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이 제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었습니다.

퇴사 말고 복직 인터뷰 시리즈 1 _ 변호석 님을 만나다.

by 최호진

조만간 복직을 앞두고 있습니다. 벌써부터 복직 이후의 삶이 궁금합니다. 한켠에 두려운 감정이 스물스물 올라오기도 합니다. 사람들에게 복직하는 마음이 가볍다고 호기롭게 말했지만, 회사란 곳의 속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런 마음이 올라오는 듯 합니다.


그래서 복직 선배들의 이야기를 한 번 들어보고 싶었습니다. 복직 이후의 회사 생활이 원만한지 궁금하더라고요.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가 휴직을 고민하는 분들, 그리고 복직을 앞둔 분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글로 정리해봤습니다. 인터뷰 형태로 정리해봤는데요. 시리즈 형태로 연재할 예정이오니 많은 관심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를 처음 본 건 작년 4월 남성 휴직자 모임에서였다. 그 또한 나처럼 말이 많았다. 앉은 자리에서 남자들끼리 4시간 수다는 기본이었다.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그의 휴직 스토리가 재미났다. 누구보다 회사에서 열심히 일했고, 그 속에서 임원이라는 타이틀을 꿈꿨던 그가 갑자기 휴직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신기하면서 안타까웠다.


휴직은 그와 그의 가족에게 힘든 결정이었다고 그는 말했다. 외벌이로서 경제적 타격이 상당했던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휴직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금전적으로는 힘들었지만 휴직을 하면서 진짜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작년 8월 그는 다시 회사로 돌아갔다. 그가 회사로 돌아갈 때 아쉬운 마음도 있었다. 휴직 동지가 사라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한편으로 그의 복직 이후의 삶이 궁금했다. 휴직을 하고 얻었던 가치들을 잘 실현할 수 있을지 걱정도 됐고 응원도 하고 싶었다. 그가 근무하고 있는 수원까지 찾아간 것도 그의 복직 이후의 삶을 너무나 듣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Q1. 먼저 자기 소개부터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저는 변호석이라고 하고요. 14년차 직장인으로서 자동차 회사에 다니고 있어요. 자동차 연구소에서 차량 기능 시험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블로그나 카페에서는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의 줄임말인 "내터포"로 활동하고 있어요.


Q2. 어떻게 휴직을 하게 되셨나요?


저는 2018년 8월말부터 1년 동안 휴직을 했습니다. 당시 저는 업무 스트레스가 극심했어요. 몸과 마음이 지칠대로 지친 상태였어요. 그저 쉬고 싶다는 생각 뿐이었어요. 하루는 옥상에 올라갔는데 자꾸 아래만 쳐다보는 저를 발견하고는 너무 놀랐어요. 이러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강제적으로 일에서 멀어지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도망치듯 회사와 멀어지는 방법으로 휴직을 선택했어요. 외벌이라서 어려운 선택이긴 했지만 남편의 상태를 잘 이해해준 아내가 승인(?)해 준 덕분에 휴직을 신청할 수 있었습니다.



Q3. 휴직하면서 가장 집중했던 일은 무엇일까요?


휴직하고 잠시 쉬면서 이것 저것 돌아볼 수 있었어요. 그 과정에서 제가 가족에게 얼마나 소홀했는지 알 수 있었어요. 그래서 우선 하고 싶었던 일은 가족에게 신뢰를 얻는 일이었어요.


휴직 전까지, 가족은 제 우선순위 중 세 번째 정도였어요. 직장과 저 자신이 가장 중요했어요. 그게 가장으로서 최선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열심히 일해서 빨리 승진하고 임원 타이틀을 달면 가족들의 행복도 자연스레 따라올 거라 생각했어요. 회사에 있을 때에는 일에만 몰두 했어요. 그러다 보니 가족은 안중에 없었죠. 아내가 근무 시간에 전화를 하면 받지 않을 정도였죠.


