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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몽 Nov 18. 2024

프롤로그. 잘 나가는 사업가 옆 '사모님'에 대한 환상

<CEO와 한 집에 삽니다>를 시작하며 


글을 세 편 올리고 나서야, 프롤로그를 적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긴 호흡의 글입니다. 왜 이 글을 쓰는 건지,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누가 읽어주면 좋을지 간략히 공유드립니다. 


'잘 나가는 사업가의 아내'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풍족하고 여유 있는 모습이 그려질 수도 있고, 화려하고 세련된 여성이 떠오를 수도 있지요. 내조를 잘하는 현명한 여성을 그리기도 할 거고, 고급차에서 명품을 두른 여자가 내리는 모습을 상상되기도 할 겁니다. 그렇다면, 진짜 사모님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요?




CEO 이야기는 많은데,
그 옆에 있는 사모님 이야기는 왜 없을까?



작년 여름, <나는 사모님 말고 사장님이 되기로 했다>라는 책이 출간되었다고 하더군요. 사모님으로 살던 제게 이 제목은 상당한 충격을 주었습니다. '독박육아'라는 단어에 남편들이 발끈하고, '전업주부'라는 단어에 전업맘들이 인상을 찌푸리듯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사모님'이라는 단어를 부정적인 뉘앙스로 사용했다고 느꼈으니까요. 
게다가 소제목이 '‘돌밥’에 ‘애데렐라’하면서도 꿈을 꾸는 당신을 위한 내 인생의 진짜 주인공으로 사는 법'이라고 씌어 있어서 충격은 더해졌지요. 


'내가 사는 인생은 가짜라는 건가?'

'사모님에 대한 인식이 어떻길래, 저기다가 '사모님'이라는 글자를 박았지?'

'사업하는 사람의 배우자 자리가 그렇게 쉬운 줄 아는 걸까?'

'사모님은 돌밥과 애데렐라와 무관하게 편하게 산다고 생각하는 건가?' 


기분이 썩 좋지 않았습니다. 결과만 보고, 지난 내 인생을 누군가가 쉽게 판단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와, 너는 돈 안 벌어도 돼서 좋겠다. 돈도 많은데 편하게 살아. 너, 돈 걱정은 없잖아. 돈도 많으면서 힘들다고 하면 배부른 소리지, 나를 보며 이런 생각들을 하려나? 그건 좀 억울한데. 좀 많이 억울한데. (책을 보지는 못했습니다) 


지나간 시간들이 스냅사진처럼 떠올랐습니다. 결혼하자마자 회사를 그만둔 남편, 첫 창업의 실패, 갑자기 가게 된 일본, 그리고 다시 시작된 남편 스타트업, 함께 일을 하며 아이를 친정에 맡긴 죄책감, 끝이 있기나 한 건지 앞이 보이지 않았던 그날들, 우울증, 회사의 엑싯, 미국행, 혼자 감당해야 했던 육아, 남편 앞에만 서면 긴장되던 순간들, 마음에 생채기를 내던 그의 말들, 빛을 잃어가던 내 모습들... 지난 17년간 쉬운 일이 없었으니까요. 


그래서 사업하는 남편을 둔 사모님이 쓴 책을 찾아봤습니다만, 찾지 못했습니다. 사장님 이야기는 있어도 사모님 이야기는 없더군요. (제가 찾지 못한 거라면 알려주시면 너무나 감사하겠습니다) 
진짜 사모님의 이야기를 써보자. 나와 그녀들의 이야기를 담아보자.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남편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동안, 묵묵히 다른 부분을 책임지고 있는 그녀들의 숨은 역할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지금도 사업하는 남편들 옆에는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그녀들이 있습니다



오늘 아침, 스레드에 글 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남편이 사업을 하는 분이었는데, 그녀는 남편이 사업을 하는 동안, 홀로 아이들을 키웠다고 하더군요. 위로를 받아야 할 남편은 공감대신 "네가 나가서 나만큼 벌어와"라는 말로 상처를 주었다고요. 지금은 사업적으로 많이 안정되었는데도, 오래 지난 일인데도 마음이 아프고 눈물이 난다던 그녀의 말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안쓰러웠습니다. 나도 똑같은 말을 들어왔기에, 가정과 육아를 전담하며 외로운 시간을 지나왔기에, 회사원 남편을 둔 사람들과는 다른 어려움들을 알고 있기에, 그녀가 너무나 안쓰러웠습니다. 

<CEO와 한 집에 삽니다>는 40편이 넘는 호흡이 긴 이야기입니다. 성공한 사업가의 배우자로 누리는 화려한 삶 이면에서, 때로는 그림자처럼 조용히, 때로는 폭풍처럼 격렬하게 살아가는 '사모님'의 진짜 삶을 풀어내보려고 합니다. 

