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한글책을 원서로 읽어보면 어떨까요?

by 최호진

당신에게 독서는 즐거운 일인가요?


얼마전 차로 이동하면서 <공부머리독서법> 최승필 작가의 세바시 강의를 아내와 들었습니다. 그의 책을 읽었던 저희 부부에게 그의 세바시 강의도 책 이상으로 유익하고 좋았습니다.


아이들의 올바른 독서 습관을 위해서 독서 경험이 중요하다고 최 작가는 말하는데요. 그냥 경험이 아닌 재밌게 책을 읽은 경험이 중요하다고 작가는 강조해요. 그래야 독서 자체에 부담을 느끼지 않고 즐거운 행위로 인식할 수 있다는 논리죠.

참조. 세바시 유튜브

최작가의 세바시를 들으니 어릴적 제 독서 경험이 떠올랐어요. 저는 책을 읽는 게 그리 즐겁지 못했거든요. 항상 숙제처럼 책을 읽곤 했죠. 학창시절에는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책을 읽을 때가 많았어요. 수많은 고전들도 어렵지만 어쩔 수 없이 읽어야 하는 게 대부분이었죠. 그러다보니 독서는 힘들고 어려운 경험이 될 수 밖에 없었어요. 어떻게 해서든 기피하려고 했어요.


다행히도 최근 몇 년 동안 책에 대한 제 태도가 많이 달라졌어요. 자기계발서를 읽으면서 책이 주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어요. 그것이 제 삶에 미치는 영향도 컸고요. 자기계발서가 아닌 다양한 종류의 책들도 섭렵하게 되었고, 독서가 주는 즐거움을 맘껏 느끼게 되었죠.


그래서 그런지 아이들 독서 경험에 관심이 많아요. 아이들이 책을 좋아했으면, 즐겁고 신나게 독서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독서가 공부가 아닌 취미가 되고 여가가 됐음 하는 바람이고요. 다행히 초등학교 5학년 큰 아들과 1학년인 둘째 모두 책에 대한 거부감 없이 즐겁게 읽는 편이에요. 책에 빠져서 책만 보는 아이들은 아니지만 충분히 책이 주는 기쁨을 만끽하는 편이에요.


독서와 관련해 최근 저희 부부는 아이들과 즐거운 경험을 하게 되었는데요. 바로 같은 책을 읽는 경험이었어요.서로 같은 책을 읽고 이야기 나누는 것이 꽤나 즐거운 독서 경험을 만들어 줬어요. 대신 부모인 저희 부부는 영어로 책을 읽었어요. 그냥 한글로 된 아이 책을 읽기에는 조금 심심할 것 같았거든요.


저와 아내는 작년부터 영어 책을 읽기 시작했어요. 영어 공부를 해보겠다는 생각도 있었고, 원서 자체가 주는 재미를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에 원서를 읽게 됐어요. 어쩌다 보니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을 읽게 되었어요. 아이들은 아빠, 엄마가 자기가 이미 읽은 동화책을 원서로 읽고 있는 동안 아빠, 엄마를 신기해 했어요. 저희가 책을 읽고 있으면 다가와 어디까지 읽었는지 체크하며 줄거리를 이야기하고 싶어 입을 틀어 막곤 했는데요. 비단 책을 읽는 동안 뿐만 아니라 저희 부부가 책을 다 읽고 나서도 부모와 책에 대해서 이야기 나누는 것을 즐겨하는 것 같았어요. 아이들에게 새롭고 재미난 경험으로 남는 듯 했어요.


아이들에게 즐거운 독서 경험을 제공하고, 부모는 원서를 읽는 즐거움을 얻게 한 1석 2조였죠. 그래서 저는 이번 글에서 아이들과 함께 읽으면 좋을 책, 몇 권을 추천해 드리려고 합니다. 소개드릴 책들은 아이들은 한글로, 부모는 영어로 읽으면서 함께 나누면 더 좋을 책들이에요.



아이들과 함께 읽으면 더 좋은 책


저희 큰 아들은 초등학교 5학년인데요. 아래 소개할 책은 초등학교 5학년 남자 아이 수준으로 선별한 책이라는 것을 먼저 밝히고 시작합니다.


1. Matilda (마틸다)

가장 먼저 소개시켜 드리고 싶은 책은 마틸다입니다. 저희 큰 아이는 작가 로알드 달을 참 좋아해서 그의 웬만한 책을 다 섭렵했는데요. 저희 아들이 로알드 달 작가를 좋아하게 된 계기가 된 책이 바로 <마틸다>입니다. 덕분에 저도 이 책을 읽게 됐고요.



이 책은 마틸다라는 어린 소녀의 이야기인데요. 그녀는 천재성을 지닌 소녀였지만 그녀의 삶은 그리 행복하지 못했어요. TV를 좋아하고, 책을 증오하며, 중고차 거래를 하면서 속임수를 일삼고, 아이는 내팽겨두고 친구들과 도박이나 하는 부모 밑에서 사랑받지 못하고 자라거든요. 그녀가 학교를 가서 담임선생님을 만나면서 이런저런 겪는 이야기가 꽤 흥미로운 책이었는데요. 끝날 때까지 이런 저런 반전도 숨겨져 있는 책이었어요.


아이는 제게 그 반전을 알려주고 싶어 입이 근질거리기도 했는데요. 덕분에 아이와 마틸다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좋았어요.


초등학교에 막 들어간 둘째도 꾸역꾸역 이 책을 읽었는데요. 덕분에 네 가족이 가끔씩 이 책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곤 하는데요. 책을 중심으로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 자체가 부모에게도 아이에게도 재미난 독서 경험을 제공하는 것 같아 좋더라고요.


