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요즘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사니?

by 자몽


종종 그런 생각을 한다.

나와 가까운 사람들에 대해서 내가 과연 '잘' 안다고 할 수 있나?


그러니까 이십 년 가까이 함께 살고 있는 남편이나, 내 품으로 낳은 내 아이들, 그리고 내 생의 시작부터 함께였던 내 부모님 말이다.


어릴 적에는 이런 주제에 전혀 관심이 없었고, 아이를 낳은 후에는 하루하루 살아내느라 바빠서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요즘 부쩍 이런 생각을 자주 하는 건 내 부모가 늙어가서인지, 내가 그 세월을 빠르게 따라잡기 때문인지 때문인지, 혹은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내가 이렇게 생각이 많은 사람이었다니' 스스로 놀라서인지, 그도 아니면 내 생각을 다른 사람들에게 말을 한 적이 별로 없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아서인지 모르겠다. 아마도 여러 가지가 섞여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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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은 커가며 비밀이 생겼다.

동생에게는 이야기해도 엄마인 나에게는 말하지 않는 것들이 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한국어가 편한 엄마와 영어가 편한 아들 사이에 틈이 벌어지며 깊은 이야기를 하지 못한 것도 한몫을 하리라 생각한다. 아니 근본적으로 나는 그런 대화가 익숙하지 않았다. 누구와도 속 깊은 이야기를 하지 못하고 살았다. 내가 이제야 조금씩 깨닫는 사이 아이는 커버렸다. 고등학생이 되며 아이는 부쩍 달라졌다. 통통하던 아이는 홀쭉하니 살이 빠지더니 어느새 어른의 몸으로 바뀌었다. 앞으로 뭘 하며 살아갈지 혼자 생각하고 결정하기 시작했다. 전공을 정하고, 수강 과목을 정하고, 나에게는 공유만 했다. 아이는 여전히 살갑게 다가오고, 우리는 여전히 많은 시간을 함께하지만, 그 머릿속에 뭐가 들었는지는 안다고 말하기 어려워졌다. 엄마라서 다 알던 시절이, 내 눈에 빤히 보이던 시절이 지나버렸다. 지금이야 같이 살기라도 하지 2년 후 독립을 하고 나면 그 차이는 더 벌어질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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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은 어떨까.


나는 두 분이 내 엄마 아빠가 되기 이전의 삶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 글로 써 내려가도 한 줌으로 끝날 이야기다. 그 뒤에는 잘 안다. 알긴 안다. 오빠와 나를 키우며 엄마는 전업맘으로 살았고, 아빠는 대학 교수로 오래 재직했다. 아빠는 술과 사람을 좋아했고, 술 좋아하는 사람과는 결혼하지 않겠다 다짐했던 엄마는 그런 남편 곁에서 마음을 많이 앓았다. 남편이 혹여라도 실수할까, 대학 교수씩이나 되어서 격에 맞지 않는 사고를 칠까, 늘 다른 사람 시선을 신경 쓰며 전전긍긍했다. 두 분 모두 자식 교육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지만, 한편으로는 자식에게 헌신하며 검소하게 살았다.


하지만 나는 그 시절에 연대까지 나온 엄마가 전업맘으로 평생을 살며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알지 못한다. 아빠가 정년퇴임을 하고 다른 삶을 살아갈 때 어떤 마음이었는지도 모른다. 두 분에게 나는 어떤 딸이었는지, 지금 충분히 행복한지, 살면서 후회되는 일은 없는지도 물어본 적이 없다.


지난겨울, 두 분이 오셨을 때 그래서 많이 물어보고 싶었다. 두 분이 떠나고 나면 나는 더 이상 들을 곳이 없는 걸 알기에. 적어도 딸인 나는 기억하고 싶어서. 하지만 역시나 연습이 부족했다. 나도, 부모님도. 나는 겨우 내가 모르는 두 분의 모습을 찾아내기 위해 관찰하는 데에 그쳤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알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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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남편은 2007년에 결혼했다. 벌써 20년이 다 되어간다. 남들은 어떻게 몇십 년을 한 사람과 사나 궁금했는데, 살아보니 세월은 한해 한해 빠르게 흐른다. 고개 들고 숨 한번 고르며 돌아보면 또 몇 년이 흘러있다.


20년간 삶을 공유한 이 남자는 나에 대해 얼마나 알까. 내가 뭘 싫어하고 어떤 말에 상처를 입는지, 뭘 하면 좋아하는지, 이 사람에게 뭘 기대하는지 알기는 할까? 본인이 '자기야'라고 큰 소리로 부르면 목소리 톤을 살피고 긴장하는 걸 알기는 할까? 내가 나중에 어떤 곳에 살고 싶은지, 뭘 하며 살아가고 싶은지, 꿈이 무엇인지 하나라도 아는 게 있을까?


없을 것 같다.

반대로 나는 그에 대해 얼마나 알까?

나라고 다르지 않다.


나는 글로 생각을 정리할 때를 제외하고는 내 속 이야기를 잘 말하지 않는 편이다. 누굴 만나도 아이들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남편과는 서로 바빠서 대화다운 대화를 하지 못한다. 아니, 내 감정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일도 잘 없다. 명상을 하는 것도 아니고, 설거지하면서 나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도 않으니까. 일상을 사는데 뭐 그렇게까지 필요가 있겠나. 대부분 그럴 거다.


근데 말이다.

사실 누가 물어봐주면 좋겠다.

진심으로 내 생각을 궁금해하면 좋겠다.

나에 대해 다 알고 싶어 하면 좋겠다.


나는 말하고 싶다. 할 말이 정말 많다. 아무도 묻지 않아 말할 곳이 없을 뿐.





가깝다고, 함께 산다고, 그 세월이 길다고 상대방을 잘 아는 건 아니더라. 이제까지 뭐 했나 조금 허무하고, 조금 반성이 된다.


일단 나는 글로 풀고(풀 데라도 있으니 얼마나 행복한가), 가족들 마음부터 들여다봐야겠다. 그거 어떻게 하는 건지 연습부터 해야겠다. 쑥스러워하지 말고, 닭살도 집어넣고, 원래 늘 해왔던 듯 자연스럽게 물어봐야겠다.


"너는 요즘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사니?"

아, 이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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