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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태국으로(1)

도전, 내 꿈의 시작

by ONNA


집 근처로 전근을 오면서 시작된 직장 내 불화로 나는 지칠 대로 지쳐버렸다.


그리고 어느 날부터 아이에게 화를 내고 후회를 반복하며 우울해지는 악순환의 고리에 갇혀 답답함을 느끼다가 이유를 알 수 없이 흐르는 눈물을 감당하기 힘들어 신경정신과 신세를 지게 되었다.


처음 진료를 받을 때 의사 선생님께서 아픈 나를 알아봐 준 남편에게 고맙게 생각하라며 자신의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다.


나를 알아봐 준 남편에게 고마워하라니… 처음엔 세상 모든 것에 울화통이 터질 것 같아 선생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어이가 없었지만 진료를 받으며 생각을 달리해야지만 나로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료를 받으며 가장 먼저 제안받은 솔루션은 두 가지. 첫 번째는 원인으로부터 거리를 가져보는 것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그야말로 ‘Me Time’을 가지는 것이었다.


Me Time이라니.

회사 다녀와서 아이 챙기고 나면 피곤하고 지친 몸을 어떻게든 빨리 누이고 싶은 생각뿐인데 어떻게 하라는 것일까. 된다는 생각으로 어떻게든 만들어 보자고 다짐 또 다짐을 하다가 점심시간 산책으로 그 첫발을 내디뎠다.


그런데 나머지 하나 ‘원인으로부터 거리‘를 두라니!


나는 당장 휴직할 수도 없고 다시 어디로 전근을 갈 수도 없는 노릇이라 내가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아니, 이곳을 탈출하려면 직장인의 운명이 인사명령 종이 한 장에 달렸듯 인사명령을 나 스스로 내야 하는데…그 종이에 스스로 내 이름을 넣을 선택을 해야 한다는 것을 뜻했다.


이런저런 생각에 머리가 다시 복잡해지던 차에 친구의 권유로 시작한 독서 프로그램을 통해 스스로 닫힌 문에서 걸어나 올 힌트를 얻었다.


독서 프로그램 과제 중에 ‘내가 꿈꾸는 나의 모습을 그려보고 글로 써보기‘라는 과제가 있었는데 곧 마흔을 바라보는 내가 이 과제 앞에 선뜻 답을 못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뭘 이런 걸 과제로 내주시나 했다가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는 것이 오랜만이기도 했고 또 괜스레 이 질문 앞에 나를 오래 세워두었다.


이 질문 덕분에 나는 아주 오래전부터 생각해 오다 잠시 잊고 있었던 일을 실행할 때가 되었다며 남편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바로 우리나라를 떠나 낯선 곳에서 살아보는 것이었는데 우리 부부는 이견 없이 생각보다 빠르게 어디든 가보기로 결정하고 나는 호기롭게 회사 주재원 선발 공고문을 기다렸다.


회사에는 내가 주재원을 도전한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남편은 시장조사나 사업계획 등 자신이 도울 수 있는 모든 것에서 나를 도왔다. 이토록 협조적일 때가 언제였던가 싶을 정도였다.


회사는 빈자리가 생기는 태국이나 홍콩에 인력을 선발할 예정이었는데 공고문을 기다리며 두 국가 중에 결국 태국으로 지원했다. 중국에 반환된 이후 점점 자유를 잃어가는 곳보다는 여러 면에서 자유로워 보이는 태국으로 가는 것이 당연해 보였다. 서류와 면접 평가가 끝나고 얼마 후 나는 내 이름을 스스로 박아 넣은 인사명령을 받아 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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