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 회고

다음에도 회사가 망하면 이 글을 봐라

by Summer

1년 하고 3개월 걸렸다.

지난해 7월 이직을 생각하고, 긴 여정의 시작이었던 첫번 째 Resume를 만들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길고 힘들더라.


2023년 5월 말, 다니고 있던 회사가 인원을 줄이겠다고 언론을 통해서 발표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아는 IT 대기업 이었고, 내가 마음만 먹으면 우리는 '신이 주신 복지'라고 불렀던 극강의 워라밸을 유지하면서 정년까지 안전하게 다닐 수 있겠다 믿었던 회사가 불과 3개월 만에 반토막이 났다.


이전부터 이직을 준비하고는 있었지만, 언제라도 백수가 될 수 있겠다는 불안은 생각보다 빠르고 크게 다가오더라. 같이 일하던 동료 2명 중 한명이 없어지는 일과 가고싶었던 회사에 연이여 최종 탈락하는 날들이 겹치면 나는 더 많이 쪼그라 들었다. 무기력감에 어떻게든 맞서보려 매일 운동을 했더니 오히려 혈색이 좋아진 판이다.


지난 주, 새로운 회사에서 보내온 오퍼레터에 싸인을 했다. 언제나 삶은 Win or Learn 이라고, 마음이 급하고 답답했던 지난 네 달 간의 시간을 정리해 보자. 이것도 시간이 지나면 그때의 열심이었던 나에 대한 기억이기를!


[ Fact ]

- 21개의 서류를 냈다. 10개 서류탈락, 5개 답변 없음, 4개 면접 최종 탈락, 1개 Drop, 1개 최종 합격

- 현직장은 국내 대기업(세일즈), 이전 직장은 외국계 솔루션사(프리세일즈, 세일즈)

- 대기업이 주는 장점은 직장안정성 + 대기업복지 라고 생각했으나 회사가 뿌리째 흔들리는 희망퇴직 폭풍을 한번 맞고 나니 그나마 있던 두가지 장점도 없어졌다. 조금 더 빡빡하겠지만 배움의 속도가 크다는 생각으로 외국계 B2B IT 기업에만 지원했다.


[ 기억할 것 ]

- Resume : 이력서 업데이트는 반드시 주기적으로 필요하다. 기억을 잡고 잡아 지나간 경력에 대한 이력을 쓰는건 너무 어렵고, 쓴다고 해도 남얘기 같다. 서류는 결국 면접을 위한건데, 주기적인 이력에 대한 기록이 없으면 면접때도 결국 겉핥는 이야기가 되고, 이걸 피하려면 거의 소설을 쓰듯이 스토리를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다.

- Pre-sales : 같은 B2B IT 업계라고 해도, Pre-sales 직군은 경력을 살려 동일한 직군으로 이직하는 것이 쉽지 않다.(경쟁사로 이직하는 것은 가능하다!) PLM에서의 Pre-sales 경험이 있고 성과도 좋았으나 ITSM Pre-sales로 이직하는건 너무 어렵다. 같은 Role 이지만 요구하는 기술 스텍이나 지식이 너무나 다르다.

- Sales : Sales 포지션의 경우 다루는 솔루션이 달라도 타 회사로 이직이 가능하다. 어카운트 담당의 경우 기존에 담당하던 고객이 어디인지가 다음 회사의 업무나 연봉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 Interview : 반면 Sales 포지션의 면접에서는 내가 담당했던 고객이 누군지에 대한 이야기 보다는, 그래서 그 고객과 어떻게 딜을 만들었으며, 어떤 어려움이 있었고, 어떻게 극복했고, Win or Lost의 원인은 뭐고, 그게 다음에 어떤 다른 비즈니스로 이어졌는지. 이런 스토리와 선후관계가 더 중요하다.

- Referral : 지원하는 회사의 사내추천을 통해 인터뷰 기회를 잡는것은 너무나 중요하다. 비단 서류전형 프리패스의 의미 보다 훨씬 큰 의미이다. 인터뷰 중 마음에 드는 두 사람이 남았는데 그중 한명만 추천을 통해 전형을 진행한 사람이라면 회사의 선택은 100% 추천을 받은 사람이다. Salesforce 같은 회사는 아예 홈페이지에도 직원의 00%는 추천을 통해 뽑는다고 나와있다. 진행했던 면접 중에 끝나고 나서 이건 떨어질 수가 없다 라고 생각했던 곳이 있었는데, 결국 그 자리는 레퍼 받은 다른 분이 입사했다. 반면에 여긴 절대 못가겠다 싶었던 회사에는 추천을 통해 면접 기회를 얻고 합격했다. 가고싶은 회사가 외국계라면 어떻게든 추천을 통해 전형을 진행해라.

