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슬펐던,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
역사는 과거의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단순한 과거로 그치지 않고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게 역사인데요. 우연히 <역사의 쓸모>를 쓰신 최태성 작가님의 인터뷰를 보았습니다. 그는 인터뷰에서 "내가 지금 올바른 선택을 하기 위해서, 그리고 내 선택에 당당해지기 위해서라도 역사의 학습이 필요하다"라고 말씀하셨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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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책에서도 같은 맥락의 문장을 만날 수 있었어요. 역사적 사실이 생생히 살아서 우리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역사는 흔한 오해와 달리 고리타분하거나 미련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현시대의 맥을 짚는 데 가장 유용한 무기이자 세상의 희망을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되는 도구죠. (중략) 역사를 다시 공부하려는 사람들에게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공부하는 건 역사지만 결국은 사람을, 인생을 공부하는 것이라고.
<역사의 쓸모> 중에서
저는 역사가 중요한 이유는 똑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고 생각해요. 과거를 돌이켜보면 안타까운 일들이 참 많았는데요. 다시는 그렇게 되지 않도록 노력하기 위해서, 역사적 사실을 정확히 이해하는 게 중요하겠더라고요. 어떻게 일어났는지 왜 일어났는지를 알아야 대비할 수 있을테니까요.
역사 중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무고한 시민들이 희생됐던 사건들인데요. 이를 책으로 읽을 때마다 가슴이 아팠어요. 그 때의 잔혹한 장면들이 눈에 밟혀 책에 집중하기 어려웠어요. 그 때 제가 그 현장에 있었더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도 하게 됐고요. 너무 무섭더라고요. 그래서 그런지 안타까운 일들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해요.
이번 글에서는, 과거에 있었던 일을 배경으로 쓴 책들을 소개할까 해봅니다. 그런 일들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그리고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은 것들에 대해서는 제대로 밝혀졌으면 하는 바람에서요.
1. 순이삼촌
처음으로 소개할 책은 현기영 선생님의 <순이삼촌>입니다. 이 책을 올 4월, 처음으로 읽었는데요. 4월 3일 즈음 제주 4.3항쟁에 대해서 조금 더 알고 싶다는 마음에서 책을 사서 읽게 됐네요.
이 책을 읽고 제주 4.3항쟁에 대해 새롭게 알게된 게 많았는데요. 이 일은 단순히 4월 3일 하루에 그친 것이 아닌 무려 7년 7개월동안이나 제주 도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이었는데요. 도민 전체의 10% 수준인 2만 5천명에서 3만 명 정도의 사망자가 난 엄청난 사건이었어요. 소설 속에 나오는 이야기처럼 무고한 희생자들도 많았고요.
더 안타까웠던 건 이 사건에 대해 제대로 파헤친 것은, 일이 있고 나서 50년이 지나서였다는 점이었어요. 1998년 김대중 정부가 출범되고 나서야, 진상규명 조사를 위한 특별위원회가 설치되고 1999년 진상규명 및 피해자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법이 통과되면서 4.3항쟁에 대해 하나씩 밝혀졌다고 하던데요. 노무현 대통령 때 진상규명 보고서가 확정되었으며, 노 대통령은 제주에 가서 과거 국가 권력의 잘못을 공식 사과했다고 하네요. 이런 사실을 접하니 그동안 희생자들과 그들의 가족들이 겪었을 고통이 눈에 밟혔어요.
소설 속 주인공의 사촌 형이 말하는 한 마디가, 그래서 더 인상적이었어요.
"하여간 이 사건은 그냥 넘어갈 수 없수다. 아명해도 밝혀놔야 됩니다. 두번 다시 이런 일이 안 생기도록 경종을 울리는 뜻에서라도 꼭 밝혀 두어야 합니다" <순이 삼촌 중에서>
왜 굳이 우리가 과거 사건을 들춰내야 하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는 말이었어요.
2. 죽음의 수용소에서
다음으로 소개할 책은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라는 책입니다. 이 책은 역사에 대한 이야기라기 보다는 삶의 고뇌가 담긴 책이라 할 수 있는데요. 극한적 상황에서도 삶의 의미를 찾고 인간의 존엄성을 잃지 않으려는 빅터 프랭클의 모습이 감동적으로 다가오는 책이기도 해요.
