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말고 복직 인터뷰 시리즈 2 _ 임종빈 님을 만나다.
<퇴사 말고 복직> 인터뷰 시리즈를 지난주 처음으로 써봤는데요. 제게는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복직 선배의 이야기를 통해 제 휴직을 다시 정리해볼 수 있었고, 복직을 위한 마음가짐도 "새로고침"할 수 있었는데요. 많은 분들께서 이 글을 보고 "나도 휴직을 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신 것 같아 뿌듯하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퇴사 말고 복직> 이야기를 통해서 많은 분들, 특히 남성 분들의 마음에 휴직의 불을 지펴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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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그를 만나러 가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서둘렀다. 집에서 두 시간 이상 가야 했기 때문이었다. 내게 주어진 시간은 점심 시간 한 시간이었지만 그래도 그가 보고 싶었다. 그가 휴직하고 경험했던것들이 궁금했고, 복직한 이후의 마음가짐 또한 알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한 번도 만나본 적도 없는데 어쩌다 그가 궁금했을까?
그는 충북 혁신도시에서 회사를 다니고 있는 임종빈님이었다.
그를 알게 된 것은 그의 아내분 덕분이었다. 그의 아내는 내가 운영하고 있는 달리기 모임에 초창기부터 참여해 지금까지 일 년 넘게 함께 하고 있다. 그의 아내를 통해 그의 남편도 휴직 중이란 것을 몇 번 듣게 되었다. 작년 휴직자 모임에서 한 번 뵈었으면 했는데 이래 저래 뵐 기회가 없었다. 아이와 필리핀 간 이야기부터 투자 공부에 대한 이야기까지 간간이 들었던 그의 이야기가 너무 궁금했다. 그래서 한 번 뵙자고 제안했고 덕분에 그를 만나러 단숨에 충북 혁신도시까지 달려갈 수 있었다. 코로나가 다소 잠잠했던 시절 조용한 식당에서 갈비를 뜯으며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Q1. 자기 소개부터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저는 임종빈이라고 하고요. 에너지 솔루션 업체에서 일하고 있어요. 공대를 나와서 기술 팀 엔지니어로 근무하다 인사팀으로 이동해 일을 했었어요. 총 13년을 근무하고 휴직을 하게 됐고, 복직 후 지금은 총무팀에서 일하고 있어요. 복직한 지는 약 8개월 정도 됐고요.
Q2. 휴직을 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저는 2019년3월 1년1개월간의 휴직을 신청하게 됐는데요. 다른 분들과 조금 비슷한 계기로 휴직하게 된 것 같아요. 회사 일만 열심히 하고 살았는데 이게 뭔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소위 말하는 번아웃이 온 거죠.
그런 상태였는데 큰 사건에 휘말리게 됐고 그거 때문에 적잖게 마음 고생을 해야 했죠. 이래서는 안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어 휴직을 하게 됐어요. 번아웃이 온 상황에서 힘든 일까지 겪으니 도저히 안되겠더라고요. 충동적으로 도망치듯 휴직을 선택했어요.
그래서 제 휴직을 저는 "빡휴"라고 불러요. 속된 말로 빡돌아서 휴직을 해버린 거였어요. 조금 무책임한가요?
Q3. 빡돌아서 휴직을 한 빡휴라는 말이 재미난데요. 그렇게 충동적으로 휴직을 하시고 어떤 일들을 하셨어요?
휴직을 시작한 당시 저는 몸과 마음이 상당히 지쳐 있었어요. 그래서 가장 하고 싶은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아내에게 양해를 구하고 한 달 정도 아무 것도 안 하고 쉬기만 했습니다. 다행히 그렇게 한 달을 지내고 나니 하나씩 하고 싶은 일들이 생기더라고요. 덕분에 운동하기, 여행가기, 커피숍에서 책보기, 부동산 공부해서 투자해보기 등등의 일들을 하나씩 해보게 되었습니다. 뭔가 목표를 세워서 달성한다기 보다는 그동안 해보지 못했던 것들을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일년 가까운 시간을 보내게 됐어요.
Q4. 그동안 해보지 못했던 것들을 해본다는 생각이 인상적이에요. 그동안 우리가 해보고 싶었던 것을 제대로 해 본 시간이 없었던 것 같은데 그런 점에서 뜻깊은 시간을 보내셨을 것 같아요. 혹시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경험이 있었을까요?
