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는 아니어도 과학은 삶의 도움이 돼

by 필민

전문가가 아니어도 이해하려는 마음은 중요하다.

과학은 나를 겁주지 않고, 오히려 삶을 명확히 해준다.

모르면 막연하지만, 알면 세상은 덜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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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종종 과학을 '전문가만의 언어'로 여긴다. 학교에서 배우는 시험 과목이거나, 대학 전공자가 다루는 어려운 학문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과학은 지식이 아니라,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이라는 것을.

그 사실을 깨달은 것은 학창 시절을 훌쩍 지난 뒤였다. 만약 그때 이런 깨달음을 가졌다면 인생의 방향이 달라졌을까? 지금 와서 드는 생각은, 학생을 가르치는 방법이 바뀐다면 세상도 조금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과학이 '어렵고 먼 학문'이 아니라 '삶을 돕는 언어'로 다가왔으면 한다. 그래서 오늘도 커피를 볶기 전, 과학책 한 권을 집는다.


최근에 읽은 책 중 인상 깊었던 것은 기젤라 뤼크의 『달걀이 보여 주는 화학과 물리의 세계』였다. 커피 로스터들에게도 유익한 가이드처럼 느껴졌다. 책은 여러 실험을 통해 과학의 원리를 일상적으로 설명한다. 달걀을 삶는 단순한 과정에서도 물리와 화학이 교차한다.


일반적으로 달걀을 삶을 때 우리는 물을 100℃로 끓인다. 하지만 달걀의 흰자와 노른자는 그보다 낮은 온도에서 응고된다. 너무 오래 삶으면 노른자 가장자리가 검게 변하고, 흰자는 과하게 굳어 수분이 빠진다. 그 결과 목이 메이는 달걀을 먹게 된다.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흰자의 수분이 약 88%에 이른다는 것이다. 적정 온도를 지키면 수분이 유지되어 부드럽게 익는다. 이 단순한 사실 하나만 알아도, 삶의 작은 행위가 달라진다.


커피도 이와 같다. 로스팅 과정에는 물리화학적 원리가 녹아 있다. 열의 이동, 수분의 증발, 화학적 변환이 순차적으로 일어나며 향과 맛을 만든다. 달걀을 삶는 법처럼, 커피를 볶는 일도 '온도의 언어'를 읽는 일이다. 이처럼 생활 속의 과학은 우리의 감각을 더 세밀하게 하고, 삶을 더 명료하게 만든다.


요리를 하거나 빨래를 하거나, 모든 일상에는 작은 과학이 숨어 있다. 그 지식을 이해하면 세상은 덜 막연해진다. 알면 두려움이 줄고, 이해하면 삶이 풍요로워진다.

이제는 어린 학생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과학을 다시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학은 삶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하고, 스스로의 판단력을 단련시킨다. 나이가 들어서야 알게 된 이 즐거움을 함께 나누고 싶다. 그래서 언젠가 행궁동 마을에도 '과학책 읽기 모임'이 생기면 좋겠다. 커피 향을 나누듯, 과학의 즐거움도 나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커피의 과학은 결국 인간의 이성에 대한 찬가였다. 이해하려는 마음이 세상을 깊게 만든다. 그리고 그 마음은, 내가 살아 있는 한 계속 '처음의 호기심'으로 이어질 것이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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