뉴욕에 갔을 때 아이가 마틸다 뮤지컬을 보고 싶어했는데요. 라이온킹을 예약해둔 터라 마틸다는 포기했었는데요. 언젠가 아이들과 이 뮤지컬도 함께 볼 생각이에요. 같이 뮤지컬까지 보면 재미날 것 같더라고요.



2. Wonder (아름다운 아이)

Wonder는 제가 먼저 읽은 책인데요.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여러 번 울컥했어요. 온전하게 태어나지 못해 수차례 수술을 겪고 남들과 다르게 살아야 하는 주인공인 어기스트가 안쓰럽기도 했지만 그를 옆에서 지켜보며 지지해주는 부모 그리고 그 옆에서 외로운 감정을 느껴야 했던 누나 모두 안타까웠거든요.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그런 울컥함은 미소로 바뀔 수 있었어요. 분명 그들의 삶은 힘들어 보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들 행복하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힘든 상황이지만 꿋꿋이 잘 견뎌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알게 됐어요. 제가 해야 할 것은 그들을 측은하게 바라볼 것이 아니라 그들을 응원하고 지지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죠.


아이에게도 이 책을 소개해주고 싶었어요. 우리와 조금 다른 아이들에게 아이가 편견을 갖지 않고 그저 다른 친구로 인식해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책이 조금 두꺼워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아이는 이 책을 금세 읽어 버렸어요. 아이 말로는 너무 재미 있어서 쏙 빠져들었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이 책을 원서로 읽으면서도 그랬는데 한글책도 흡입력이 꽤 강한 것 같더라고요.


이 책을 다 읽고 저와 아이들은 영화도 함께 봤는데요. 책이 주는 것만큼 영화는 그리 감동적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책을 통해 상상했던 것을 조금은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 좋았어요.



3. Holes (구덩이)


세 번째 소개시켜드리고 싶은 책은 Holes라는 책이에요. 한글 책으로는 <구덩이>로 나온 책이에요. 이 책은 아내가 정말 재밌게 읽은 책이었는데요. 아내의 추천으로 저도 아이도 읽게된 책이었네요.


책에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소년원에 끌려가 구덩이를 파는 현장에서 사역을 해야 했던 주인공의 이야기가 담겨있는데요. 그 속에서 백여년 전 고조 할아버지의 이야기까지 연결돼 흥미로운 이야기였어요.


“이게 다 돼지도둑 고조 할아버지 때문이야”

(It was all because of his no-good-dirty-rotten-pig-stealing-great-great-grandfather.)


아이와 저희 부부는 이 책에서 자주 나오는 위 표현을 재미나게 봤는데요. 아이는 영어 책에 나오는 표현에도 흥미를 보이기도 했네요.


아이는 한 작가의 책을 한꺼번에 읽는 것을 좋아하는데요. 그래서 Holes이 작가인 루이스 새커의 다른 책도 즐겨 읽을 수 있었어요. 특히 <웨이사이드 학교> 시리즈도 즐겁게 읽었는데요. 웨이사이드 스쿨은 유튜브 동영상으로도 볼 수 있는데요. 아이들에게 보여줘도 괜찮을 거 같아요.


https://youtu.be/YG7u1OzpT7Q


4. 해리포터 시리즈


마지막으로 소개드릴 책은 해리포터 시리즈인데요. 워낙 유명한 책이라 다들 많이들 읽어보셨을 거라 생각되네요. 저희 아이도 초등학교 4학년 때 해리포터를 읽기 시작했는데요. 아내 덕분이었어요. 아내가 영어책을 처음으로 읽기 시작한 게 해리포터 때문이었거든요. 아내는 블로그를 통해 해리포터 함께 읽기 모임에 참여하게 되었고, 그 모임을 통해 매일 꾸준히 해리포터를 읽은 덕분에 꾸준히 원서에 대한 거부감을 없앨 수 있었어요. 이 때 해리포터를 아이들에게도 소개한 덕분에 아이들도 해리포터에 빠지게 되었죠. 초등학교 1학년인 둘째도 함께 읽을 정도였으니까요.


해리포터는 원서 읽기 첫 책으로 삼기에 참 좋은 책이라고 생각하는데요. 특히나 해리포터 한글 책에 빠져봤던 경험이 있는 분들에게는 더더욱 추천해드리고 싶어요. 다양한 해리포터 읽기 모임들도 있으니 혼자하기 어려운 분들은 이런 모임에 참여해서 함께하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아이들과 같은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아이들에게도, 부모에게도 색다른 경험을 제공해 줘요. 아이들 독서 습관에도 좋은 영향을 주고요. 또 하나 재미난 일도 있었어요. 아이도 원서읽기에 관심을 보인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었어요. 저희 큰 아이도 최근 영어 책 읽기를 시작했는데요. 부담 주지 않게 그리고 즐겁게 읽을 수 있도록 옆에서 노력중이에요. 다행히 아이도 즐겁게 읽는 편이고요.


물론 영어를 싫어하시는 분들에게는 감히 권해드리기는 어렵겠지만, 영어에 거부감이 없으신 분들께서 아이들과 책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면 색다른 방법으로 아이들과 책읽는 방법을 고민해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아이들도 분명 좋아할 거랍니다. 의외의 효과를 얻을 수도 있을 거고요.


그리고 하나 더! 진짜 중요한 게 있습니다. 바로 자연스러워야 한다는 점인데요. 이 글을 읽고 한 번 해볼까 수준으로 가볍게 시작하시길 권해드려요. 괜히 무겁고 비장한 마음으로 했다가 오히려 탈이날 수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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