당시 여섯 살이던 딸아이와 필리핀에서 두 달 동안 함께한 시간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저도 호진님처럼 아내 없이 아이만 데리고 여행을 다녀왔었는데요. 둘이 영어도 배우고 소중한 시간도 보내고 너무 좋았어요. 웃지 못할 사건도 있었는데요. 당시 저희가 머물던 지역에 진도 6이 넘는 큰 지진이 일어났어요. 주변 건물이 무너지기까지 했는데요. 다행히 저와 아이는 큰 피해를 겪진 않았지만 덕분에 야외 농구장에서 자야 하기도 했죠. 한국에 있던 아내는 마음을 졸여야 했고요. 지금이야 웃으며 말할 수 있지만 당시엔 아찔했어요.
그렇게 힘든 일을 겪기도 했지만 두 달의 시간은 저와 아이와 교감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어요. 아이가 언제까지 그 시간을 기억할런지는 모르겠지만 제게 선물과도 같은 시간이었어요. 휴직이 감사했고요. 회사를 다니면서 그런 여행을 가기란 쉽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호진님의 캐나다 여행 이야기에 더 크게 공감할 수 있었어요.
Q5. 아이들과 교감하며 추억을 쌓기에 여행만한 게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낯선 곳에서 아이들이 보여주는 적응력이 주는 감동 또한 큰 것 같기도 하고요. 요즘 코로나라는 상황 때문에 여행이 제한되어 많이 아쉽기도 해요.
휴직 기간 동안 종빈님을 위한 시간을 따로 쓰지는 않으셨나요?
물론 저를 위해서 몇 가지 일들도 할 수 있었는데요. 가장 제게 보람 있었던 것은 부동산에 대해 공부하면서 몇 가지 투자를 할 수 있었던 것이었어요. 덕분에 투자에 대해서도 새롭게 눈을 뜰 수 있었고요. 어느 정도의 투자가 직장인에게 필요하다는 것도 알게 됐어요.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확실히 트인 느낌이었어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한 것 같아 동질감 같은 게 느껴졌다. 휴직이 다소 충동적이었던 것도 아이와 아내 없이 여행을 다녀온 것도 내 이야기와 유사했다.
그리고 "빡휴"라도 괜찮은 거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너무 계획적으로 휴직을 대하기 보다는 마음이 하라는대로 그것에 이끌려 해보는 것도 필요할 수 있겠거니 싶었다. 물론 배우자의 지지와 동의가 따라야겠지만"
Q6. 다소 충동적인 휴직이었던 것 같은데 그래도 휴직하면서 많은 것을 하신 것 같으네요. 이제 복직에 대해서도 이야기 해볼까요? 언제 복직하셨죠?
복직은 올해 2월에 했어요. 휴직 기간이 두 달이나 남았는데 복직을 하게 됐어요.
Q7. 어떻게 하다 조기 복직을 하게 되신거에요? 회사에서 빨리 오라고 독촉이라도 했나요? 실제 그런 경우들도 많던데...
저는 회사에서 불러서 가게 된 건 아니었고요. 금전적인 이슈 때문에 복직을 해야 했어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복직했는데 다행히 그렇게 크게 아쉽진 않더라고요. 두 달 동안 더 많은 일을 했었을 거라 생각하면 아쉽지만 그래도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해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더라고요.
Q8. 복직을 했던 첫날 어땠어요? 사람들의 반응도 궁금해요. 복직 후 맡게 된 보직은 어떤 것인지도 궁금하고요.
복직 전날 여러 감정이 교차했는데요. 휴직이 끝났다는 생각과 회사 생활을 다시 해야 하는구나라는 부담감 등이 동시에 밀려왔어요. 아쉬움 반, 부담감 반으로 회사에 출근했던 것 같아요. 다행히 사람들이 "과하게" 반겨주더라고요. 동료 선후배들의 반응이 싫지는 않았는데요. 나중에 알고보니 바쁜 와중에 일손 하나 더 들어와서 좋아하신 거였더라고요. 아쉬운 마음도 있었지만, 그간 고생하셨을 직원분들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도 들었어요.
복직을 하고 나서는 휴직 전과는 다른 업무를 하게 됐어요. 공장 내 운영 총무 역할을 맡게 되었는데요. 휴직 전에 했던 인사 업무와 큰 틀에서는 비슷한 업무였어요. 그런데도 초반에 적응하는 게 쉽지 않았어요. 일이 많더라고요. 덕분에 야근하는 날이 잦았어요. 사실 지금도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에요. 업무 만족도는 조금 떨어지는 편이에요.
Q9. 아 그렇군요. 조금 안타깝네요. 휴직이 후회되거나 그런 건 아니세요?