이 책을 통해 2차 세계대전 당시 유태인 학살이 얼마나 잔인했는지 느낄 수 있었는데요.
아우슈비츠! 가스실, 화장터, 대학살. 그 모든 공포를 불러 일으키는 이름. 아우슈비츠! 기차는 망설이는 것처럼 천천히 움직였다. 불쌍한 우리들을 어떻게 해서든 아우슈비츠라는 끔찍한 현실로부터 구해내고 싶다는 듯이.... <죽음의 수용소에서 중에서>
아우슈비츠에서 겪어야 했던 끔찍한 일들을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옆에 있는 동료들이 죽어가는 상황에서 자신들의 빵 한조각, 신발 한켤레를 지키기 위한 그들의 몸부림이 슬펐어요. 그곳에서 살아온 사람들도, 비록 목숨은 부지했지만 오랫동안 트라우마에 시달렸을 것 같더라고요.
책을 읽고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에 대해서도 다시 찾아봤는데요. 나치가 세운 강제 수용소 중 가장 큰 규모였던 이곳에서 유대인 약 110만명이 살해당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하던데요. 그 숫자가 어마어마해서 충격적이었어요.
인상적인 것은 독일 정부의 태도였어요. 독일 정부의 수장들은 수차례 이곳에 와서 사죄했다고 하던데요. 작년 연말에도 메르켈 총리가 아우슈비츠를 찾아 유대인이 처형당했던 '죽음의 벽'에 헌화하고 참회했는데요. 1970년 12월에는 당시 서독 총리였던 빌리 브란트는 유대인 추모지 앞에서 무릎까지 꿇었다고 하더라고요. 일본의 대응과 사뭇 차이가 느껴졌는데요. 독일의 반성이 부럽기도 하면서 동시에 그들의 품격이 느껴지기도 했어요.
3. 26년
세 번째로 소개할 책은 강풀의 웹툰 <26년>입니다. 나온지 10년도 더 된 작품인데요. 맨 처음 이 웹툰이 연재될 때 몰입해서 읽었던 기억이 있는데요. 다음화를 기다리느라 애를 먹었던 것도 기억나네요. 지금은 책으로도 나와서 휘리릭 볼 수도 있더라고요.
웹툰은 5.18이 일어난지 26년이 지난 시점의 이야기인데요. 당시의 희생자 가족들이 주인공인 이야기였어요.
웹툰에 등장한 주인공들과 그의 가족은 5.18 이후 많은 것이 무너졌는데요. 그래서 그들은 항쟁 26년만에 복수를 꿈꿔요. 비록 이는 실패로 끝났지만 피해자들의 아픔이 여실히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어요.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되기도 했고요.
이 이야기가 가슴 아프게 다가오는 것은 아직도 5.18과 관련해 중요한 사실 하나가 밝혀지지 않았다는 점이었는데요. 웹툰이 나오고 14년이 지났지만 크게 상황이 달라진 것 같진 않았어요. 일반 시민들에게 누가 '발포'를 명령했는지, 그 최종 책임이 법적으로 어디에 있는지 규명되지 않았다고 하더라고요. 여전히 그 책임자로 추정(?)되는 분은 잘 지내고 있다는 점도 안타까웠고요. 아직도 그 때의 사건 때문에 고통받고 있는 희생자와 그들의 가족들을 위해서라도 명명백백하게 밝혀질 필요가 있겠구나 싶었어요.
역사를 암기과목으로 생각했던 제게는 역사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어요. 제게 어렵고 벅찬 과목이었거든요. 외워야 할 게 한 두가지가 아니더라고요. 더불어 중고등학생 시절 현대사에 대해 제대로 배우지 못했던 것도 안타까웠어요. 가장 가까운, 그래서 우리 삶에 가장 강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역사적 사건들을 한 줄의 암기 정도로만 외웠거든요. 그래서 대학에 가고 나서 역사에 대한 책을 읽으면서 충격을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몰랐던 사실을 하나 둘 알게 되면서 가슴 아프기도 했고, 화가 나기도 했거든요.
많은 분들이 역사에 관심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단순히 과거에 이런 일이 있었다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오늘 우리의 선택에 영향을 주는 쓸모 있는 역사로 그렇게 배워갔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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