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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태한개츠비 Apr 03. 2020

기획자

참 설명하기 어렵다. 정체가 뭘까..

기획자 만큼 구체적으로 그 업무를 설명하기 어려운 직군이 또 있을까.


IT 회사 종사자에게 기획직군을 이야기하면 스토리보드 그리는 사람, 프로젝트 일정 관리하는 사람, 깊게 생각 안하고 일 던지는 사람 등등 머리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이 다를텐데, 이를 다른 산업 종사자에게 설명해야 한다면 더 골치 아파진다.


명절때 어르신들께 "이런 서비스 만들고 있어요" 라고 하면 개발자로 생각하기도 하고.. (코딩 하나도 못하는데..)


그러다보니 커리어 측면에서도 스스로에게 많은 챌린지가 되는 부분이 있다. 나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를 시작으로 개발을 좀 배워볼까, 디자인을 좀 배워볼까, 데이터를 보기 위해 R 등의 툴을 배워볼까.. 하면서 다양한 공부에 도전하고 작심삼일하여 제자리에서 정체되는 경험은 많은 사람들에게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배운 것을 활용하지 않으면 금방 휘발되기 마련이다.


그럼 한마디로 딱 정의할 수 없을까? 그럼 샛길로 안빠지고 한길로 쭉 집중해서 커리어를 강려크하게 쌓을 수 있을텐데..


개인적으로는 기획자로 일하면서 습관적으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용어의 정의인데, 기획자를 정의하자면 '일을 구성하고, 일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동기를 유발하여, 손에 잡히는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직군' 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그래서 큰 범위에서는 모든 직군에 기획자라는 타이틀을 붙일 수 있을것 같다.


서비스 기획자는 직군별 기능 단위를 넘어선 오너쉽을 가져야 하고, 제품에 대해서는 CEO와 같은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품을 직접 개발하진 않지만 이 제품에 가장 오너쉽을 가진 사람입니다. 정도로 소개할 수 있지 않을까. (아 쓰고 보니 좀.. ㅎㅎ)


사실 위에서 샛길이라고 표현했지만, 정체성에 대해서 혼란을 겪으면서 새로운 지식과 경험을 쌓기 위한 노력은 큰 자산이 된다. 그 과정을 거치면서 내가 맡은 제품에 대한 이해도가 더 높아질 수 있고, 제품에 참여하는 사람들과 눈높이도 맞출수 있게된다. 가장 좋은건 일을 통해 배우는 것인데, 새롭고 다양한 업무를 많이 해보는 것이 기획자로써 강점을 키울 수 있는 부분이지 않을까 싶다. 특정 도메인에 특화될 수도 있지만, 라이센스를 베이스로 하는 전문직이 아니기 때문에 한가지를 잘하면 다른 일도 잘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기획자에게 요구되는 덕목중 하나가 학습능력이지 않을까 싶다. 일 잘하는 기획자들은 대부분 똘똘했다..


그래서 최근에는 기획자에 대한 정체성 또는 앞으로의 방향성을 Product Owner로 생각하는데, 기획자의 업무를 위에 정의한 세가지 측면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을 구성하자.


Top down으로 내려온 과제를 수행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맡은 이상 내 생각과 의지로 일을 구성하지 않으면 안된다. 일의 구성은 이것을 왜하는지,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할 것인지, 일을 진행하기 위해 리소스를 어떻게 구성해야하는지, 단계적으로 무엇부터 할 것인지 등 일에 참여하는 구성원을 설득하기 위한 준비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이 과정을 통해 목표가 나와야 하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설득력 있는 논리가 뒷받침 되어야 한다. 일에 대한 책임은 내게 있단 생각으로 임해야 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하라고 해서 해요" 식의 뉘앙스로 일하는 경우도 종종 본다. 또는 자신의 철학을 지키기 위한 고집으로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경우도 있다. 방법이 어찌되었든 함께 일하는 동료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나 자신도 설득이 되어야 하고, 만약 나 자신이 납득되지 않는다면 아예 진행을 안하는게 옳다.


동료의 가슴을 뛰게하자. 


이게 참 어렵다. 논리만으로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가 있다. 태생적 달변가가 아닌 이상 설득의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건 프레이밍이라고 생각한다. 팀 단위의 미션 또는 비전 그리고 목표에 대한 프레이밍이 명확하지 않으면 설득의 과정은 정말 어려운거 같다. 기본적으로 구성원들은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해서 공동의 목표의식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그 위에서 동료들을 설득하고 가슴뛰게 만드는 작업을 해야한다.


손에 잡히는 결과를 만들자.


페이스북 본사에 "Done is better than perfect" 라는 글이 걸려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의 경험상 아무리 완벽을 추구한다 하더라도 완벽할 수 없다. 그래서 완벽을 추구하기 위해 고민에 너무 많은 시간을 쏟거나, 그로 인해 너무 무거운 제품을 출시하면서 일정이 계속 지연되는 것 보다는 작지만 빠르게 손에 잡히는 결과를 만들고, 빠르게 피드백을 반영하여 개선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제품의 특성에 따라 또는 제품의 Stage에 따라 방향성은 달라질 수 있겠지만, 손에 잡히는 결과를 만드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끝맺음이 있어야 다음이 있다. 그리고 성장할 수 있고 그 안에서 보람과 성취도 느끼는 법이다. 제품의 출시가 길어질 수 밖에 없는 태생적 이유가 있다고 한다면, 다른 방법으로도 손에 잡히고 눈에 보이는 결과를 뽑고 참여자들과 함께 나누며 작은 맺음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좀 정리를 하자면, 기획자는 제품에 대해 가장 Ownership을 가지는 사람이고, 일을 만들어 구성원의 참여를 유발하여 손에잡히는 결과를 만들어내는 직군이라 생각한다. 좁게는 사내의 업무 프로세스 부터 크게는 사람들의 생활을 바꾸는 제품에 이르기까지 기획자는 지금도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이롭게 만드는데 역할을 하고 있다 생각한다. 자부심을 갖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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