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풍기

시 #1

by 김기린

<선풍기>

새 한 마리 거실에 앉아있다

매년 여름이면 찾아오는 철새

공작 같은 날개를 펼쳐

하이얀 날개 퍼덕이면

바람이 분다


가녀린 목

누굴 기다리는지

누굴 찾고 있는지

어제보다 긴 모가지를 빼고선

사방을 두리번거린다


매미 소리 커질 때

창을 활짝 열어 놓아도

새는 날지 못한다

집안은 커다란 새장

자유는 없다 영혼도 없다


깃털 없는 커다란 날개

더 커다랗게 진화해도 날지 못한다

그것은 퇴화, 날개는 이미 날개가 아니다

빛과 날개 어둠에 갇히면

먼지까지 화석이 된다 노랫소리 박제된다


어느 날 나는 보았다

그 새는 쓰러져 있었다

날개는 부러졌다

알은 없다.


매미소리 커진다



사진: Pixabay(thao nguy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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