이게 아내와 아이들을 힘들게 만들었다는 것을 휴직을 하고 나서야 알게 됐어요. 휴직 기간 동안 그간 무너졌던 신뢰를 쌓고 싶었어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고, 덕분에 가족의 소중함을 새삼 느낄 수 있었어요. 아내에게 그동안의 잘못한 것들을 진심으로 사과할 수 있었고, 아이들, 양가 부모님, 형제들의 진심이 담긴 말 한마디 한마디에 힘을 얻을 수 있었어요. 저에게 중요한 가족의 가치를 제대로 느낄 수 있었어요.


이렇게 말하면서도, 그는 아내의 생각은 다를 수도 있다며 겸손하게 이야기 했지만 그가 휴직을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얼마나 절실히 느꼈는지 알 수 있었다. 물론 그가 표현하는 방식이 조금 서툴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진짜 소중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알게 된 것이 그가 휴직을 하면서 얻었던 파랑새가 아니었을까 싶다.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정말 소중한 것이라는 사실을 그와 이야기하면서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언제나 옆에 있기에 가족의 소중함을 우리는 가끔씩 간과하고 사는 것은 아닐까?



Q4. 휴직에서 많은 것들을 얻으셨는데요. 복직이후의 삶도 궁금해요. 작년 8월 말에 복직하셨잖아요? 벌써 1년 가까이 됐는데요. 복직한 후 첫날 상황이 기억 나시나요?


저는 휴직 전 제가 일하던 파트로 다시 돌아갔는데요. 첫 날 너무 긴장됐어요.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궁금하더라고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다들 자기 일이 바쁜지 저를 별로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였어요. 반갑게 인사하고 자기 일들을 하더라고요.


심지어 회사 사람들 중에는 제가 육아휴직을 하고 복직했다는 사실을 모르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생각보다 사람들이 저에게 관심이 없더군요. 다만 몇 분께서 제가 살빠진 모습을 보고 놀라긴 하셨어요. 제가 휴직하고 몸무게를 많이 감량했거든요. 근데 그것도 좋은 반응은 아니었어요. 너무 살을 많이 빼서 안스러워 보인다고 하시더라고요.


걱정도 되고 기대도 됐는데, 사람들의 반응이 의외였어요.



Q5. 사람들이 휴직한 것 조차 몰랐다는 게 신기하네요. 역시 사람들은 자기 일에만 관심이 많지 다른 사람 일에는 관심이 없나봐요. 일은 어떠셨어요? 할 만 하셨어요?


앞에서 말했듯이 저는 휴직 전 하던 일을 다시 하게 됐는데요. 저도 그렇고 사람들도 그렇고 원래 하던 일이라 금세 적응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런데 막상 일을 하려니 쉽지 않더라고요. 1년 동안의 이력도 알아야 하고, 같이 일하는 분들과 다시 호흡을 맞춰야 하니 초반에 힘들었어요. 특히나 복직한 시점이 신차를 개발하던 시점이라 개발 중 발생한 문제에 대응하느라 애를 많이 먹었어요.


그래도 초반에 적응 기간을 거치고 나니 지금은 너무 편하네요. 휴직 전에 비하면 훨씬 가벼운 느낌이랄까요? 곰곰이 생각해보니 휴직하고 경험했던 것들이 어느새 저에게 큰 도움이 된 것 같더라고요.


Q6. 가벼워졌다고 이야기 하시는데요. 어떤 것들이 달라진 걸까요? 조금 구체적으로 이야기 해주실 수 있을까요?


많이 것들이 달라졌죠. 우선 업무 강도가 달라졌습니다. 휴직 전, 보통 제 업무 시간은 아침7시-저녁10시-12시 정도였고, 정말 죽어라고 일만 했어요. 누가 시킨 것도 아니었는데 저는 그렇게 일을 했죠. 그래서 스트레스가 심했고, 이를 잠으로 해소했어요.


하지만 복직을 하고 나서는 제 루틴을 조금 바꿨어요. 아침에 일찍 일어나 2시간 동안 나를 위한 시간을 갖고 회사에 출근해 30분 정도 걷기 운동을 하고 독서를 해요. 일은 업무 시간에 집중해서 하고 있어요. 일이 많으면 야근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스스로 일을 만들어서 하진 않고 있어요. 대신 퇴근 후에는 가족과의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휴직을 하면서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했던 것들이 저의 업무에 대한 태도를 바꾸게 된 것 같아요. 그리고 그게 제가 오랫동안 지치지 않고 일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있고요.


