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부자언니

밥 사주는 사장님

by ONNA

방콕에는 서울푸드 인 방콕(Seoul food in Bangkok)이라는 B2B 박람회가 있다. 통상 이런 박람회는 비즈니스 매칭 상담회라고도 부른다. 셀러사와 바이어사가 한 자리에서 만나는데 이런 행사는 바이어사를 주최 측에서 초청하는 경우가 많다. 나도(?) 초청을 받아 어떤 한국 기업이 수출을 목적으로 부스를 열었는지 볼 겸 방콕 시내 한복판에 있는 퀸씨리킷 컨벤션으로 갈 계획을 세웠다.


아쉽게도 개막 첫날에는 일정상 참여가 어려워 둘째 날부터 참석하기로 했다. 이 행사는 이번이 2회째로 1회께 참여했던 바이어사 중 싱가포르 바이어가 번뜩 생각이나 메시지를 보냈더니 올해도 재차 참여하기로 했다며 오랜만에 얼굴을 보자고 식사약속을 잡았다.


회의가 늦게 끝나는 바람에 출발 시각마저 늦어져버렸다. 약속한 시간에 늦은 것은 아니지만 괜스레 마음이 불편해졌다. 적당한 곳에 주차를 하고 그녀가 나를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서둘러 갔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약속한 장소에 가다가 여전히 잘 정돈된 그녀의 뒷모습을 보았다.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영락없이 내가 아는 ‘올리비아‘ 그녀였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잘 정돈된 그녀는 휴대전화 4대와 아이패드를 들고 누군가와 이야기 중이었다. 그녀의 뒷모습에서 풍기는 강단 있는 사장님의 모습은 사치품으로 휘감아 나올 수 있는 외형의 그것이 아니었다. 사람의 뒷모습은 그 사람의 내면을 담고 있으니 말이다. 나는 그녀를 만나자마자 그녀의 용기와 강단을 기록해야겠다고 다짐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이번이 두 번째 만남이다. 그녀는 나에게 자칭 ‘부자언니‘로 불린다. 스스로를 그렇게 불러달라고도 하지만 그녀는 나에게 단순히 부자 언니가 아니라 배울 것이 넘쳐나는 언니다.


1등보다는 첫 번째가 돼라.

나의 부자언니 ‘올리비아’와 나는 서로를 알아보자마자 식당으로 달려갔다. 그녀와 함께 태국식 해산물 식당에 앉아 망설임 없이 여러 가지 요리를 주문했다. 그녀는 나에게 자꾸만 더 시키라며 여러 요리를 제안했지만 정말 더 주문했다간 음식에 갇혀 일어설 수 없을 것만 같았다. 빠른 속도로 음식이 나오면서 우리는 그동안 밀린 이야기를 쏟아 냈는데 그중에서도 그녀의 지난 일 년간 성과를 듣는 것은 나의 성취를 드러내는 것처럼 자랑스럽고 또 감탄의 연속이었다.


그녀는 항상 나에게 ’ 여성파워‘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 1등보다는 첫 번째가 돼라.‘고 강조한다. 때로는 치졸하고 졸렬하기까지 한 사업환경 속에서 그 누구의 지원을 바라지 않고 정도로 사업을 해내는데 필요한 내공은 수많은 사업들을 1등으로 끌고 가는 것보다는 첫 번째로 해내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뜻일 것이다.


나는 그녀의 내면이 ‘된다 ‘, ‘할 수 있다 ‘는 에너지로 가득 찬 언어들보다 이미 첫 번째로 해낸 것들로 촘촘히 가득 차 있어 그녀의 자존에 경의를 표할 수밖에 없었다.


건강하면서도 긍정으로 가득 차 오히려 압도적인 그녀의 에너지 덕분에 나는 그날 잠을 잘 이루지 못할 정도였다. 과연 나는 어떤 곳에서 나만의 첫 번째를 발견해 내고 그것을 투박하지만 나의 것으로 세상에 내어놓게 될까?


*사진:퀸씨리킷 컨벤션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