재질로 만든 방법입니다. 진동테스트 시 분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옥수수분말: 다양한 제품형상에 적용하기 쉽고 친환경적인 포장재입니다. 다만 물과 만나면 녹는 현상이 있고 포장창고에서 많은 적재공간이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 중에서 폼 종류가 아마 가장 빠르고 안정적이며 저렴한 방법일 겁니다. 하지만 계속되는 환경문제로 인해 점점 친환경적인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 오고 있고 실제로 규제가 점점 심해지는 추세입니다. 적어도 이 글을 읽고 계시는 기구설계자가 계시다면 설계하는데 머리가 좀 아프고 기간이 좀 더 걸릴지라도 우리가 사는 세상을 위해 가능하면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포장할 수 있도록 힘써주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