- 서류 탈락 원인 : 결과만 가지고 보면, Front-end 솔루션사(PLM, CRM, ERP, ITSM 등등)는 대부분 서류 통과, CSP(AWS, Google, MS)는 AWS만 통과, 국내 진출한지 얼마 안된 한창 성장하는 곳들(Datadog, Splunk, Snowflake 등)은 대부분 서류 탈락. 규모가 작고 공격적으로 시장을 두드리는 곳일수록 지원자의 경험이 업무에 딱 맞아야만 하고, 상대적으로 시니어레벨을 찾는 것 같다.

- 면접 탈락 원인 : 세일즈 경험이 부족하다 라는게 가장 큰 문제였음. 직장생활 10년차 이고, B2B 일만 계속 했지만 프리세일즈와 세일즈로 경험이 구분되어 있어 이게 문제가 되더라. 처음에는 프리세일즈 경험이 오히려 세일즈에 더 도움이 될거라 생각했는데, 인터뷰때 듣는 안좋은 피드백의 대부분은 세일즈를 직접 한게 몇년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였다. 잘 풀어서 설명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지만 이력서 상 박혀있는 업무 기간은 면접관들에게 어느정도의 고정관념을 만드는 듯 하다.

- 면접 탈락 원인 : 회사마다 원하는 답변의 방식이 다르다. AWS에는 유명한 LP라는 최종 인터뷰 전형이 있는데 이 회사에서는 구체적으로 답 하는 방식에 대한 가이드를 준다. STAR(Situation, Task, Action, Result) 방식이라고 부르는데 여기에 맞춰서 답을 미리 준비했다. 경험을 정리하는 측면에서는 다른 면접에도 도움이 됐는데, 반대로 말이 길어지고 장황해져서 어떤 인터뷰에서는 오히려 독이 되더라. 간단하고 명료하게 포인트만 콕콕 집어 이야기 하는게 가장 좋다. 내가 제일 못하는 부분!

- PLM 할때는 PLM이 세상의 다였고 다른건 하고싶지도 않았다. 이직을 하고, 또 다른 이직을 준비하다 보니 각각의 일에는 다 다른 매력이 있다. 다만 이걸 전부 같은 기준으로 놓고 생각해 봐야 한다면 그 기준이 직장인에게는 연봉이 아닐까 싶다. 연봉만 가지고 판단해 보면 2023년 지금 돈이 도는 곳은 Cloud다. Global CSP 3사(AWS, Google, MS)의 연봉이 높은건 다들 알고 있을텐데, 이들 뿐만 아니라 이 CSP 위에서 Managed service 형태로 돌아가는 다른 솔루사들은 더 높은 연봉을 제시하는 곳도 많다.


[ 다음 ]

다음 회사는 세일즈가 빡세기로 유명한 회사다.

보통 빡세다 빡세다 해도 결과에 대해서 칼같은 평가를 하거나, 과정에 대한 마이크로 매니징에 대한 이야긴데, 여기는 이 둘을 전부 다 빡빡하게 관리하고 평가한다.

업무의 기본 언어는 영어이고, 대부분의 내부 미팅은 영어로 진행된다.


좋은 회사에 합격 한 것은 기분이 좋지만 입사 전부터 쫄리고 걱정되는건 어쩔 수 없다. 2년을 잘 이겨내고 배우면 훨씬 큰 내가 되어 있겠지!!


마지막으로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들은 이야기 중에 새로운 일을 하면서도 꼭 기억했으면 하는 문장이 있어 옮겨 적는다.



기술적인 관점은 물론 시장이 이해하고 있는 관점을 이해해야 한다.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시장 참여자들 의중이 중요하다. 그것을 파악해 나만의 메시지를 만들고 그것을 끊임없이 반복한다.

그래서 나는 영업을 몹시도 우직한 성실함의 경쟁이라고 규정한다. 영업은 계획이 아닌 행동이다. 도장깨기를 하듯 고객을 찾아다니면 어느덧 고수가 되어 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