이 이야기는 '사모님'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모든 그녀들을 위한 글입니다. 사업가의 배우자로 살아가는 그녀들에게 위로가 되기를 바랍니다. 사업가 남편이 읽고, 옆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켜준 배우자에게 좀 더 공감하고 감사를 표현했으면 하는 바람도 있습니다. 물론 134평 집에 사며 다이어트 고민하는 사모님의 삶이 궁금한 분들도 모두 환영합니다만(다른 연재글 이야기입니다 :),  이야기가 단순한 호기심의 대상이 아니라, 공감과 위로의 다리가 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앞으로 풀어갈 이야기
(대략적인 목차)



확정은 아닙니다. 대략적으로 잡은 거고, 계속 변경될 예정입니다. 

연재를 할까 고민했습니다만, 굳이 포기한 이유는 쓰고 싶을 때 정성껏 쓰고 싶어서입니다. '연재'는 시간에 쫓겨서 발행하기에 급할 때가 있거든요. 어떤 때는 몰아서 글을 올릴 수도, 어떤 때는 천천히 발행하게 될 겁니다. 많이 기대해 주세요-! 


1장. 장차 CEO가 될 남자를 만나다 (첫 만남부터 남편의 첫 창업의 과정)

01_찬란한 연애사에 종지부를 찍다

02_CEO가 될 남자를 만나다 

03_훈련소 가기 전에 부모님부터 만나자

04_결혼 준비는 회의실에서

05_금은보화는 필요 없습니다만

06_백수라고 해야 할까, CEO라고 해랴 할까

07_말을 안 하는데 어떻게 알지?

08_일본에서의 회사원 생활

09_일본에 정착하는 거 아니었어? 


2장. 사모님이 회사에 있으면 불편하겠지만 (함께 스타트업에 조인하며 겪었던 이야기, 남편의 사업을 진심으로 이해하게 된 계기)

10_커피숍에서 일하면 된다고요? 

11_일하다 숨 막혀 죽겠네

12_이거 참 동료라고 할 수도 없고

13_미안하지만 우리 좀 싸울게요

14_왜 나만 죄인이 될까

15_둘째를 낳고 오니 사모님이 되었다

16_제가 바로 그 사모님입니다만

17_이게 우울증인가

18_진짜 나도 '일' 하고 있다고요

19_회사가 미국 회사에 팔리다


3장. 찬란한 전업 사모님 생활 (미국에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한 남편을 대신해 가정을 책임진 사모님의 고군분투 스토리, 빛나는 남편 옆에서 그림자로 살아가며 겪는 마음의 공허함에 대해)

20_목돈이 생기고 달라진 거라곤

21_애는 처음 키워본다고요, 내 손으로는

22_사모님도 성격이 맞아야지

23_그가 불편해서 

24_우리 집에 CEO를 모시게 생겼네

25_그림자로 사는 게 행복일까?

26_사모님처럼 보이고 싶긴 한데요

27_애부터 낳고 미팅하자 

28_CEO 당신 때문에 또 이사를 갑니다

29_우아한 사모님 할 거였으면, 셋을 낳지 말았어야지

30_나의 직업이 '사모님'일 수는 없잖아

31_나랑도 1:1 미팅 좀 하자

32_그래도 사모님으로 사니 좋은 건


4장. 남편을 CEO로 둔 사모님의 자세 (일반 회사원의 와이프와 사모님 간에는 어떤 다른 점이 있는지, 사모님의 삶을 조명

33_집에서도 CEO인가 봅니다

34_남의 집 아빠와 비교는 금물

35_이런 출장비를 책정한 게 남편이라서 

36_우리가 번 돈은 새로운 사업을 위해 쓰일 뿐

37_CEO의 자리가 결코 쉽지 않다는 걸 알기에 

38_이사 정도는 혼자 할 수 있다는 마음 장착하기

39_적당한 무관심이 필요해

40_아이에 대해 의논할 남편이 없다

41_돈보다 다른 가치 찾기

42_말조심 또 말조심 

43_우리 집 백만장자

44_상장 앞에서도 의연할 자세

45_그냥 없는 사람이다 생각하기

46_다 내 덕이라는 셀프 칭찬


5장. 다른 집 사모님은 안녕하신가요? (다른 사모님들의 고군분투 이야기)

지금도 사업하는 남편을 대신해, 가정을 책임지며 열심히 살아가고 있을 그녀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이야기를 들려주실 분 계시면, mineyunjin 카카오톡으로 개인톡 주시길,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구독해 주시고 많이 읽어주세요.
이런 부분도 궁금하다- 하시는 부분이 있으면 아이디어 주셔도 감사하겠습니다. 


첫 글. '찬란한 연애사에 종지부를 찍다' 부터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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