Q7. 가치관이 변하면서 일을 대하는 태도가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이런 태도가 가족과의 삶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을 것 같아요. 이제 아내 전화는 잘 받으시나요?


그럼요. 가족이 제 인생의 1번이 된 게 가장 큰 변화라 할 수 있어요. 그래서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게 됐어요. 아내와 아이들과 도란도란 앉아서 저녁을 함께 먹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하고 행복한지 충분히 느끼고 있는 요즘입니다.


얼마 전 회사에서 저를 어떤 자리에 추천해준다고 했을 때에도 거절하기도 했어요. 욕심이 살짝 생기긴 했지만 원래 목표한 대로 나와 가족을 위한 시간을 갖겠다는 마음을 져버릴 수 없더라고요. 너무 배부른 소리가 아닌가 싶기도 했지만 제가 지금 중요하게 생각한 것을 우선 따르자고 생각했어요.


매사에 감사하는 마음도 갖게 됐어요. 아내/아이들에게 감사하고 양가 부모님께 감사하고 형제들에게 감사하고 지인들에게 감사하고 그래요. 그런 마음이 제게 다른 도전을 이끄는 힘이 되긴 해요. 불평 불만을 늘어 놓기 보다는 현재 상황에 감사하며 제가 할 수 있는 것에 도전해 보려고 하고 있어요.


감사하다고 말하는 그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진짜 감사해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를 찾은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감사하는 마음이 그를 긍정적인 사람으로 만드는 것 같았다. 복직을 하고 한참이 지났지만 여전히 휴직 때 만났던 그 눈빛을 아직도 간직한 것도 그 이유 때문인 것 같았고.



Q8. 마지막으로 궁금한 게 하나 더 있어요. 복직을 하고 1년 가까이 되었는데요. 휴직을 후회하진 않으신가요?


복직 후 제게 육아휴직에 대해 문의 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휴직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이었어요. 저는 그들이 제게 물어볼 때마다, 경제적으로 버틸 수 있다면 무조건 쉬라고 해요. 그들이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바라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대다수의 사람들이 휴직 전 저처럼 회사가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하는게 안타까웠어요. 그래서 그분들에게 회사말고 다른 세상을 경험하게 하고 싶었어요. 왜냐면 휴직 동안 제가 경험한 회사밖 세상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신기했고 제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됐거든요. 그만큼 저는 휴직의 경험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그래서 후회하진 않고 있습니다.


가끔 아내에게 또 휴직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해요. 이번엔 정말 휴직 기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고요. 물론 아내가 한 번 더 휴직은 반대하고 있지만, 전 정말 휴직을 추천합니다. 특히 저처럼 번아웃이 와서 힘든 분들에게는 강제로라도 휴직을 시켜드리고 싶습니다.




그와의 짧은 인터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그가 가진 긍정적 정서가 나에게 스며드는 기분이랄까? 복직 후, 그가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나 또한 가벼운 마음으로 복직할 수 있는 기대감도 들기었다.


그가 회사에서 일하는 방식이야 말로 진정한 효율적인 방식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회사에 너무 매몰되지 않고 자기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찾아서 업무와 균형을 이루는 게 중요해 보였다. 물론 사측의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삶의 태도일 수 있겠지만, 내 눈에는 그것이 더 생산적으로 일하는 방식이지 않을까 싶었다. 중학교 때 익혔던 영어 속담처럼 말이다.


"All works and no play makes Jack a dull boy"


맨 처음 그가 만났을 때 그가 집중해서 했다는 일이 생각났다. 그것은 바로 "댓글놀이"였다. 그는 카페와 블로그 등을 찾아다니며 사람들에게 응원하는 댓글을 하루에 수십개 씩 달았다고 했다. 그 속에서 사람들에게 좋은 기운을 불어 넣어주고 싶다면서 말이다. 앞으로도 그가 회사든 회사 밖이든 가정에서든 가정 밖에서든 그렇게 좋은 기운을 퍼뜨려주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