전혀 그렇지 않아요. 업무의 만족도가 떨어졌지만 생활에 대한 만족도는 떨어지지 않았거든요.
이게 다 휴직 덕분이에요. 휴직이 제게 큰 쉼표가 되었고 전환점이 되었거든요. 회사 생활이 조금 힘들어도 마음은 휴직 전보다 훨씬 편안해요. 회사에 100% 올인하지 않고 있거든요. 회사 생활에 큰 목표를 두지도 않고 있고요. 예전에는 정년 퇴직때까지 어떻게든 버티자고 생각했는데 그런 마음이 사라진 것도 너무 좋아요.
휴직을 하면서 별다른 목표를 세우지 않고 지내면서 하고 싶은 일들을 하나씩 할 수 있었던 것처럼 회사 일도 그렇게 하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 속에서 가장 크게 생각하는 것은 남에게 피해를 주지 말자는 것이에요. 회사라는 곳이 함께 일하는 곳이잖아요.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누군가에게 피해가 되면 안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주어진 일을 깔끔하게 처리하려고 노력하고 있고요. 회사가 경제적으로 나에게 도움을 주는 만큼 저 또한 회사의 이익을 위해서 기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마음도 변함은 없어요. 회사 안에서 어떤 큰 목표를 세우고 있진 않지만 "월급충"은 되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해요.
"다소 힘들지만 휴직에 대해서는 전혀 후회가 없다는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회사 생활이 힘들면 휴직을 한 것에 대해 후회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회사 생활의 힘듦"과 "휴직에 대한 가치판단"은 별개라는 것을 종빈님과의 대화를 통해 배울 수 있었다. 회사 생활이 힘들지언정 휴직하면서 배우고 느낀 가치들을 얼마나 잘 지켜나가느냐가 중요한 듯 싶다. 그리고 종빈님도 그것을 잘 아는 것 같았고."
Q10. 정말 중요한 말씀이세요. 회사에 올인하진 않되 회사에서 자기가 기여할 수 있는 바에 대해 최선을 다하려는 마음이 종빈님의 이야기에서 느껴지는데요. 갑자기 종빈님의 먼 훗날의 꿈이 궁금해졌어요. 꿈이 뭐예요?
휴직을 하고 부동산 투자에 대해 공부를 하면서 투자에 대해 눈을 뜨기도 했지만, 동시에 주거 환경의 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됐어요.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셔야 하는 분들을 책이나 영상을 통해 접하기도 했고요. 제가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면 그런 "집"에 대해 불편함을 겪고 계시는 분들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일들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물론 구체적인 계획 같은 것은 아직 없지만 언젠가 그런 활동을 해보고 싶어요. 제 성향에도 맞는 것 같더라고요. 제가 집을 수리하고 깔끔하게 정리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휴직을 하면서 알게 됐거든요. 그런 저의 성향과도 잘 맞는 활동일 것 같아요.
이런 부분을 아내가 좋아할지는 모르겠지만 한 번 해보고 싶어요.
짧은 한 시간이었지만 그와 만나 집으로 돌아가는 길 , 길은 조금 막혔지만 기분은 좋았다. 좋은 사람을 만나 좋은 기운을 얻어간 느낌이랄까? 무뚝뚝한 것 같으면서도 하나씩 던지는 그의 이야기에 진심이 느껴졌다.
쉼표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아무 것도 하지 않은 한 달을 지내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나 둘 찾아갔던 그의 이야기를 보며 우리가 너무 하려고만 하지는 않았는지 그래서 내가 진짜 바라는 것을 찾지 못했는지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물론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시간동안 주변의 잔소리는 감내해야겠지만 그게 꼭 필요해 보였다.
음악이 아름다운 이유는 음표와 음표 사이의 거리감, 쉼표 때문입니다. 말이 아름다운 이유는 말과 말 사이에 적당한 쉼이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쉼 없이 달려온 것은 아닌지, 내가 쉼 없이 너무 많은 것들을 하고 있는건 아닌지, 때때로 돌아봐야 합니다.
혜민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중에서
아침에 단톡방에서 만난 혜민 스님의 이야기도 생각났다. 진짜 쉼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속에서 잠시 멈춤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들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그리고, 종빈님의 꿈이 꼭 이뤄졌으면 좋겠다. 돈을 많이 벌어서 자선 사업을 해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그 마음이 변치 않았으면 그리고 꼭 돈을 많이 벌어서 그가 하고 싶은 사업을 제대로 해봤으면 했다. 그의 아내도 이를 적극적으로 지지해 주었으면도 했고. 저도 열심히 응원하겠습니다.