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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기린 Aug 05. 2024

그 아이

봉평, 산골 소년의 사랑 이야기

감자꽃(출처: 픽사베이)

엄마가 해준 꽈배기 갈래머리에

왼쪽 가슴에 꽃잎 수놓은

흰 손수건 달고 학교에 오던

얼굴이 하얗던, 그 아이


학교에서 우리 집까지는

고무신도 지루해하는 이십 리 길

그 길을 그 아이와 걸어갈 땐

날리는 흙먼지도 미숫가루 같던 신작로


이랑마다 두둑하게 핀 흰 감자꽃처럼

내 가슴 고랑에도 바람이 일렁, 나풀거리고

집으로 오던 길은 왜 그리 짧던지요


지금은 학교 앞 문방구도 그 아이 집터도

지우개로 지운 듯 깨끗이 변한 곳

키가 훌쩍 자란 나무들만

옛 동무 보듯 반갑게 손짓하고


그 아이 집 앞에서

버드나무에 하나둘 걸어 놓았던

서성이다 전하지 못한 말들

가지마다 잎들로 노랗게 떨어지는데


봉평에 감자꽃 피는 이맘때

그 아이는 어떤 추억 피어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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